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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혼자하는 쌍륙 놀이 - 2. 감식안을 가진 자에겐 才思가 필요하다 본문

책/한문(漢文)

혼자하는 쌍륙 놀이 - 2. 감식안을 가진 자에겐 才思가 필요하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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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식안을 가진 자에겐 才思가 필요하다

 

 

신라의 선비는 당나라로 가서 국학에 입학하였고, 고려 사람은 원나라에 유학하여 제과制科에 급제하였으니, 안목을 열고 흉금을 틔울 수가 있었다. 그 감상의 배움에 있어서도 대개 또한 당시 세상에서 환하게 빛났었다. 조선 이래로 3,4백년 동안 풍속이 날로 비루해져서 비록 해마다 연경과 교통한다고는 해도 썩어버린 한약재나 거칠고 성근 비단 따위뿐이다. 하우夏虞ㆍ은주殷周 적의 고기古器나 종요鍾繇왕희지王羲之ㆍ고개지顧愷之ㆍ오도자吳道子의 진적이 어찌 일찍이 단 한 번이라도 압록강을 건너 왔겠는가?

新羅之士, 朝唐而入國學; 高麗之人, 遊元而登制科, 能拓眼而開胸. 其於鑑賞之學, 蓋亦彬彬於當世矣. 國朝以來, 三四百年, 俗益鄙野, 雖歲通于燕, 而乃腐敗之藥料, 麤疏之絲絹耳. 虞夏殷周之古器, 鍾王顧吳之眞蹟, 何嘗一渡乎鴨水哉?

사정이 이렇고 보니 세상에는 진짜는 없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만이 판치게 되었다. 막돌 같은 진짜는 켜켜이 앉은 때에 절어 이집 저집 돌아다녀 봐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그림이라고 사모은 것이 전부 근래에 그려진 가짜뿐이고, 도자기도 전부 요새 만들어 그럴듯하게 약품 처리한 것들뿐이다. 웬 놈의 추사 글씨는 그렇게도 많으며, 단원과 혜원의 그림은 어찌 그리 흔한 것이냐. 나는 우리 동네 허름한 수퍼마켓에서도 이른 바 추사의 글씨를 본 일이 있다. 그들은 제 것을 자랑하기에 바빠 도무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근세의 감상가로는 상고당尙古堂의 김씨를 일컫곤 한다. 그러나 재사才思가 없고 보면 아름다움을 다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대개 김씨가 개창한 공은 있지만 여오는 꿰뚫어보는 오묘한 식견이 있어 무슨 물건이든지 눈을 거치기만 하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낸다. 여기에 재사까지 아울렀으니 감상을 잘하는 자라 하겠다. 여오는 성품이 총명하고 지혜로운데다 문장에 능하고 소해小楷를 잘 쓴다. 아울러 미불米芾의 발묵법潑墨法에 뛰어나고 한편으로 음악에도 정통하였다.

近世鑑賞家, 稱尙古堂金氏, 然無才思, 則未盡美矣. 蓋金氏有開創之功, 而汝五有透妙之識, 觸目森羅, 卞別眞贋. 兼乎才思, 而善鑑賞者也. 汝五性聰慧, 能文章, 工小楷. 兼善小米潑墨之法, 旁通律呂.

진정한 감상자가 되려면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안목 외에 갖추어야 할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재사才思. 이것이 없으면 그는 그저 보통의 골동품 거간꾼에 머물 뿐이다. 진짜와 가짜를 금세 판별해내고 값을 매기는 것은 경험과 안목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재사가 없으면 마침내 2류에 머물고 만다. 여기서 연암이 말한 재사란 무엇일까? 그것은 안목을 넘어 삶 속에서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이다. 물건을 보면 그것을 만들 때의 정경이 떠오르고, 그것을 매만지며 아끼던 옛 주인들의 마음자리가 떠올라야 한다. 여오는 문장도 잘하고 글씨도 잘 쓰며, 미불의 발묵법도 체득하여 그림도 잘 그린다. 그뿐인가. 음악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다. 그러니 책을 보면 그 글을 보고서 그 가치를 판단하고, 글씨와 그림을 보면 그 필세와 붓질과 채색 베푼 것을 보고 그 솜씨의 높고 낮음을 일별해 낸다. 그는 음악을 알기에 묵은 악기를 보더라도 금새 그 가치를 알아본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되고 무슨 나무로 만든 것인지는 경험 있는 거간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매만지던 악기인 것까지 짐작할 수 있으려면 바로 이 재사가 필요하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좋은 골동품도 몰라보는 세대

2. 감식안을 가진 자에겐 才思가 필요하다

3. 골동품 감식안은 완물상지가 아니다

4. 가짜들이 득세하는 세상에 진짜로 살아가는 법

5. 글이 써지지 않아 혼자 쌍륙놀이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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