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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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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대주의

Cultural Relativism

 

 

제국주의 시대로 불리는 19세기에 구 열강은 전 세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분할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태평양 일대의 섬들처럼 문명의 힘이 미약한 지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처럼 인구가 많고 수천 년 전부터 빛나는 문명을 발전시켜온 지역도 서구의 막강한 물리력 앞에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무너졌다. 그 양태는 침략이었으나 세계 분할이 어느 정도 완료되자 서구는 자신들이 경제적ㆍ군사적으로 침탈한 지역에 관해 지적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오리엔탈리즘). 그 결과로 탄생한 새로운 학문이 인류학이다.

 

인류학은 다양한 인간 사회들을 비교 연구하고 그 특징과 성격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인류학에서는 사회마다 대개 보편적이고 획일적인 사회경제적 메커니즘보다 각 사회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화의 영역을 중시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문화는 각 사회의 생활양식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또한 서로 다른 사회의 문화를 비교할 수는 있어도 어느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흔히 말하는 선진문화나 후진문화란 잘못된 용어다. 이것이 문화상대주의의 개념이다.

 

 

문화상대주의란 다양한 사회의 문화를 인정하고 각각의 문화를 그 사회의 고유한 환경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를 말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자세가 개념화된 이유는 서구의 경우 문화상대주의를 견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는 다른 세계를 힘으로 정복했기 때문에 서구 문화의 특징인 합리성과 효율성을 마치 보편적인 가치인 양 여기기 쉽다. 그러나 그런 관점에서는 다른 문화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

 

초기 인류학자의 한 사람인 베네딕트(Ruth Benedict, 1887~1948)는 뉴멕시코의 푸에블로(Pueblo)족과 멜라네시아의 도부족을 예로 들어 문화상대주의를 설명한다. 푸에블로 인디언 사회는 모계사회이며 종교와 주술이 지배한다. 남자의 의무는 서구 사회처럼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이 아니라, 각 가정의 제사용 물건들(특히 가면)을 잘 관리하는 일이다. 물론 그들도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늘리려고 노력하지만 그 목적은 남보다 잘 살려는 데 있다기보다 자기 소유의 가면을 마련하고 제사 의식에서 부족의 가면신들을 성대하게 접대하기 위한 것이다.

 

서구의 가치관으로 보면 1년 내내 제사에만 열중하는 푸에블로족은 어리석은 부족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의 사회가 수백 년 동안이나 존속할 수 있겠는가? 베네딕트는 푸에블로족의 가치관이 서구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개인의 권위는 그들이 가장 경멸하는 특징이다. 권력이나 지식을 갈망하는 자는 주변의 비난을 받고 주술로 박해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상적인 인간은 남을 지도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이웃 사람들의 구설수에 한 번도 오르지 않는 위엄 있고 사근사근한 사람이다. ……어떤 시합에서도 한 사람이 계속 이기면 그는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외된다. 그들은 승자가 자주 바뀔 수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따라서 어떤 걸출한 선수가 나오면 그 경기는 이미 망친 경기다. -문화의 유형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구조주의 인식론에 크게 기여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 1908~2009)는 서구인들이 흔히 원시적이라고 생각하는 부족에게도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고 말한다.

필리핀의 하누누족은 새의 종류를 75개의 범주로 구분하고, 뱀들은 10여 가지, 물고기는 60여 가지로 분류한다. 곤충은 108가지로 분류하고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으며, 개미의 종류만도 13가지나 된다. -야생의 사고

하누누족은 계절을 건기와 우기로 나누기 때문에 색깔도 마른 색, 말라빠진 색, 축축한 색, 끈적끈적한 색 등으로 분류하는데, 사계절이 있는 사회의 관념과는 전혀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고방식을 야만적이라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면 잘못이다.

 

 

문화상대주의는 오지의 부족들을 상대할 때만 필요한 자세가 아니다. 자신의 문화가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지면 남에게 그것을 강요하게 된다. 특히 여러 민족과 종교가 어울려 살아가는 지역에서 그런 태도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중동과 발칸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로 불렸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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