7. 한 인물에 대한 극단적 평가
풍고楓皐 김조순金祖淳 충문공忠文公은 연암의 문장을 몹시 싫어 하였다. 일찍이 내각에 있을 때, 풍석楓石과 더불어 의론이 맞지 않자, 풍고가 불끈하여 말하기를, “박 아무개는 『맹자』 한 장을 읽게 하면 반드시 구절도 떼지 못할걸세.” 하였다. 그러자 풍석 또한 기운을 돋워 대답하기를, “박 어른은 반드시 『맹자』 한 장을 지을 수도 있을겝니다.” 하였다. 풍고가 “그대가 문장을 모르는 것이 이 지경이냐고 말하지는 않겠네. 내가 있는 동안에 그대는 문원文苑의 관직은 바라지도 말게.” 하자, 풍석은 “내 진실로 문원의 직책은 바라지도 않을 뿐이요.” 하였다. 이때 정승을 지낸 심두실沈斗室 공이 호남지방에 있었는데, 태학사 이극원李屐園이 편지를 보내 두 사람이 논쟁한 일을 고하였다. 내각 제공의 한때에 성대함을 그려볼 수가 있다. 이제 다만 풍석만이 우뚝함이 있는데, 날 위해 크게 탄식하며 그 일을 말해주었다. 楓皐金忠文公, 甚不喜燕巖文. 嘗在內閣, 與楓石論不合. 楓皐怫然曰: “朴某, 使讀孟子一章, 必不能成句.” 楓石亦盛氣而答曰: “朴丈, 必能作孟子一章.” 楓皐曰: “不謂公不知文, 至此. 吾在之日, 公勿望文苑官職.” 楓石曰: “吾固不願做文苑職耳.” 時沈斗室故相, 在湖南藩, 李屐園太學士, 貽書告兩公爭論事. 內閣諸公一時之盛, 可想見也. 今惟有楓石巋然. 爲余太息, 而道其事. |
이 역시 홍길주洪吉周의 전언傳言이다. 한 사람 연암을 두고 이쪽에서는 『맹자孟子』의 구두조차 떼지 못할 인간이라고 매도하고, 다른 편에서는 『맹자』를 넉넉히 짓고도 남을 분이라고 높였다. 이런 극단적 평가의 엇갈림 속에서 시대의 우울과 연암의 절망은 깊어만 갔던 것이다.
인용
4. 연암의 호기로움
5-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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