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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기사(己庚紀事) - 구산(龜山)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기경기사(己庚紀事) - 구산(龜山)

건방진방랑자 2021. 8. 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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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사나 읍장이나 존재이유를 망각하다

구산(龜山)

 

 

龜山, 誎邑宰也.

구산(龜山)시는 읍장을 독촉한 시이다.

 

田苗旣焦, 無所望秋.

밭의 싹이 이미 말라 추수를 바랄 수 없었다.

 

察司飭授蕎麥之種, 守宰不卽奉行.

관찰사가 메밀과 보리의 종자를 나눠주라 신칙(申飭, 타이르다)했지만 읍장은 곧장 받들어 수행하지 않았다.

 

自府北龜山, 密陽三浪津,

읍의 북쪽 구산으로부터 밀양의 삼랑진에 이르기까지

 

凡四十里, 爲察司往來之路,

대체로 40리로 관찰사가 왕래하는 길이 되니

 

左右所有田疇, 令沿途之民,

좌우에 있는 밭에 길을 따라 있는 백성들에게

 

悉力耕耰, 一如播種者.

밭갈고 씨를 덮길 전력으로 하게 하니 한결같이 씨 뿌리듯했는데,

 

察司竟亦不之問焉

관찰사는 마침내 또한 따지질 않았다.

 

 

龜山七月半 山蚻聲悠悠 구산[각주:1]7월 보름에 산매미 소리 맴맴거리네.
枯楊先黃霣 霣彼荒田疇 마른 버들개지 먼저 시들고 떨어져 저 황량한 밭에 떨어진다네.
中男手犂臿 次男行曳耰 둘째 아들은 가래 잡고 다음 아들은 곰방메 다니고 끄네.
旱凷觸如石 中有暍死牛 가문 흙덩이라 닿는 곳은 바위 같아 한가운데서 더위먹어 소가 죽었네.
種牟太計早 種蕎節已遒 보리 심기엔 너무 계획이 이르고 메밀 심기엔 절기가 이미 빠르지.
行者共怪問 問畣空田頭 행인들이 모두 괴이하게 물으니 부질없이 밭 어귀에서 문답하는 구나.
今玆大旱天 百昌斯無秋 이제 크게 가물어 만물이 이에 추수할 게 없지.
禾苗立燺死 但有蓬與萩 벼는 곧장 말라 죽어 다만 쑥과 가래나무만 있네.
察司近有帖 惟蕎望其收 관찰사가 최근에 공문서 내려 오직 메밀만이 추수함을 바랄 만하다 했네.
蕎儲在官廩 蕎種無它求 메밀의 관아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고 메밀 씨앗은 달리 구할 데 없지.
官不出蕎種 民亦莫亂咻 관아는 메일씨 내지 않아 백성이 또한 어지러이 지껄이질 못하고
官民互相望 時節忽如流 관아의 백성이 서로 바라보며 시기만이 문득 물처럼 흘렀네.
斯乃察司路 朝暮閱傳郵 이에 관찰사의 길은 아침저녁으로 파발마 보이고
察司有按廉 耳目不可廋 관찰사의 지방순찰 있을 적엔 귀와 눈을 숨길 수 없다네.
府主遣軍校 赤棓行阡溝 읍장은 군교를 파견해 붉은 몽둥이 들고 밭을 다니네.
緣阡四十里 汙邪與甌寠 밭에 이어진 40리는 낮은 지대 땅으로[각주:2]
十目之所視 何翅百千區 온 눈이 보는 곳이니 어찌 백천 구역 뿐이겠는가?
不種而使耕 以欺察司不 파종하지 않고 밭갈게 하니 관찰사를 속이려는 게 아니겠는가?
納屨尙無力 廕樾喘未休 신을 신어도 오히려 힘이 없어 그늘에서도 숨차서 쉬질 못하네.
勤者逝無問 慢者亟笞囚 부지런히 하는 사람이면 가면서 묻질 않지만 게으른 사람이면 재빨리 채찍질하고 가두네.
但以食土故 土著此路陬 다만 땅의 소산을 먹는데 땅은 이 길 모퉁이에 붙어 있지만
炎暑逝非久 盡室浮江舟 더위가 지나는 게 오래지 않으리니 모든 집이 강의 배로 뜨리라.

 

 

 

 

인용

전문

해설

 

 
  1. 구산(龜山): 「구지가(龜旨歌)」와 관련된 구지봉(龜旨峯)을 말하는 것으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구지봉은 김해부의 북쪽 3리에 있다'라고 했다. [본문으로]
  2. 구구오야(甌寠汙邪): 구구(甌寠)는 높은 지대의 협소한 땅을 말하고, 오야(汙邪)는 낮은 지대의 땅을 말한 것으로,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한 농부가 돼지 발굽 하나, 술 한 사발을 차려 놓고 농신(農神)에게 풍년을 빌어 말하기를 "높은 지대 협소한 땅에서는 곡식을 농에 가득 수확하고, 낮은 땅에서는 곡식을 수레 가득 수확하게 해 주소서[甌窶滿篝 汙邪滿車]."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사기(史記)』 卷126 「골계열전(滑稽列傳)」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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