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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문화제국주의(Cultural Imperial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문화제국주의(Cultural Imperial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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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국주의

Cultural Imperialism

 

 

몸은 가둘 수 있어도 영혼마저 가둘 수는 없다. 양심수의 자부심에 찬 선언이 아니다. 신체를 완전히 정복해도 정신까지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은 세계의 지리적 정복을 완료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새삼 깨달은 진리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동시에 제국주의의 세계 분할과 재분할도 끝났다. 이 시기의 무기는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더 이상 그 무기의 효력이 통할 환경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식민지의 정치적 지배가 불가능해졌다. 서구의 선발 제국주의와 후발 제국주의의 대결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 서구 제국주의와 파시스트 제국주의의 대결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은 모두 제국주의적 모순의 표출이었으므로 종전 후에는 식민지 해방을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덕분에 1950년대까지 수많은 신생국이 생겨나 서구의 제1세계, 사회주의 진영의 제2세계에 이어 제3세계를 이루었다.

 

 

서구의 입장에서는 이 신생국들을 계속 손아귀에 장악하려면 과거와는 다른 방책이 필요했다. 한편으로는 식민지의 해방과 자립을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종속 상태를 유지해야 했기에 전보다 훨씬 교묘하고 세련된 수단이 필요했다. 이 새로운 수단이 문화제국주의다.

 

서구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신생국들은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문화적 종속이 심화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신생국의 형편에서는 당장 밀가루를 받아 식량난을 해결해야 했고 미군의 주둔을 허용해 국방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밀가루를 받으면 햄버거가 따라 들어왔고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면 영어가 널리 퍼졌다. 과거의 가시적인 침략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침투와 침탈, 이것이 문화제국주의의 특징이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 문화제국주의의 도구는 정보로 집중된다. 그래서 정보제국주의라고도 말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중요한 국제적 정보를 장악하고 전 세계에 포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1991년에 일어난 걸프전쟁이다. 이 전쟁을 실시간으로 보도한 미국의 뉴스 전문 방송국인 CNN은 전쟁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편향 보도로 일관했다.

 

정보화 사회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인터넷은 문화제국주의에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고 불리한 조건이기도 하다. 서구의 선진국들은 막강한 경제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국의 문화를 선전하고 유포하려 하지만, 무수한 익명의 정보 제공자들이 참여하는 인터넷의 특성은 정보의 획일화를 거부한다. 그러므로 인터넷이 문화제국주의를 조장하게 될지, 제어하게 될지는 각 나라의 대응력에 달려 있는 문제다.

 

따지고 보면 문화제국주의는 현대 사회의 현상만도 아니다. 일찍이 기원전 6세기에 중국의 공자(孔子, BC 551~479)춘추(春秋)라는 역사서를 편찬했는데, 중국을 세계의 중심에 놓고 주변 세계를 깎아내리는 서술 방식을 사용했다. 이른바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고 불리는 그 편향적인 서술 방식에서 악명 높은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이념이 싹텄다. 문제는 이런 고대적 문화제국주의가 역사 속에만 남아있지 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는 사실이다. 2002년부터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 고구려를 비롯한 중국 주변국들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정책)도 그런 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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