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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21세기 - 후설(後說) 본문

고전/노자

노자와 21세기 - 후설(後說)

건방진방랑자 2021. 5. 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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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설(後說)

 

 

이로써 일단 나의 강의를 도경(道經)을 끝맺는 것으로써 마무리 지으려 한다. 시간이 되는대로 덕경(德經)(38장부터 81장까지)을 마저 다 쓰고 싶다는 말만 남겨두고 싶다. 의사로서의 내 임무와 연구에 다시 한번 몰두해보고 싶기 때문에 곧 공부방향의 회전이 불가피할 것 같다.

 

그러나 이 도경(道經)의 내용이 덕경(德經)의 내용을 충분히 포섭하고 있기 때문에 도덕경(道德經)전체의 논리와 느낌을 포착하는 데는 이미 집필된 세권의 책만으로도 충족할 것이다. EBS 56회 강의 내용이 노자에 관한 한 너무 불충분하여 마음에 걸렸는데, 3권의 내용으로 내 마음에 남은 거리낌을 말끔히 씻을 수 있어 여한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 무정재 내 책상머리에서 EBS 강의를 끝내는 셈이다.

 

철학은 지식의 나열이 아니다. 철학은 반드시 깨달음을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모든 철인들의 저작이 바로 그들의 삶에서 깨달은 것을 옮겨놓은 것이다. 그 깨달음을 내가 깨달아 다시 독자들의 깨달음으로 옮겨놓는 것을 나의 사명으로 삼았다.

 

언어란 본시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뜻이란 본시 삶의 깨달음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깨달음이란 논리가 아니고 느낌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을 읽어서는 아니 되고 느껴야 한다. 나는 나의 깨달음과 느낌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희열을 EBS 강좌를 통하여 만끽했다. 그것은 책이라는 문자매체와 TV라는 영상매체의 몽따쥬가 이룩한 쾌거였다.

 

학문이란 정직해야 한다. 학문이란 반드시 공유되어야 한다. 공유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일상언어로 명료하고 쉽게 풀이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러한 학문의 장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쉽게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정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자기자신이 명료하게 알고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우 고도의 학문적인 수련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의 글은 쉽게 쓰여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배면에 깔린 나의 엄청난 학문적 수고는 참으로 범인들이 함부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침묵할 지어다! 내 삶의 고뇌를 어찌 다 말에 담으리오.

 

엊그제 동네 국악하는 제자들이 모이는 곳이 있어 그곳에 잠깐 들렀는데 벽에 우연히 시 한 수가 걸려 있었다. 그냥 무심코 읽어 내려가는데 내 눈에 참으로 뜨거운 눈물방울이 맺힌다. 어려서부터 가까이 뵈었던 함석헌선생의 시였다. 당신의 삶의 느낌을 그냥 적으신 것 같다. 당신의 삶의 고뇌가 이러했으려니 생각하니 내 마음의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새 역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 한 사람만을 원할 뿐이다.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맡기며 마음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위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 만은 살려 두거라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 웃고 눈을 감을 수 있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찬성 보다도

아니,”하고 머리 흔들 그 흔한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천년 사월 육일

밤 여덟시 오십칠분

무정재에서 탈고

뜰 앞 목련 봉오리 터질 때

 

 

 

 

인용

목차 / 서향 / 지도

노자 / 전문 / 노자한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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