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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기사(己庚紀事) - 호랑(虎狼)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기경기사(己庚紀事) - 호랑(虎狼)

건방진방랑자 2021. 8. 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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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빌린 빚을 대신 갚느라 고초를 겪는 지인들의 울분

호랑(虎狼)

 

 

虎狼, 諫胥債徵族也.

호랑이란 시는 서리의 빚을 친척에게 징수하는 것을 풍간한 것이다.

 

府胥欠京邸[각주:1]錢債[각주:2], 守宰不責於胥,

관청의 서리가 경저리의 빚을 채우지 못하면 사또는 서리에게 책임지우지 않고

 

而責於其親戚姻婭.

친척과 인척에게 책임 지웠다.

 

有爲胥之㛰家之姻家內舅[각주:3], 而徵錢至十餘緡,

서리의 사돈의 사돈의 외삼촌이 된 이에게 징수한 돈이 십여 꿰미에 이르렀다.

 

侵漁[각주:4]冤濫, 其毒甚於凶秊,

착취에 대한 원한이 넘쳐나 그 해독이 흉년보다 심하니

 

閭里爲之語曰: “寧廢倫, 毋與胥爲㛰姻.”

마을 사람들이 이 때문에 말했다. “차라리 혼인하지 않아 인륜을 버릴지언정 서리와 혼인하진 말거라.”

 

娶男不入城 送女寧它方 아들 장가는 성내로 들이지 말고 딸의 시집 보냄은 차라리 타 지방으로.
㛰姻與府胥 不如龍塘 관청의 서리와 혼인관계 맺는 건 용당[각주:5] 건너려 바지 걷는 것만 못하네.
龍塘亦有虎 城中本無狼 용당에는 또한 범이 있고 성안엔 본래 범 없었지만
皎皎府胥兒 人面虎狼腸 흰디 흰 관청 서리 아이놈은 사람 얼굴에 범의 속내라네.
府中起大屋 面勢垂城隍 성내에 서리의 큰 집 일어섰는데 겉으로 드러난 위세가 성황당을 깔아보고
高槽㺚子馬 別舍熊神娘 높은 마구간엔 몽고의 말인 달자 말, 별당엔 웅녀 같은 아리따운 낭자가 있어
入門小房櫳 退食銅盋光 문을 들어가 작은 방에서 식사 물리니 녹그릇 반짝반짝.
一臠數十錢 一桮五緡強 한 고기덩어리 수십 전이고 한 잔의 술 다섯 꿰미 돈이라네.
署名邸吏簿 覓債邸吏房 경저리 장부에 서명하고 저리의 방에서 빚을 지는데
邸人尙可欺 威勢不可當 경저리 사람은 오히려 속일 만해도 위세는 감당할 수 없지.
京司轉囑託 府主親主張 중앙 관아에서 위임하니 관청의 사또가 친히 주장하네.
所恃府主仁 知己性行良 믿을 건 관청의 사또의 어짊인데 사또는 이미 서리의 성품과 행실이 어질다고 판단하고서
休令賣其屋 休令搜其箱 서리의 집 팔지 말도록 하고 서리의 상자 뒤지지 말도록 하니
其家且晏眠 出入還翺翔 그 집은 장차 편안히 잠들며 출입할 때 도리어 의기양양하기만 하더이다.
初令徵其族 異姓次抄將 처음엔 친척에게 징수하라 명령했는데 다른 성()에게 차례로 뽑아 데려온다네.
姻婭念自可 隣里迭罹殃 서리의 인척이야 생각건대 스스로 괜찮다 하더라도 서리의 이웃마을이 번갈아가며 재앙에 걸린다네.
十万不自足 百万橫見攘 십만으로도 절로 부족하다 여겨 백만을 멋대로 빼앗김 당하니
溝壑豈不悲 肌膚眞可傷 골짜기에 굶어죽어 시체로 구를 일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만은 살갗이 참으로 상할 만하네.
傷哉我田疇 蒿艾萎其黃 속상하구나. 나의 밭의 쑥대 말라 누렇게 되었음이.
殺牛不自食 賣肉之康莊 소를 잡았어도 스스로 먹질 못하고 고기 팔러 큰 길[각주:6]로 가다가
老妻枉愬說 遭怒扼其吭 늙은 아내 억울해서 하소연하다가 노여움 만나 하소연하던 소릴 그만 뒀다네(목을 졸렸다네).
胥歸得餘錢 酒食讙中堂 서리는 돌아가 남은 돈 얻고서 술과 음식으로 집에서 시끌벅적하기만 하더라.

 

 

 

 

인용

전문

해설

 

 

 

  1. 경저(京邸): 조선 시대, 중앙과 지방 관청의 연락 사무를 주로 담당했던 향리인 '경저리'가 업무를 보는 곳을 이르던 말. [본문으로]
  2. 전채(錢債) : 조선(朝鮮) 시대(時代)에 관(管)에서 주민들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꿔주던 일 또는 그런 자금을 말한다. [본문으로]
  3. 내구(內舅) : 주로 편지글에서, '외삼촌(外三寸)'이라는 뜻으로 이르는 말. [본문으로]
  4. 침어(侵漁) : 백성을 괴롭히고 못살게 굼. 마치 고기잡고 사냥하듯이 백성에게 가렴주구를 행한다는 뜻에서 유래함. [본문으로]
  5. 용당(龍塘) : "용당은 동쪽 동산 아래에 고을이 있는데 물은 얕지만 여울물이 빠르게 흐르니 범과 표범 모두 헤엄쳐 건널 수 있어서 나무꾼과 어부는 매번 그들을 조심하고 피한다[龍塘 在府東上東山下 水淺湍駛 虎豹皆泅泳得渡 樵人漁子 每謹避之]." 하였다(문집의 原註). [본문으로]
  6. 강장(康莊) : 번화한 거리라 하여 사통 팔달의 큰길을 말한다. 『이아(爾雅)』 「석궁(釋宮)」 에, "다섯가닥으로 통한 길은 강(康)이라 하고, 여섯가닥으로 통한 길은 장(莊)이라 한다. [五達謂之康 六達謂之莊]"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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