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살을 도려내거나 똥맛을 보거나 사슴젖 구하다 화살 맞거나 손가락 자르거나 한 이들
‘의부할고(義婦割股)’는 하양인(河陽人) 왕무자(王武子)의 처가 그가 환유(宦遊: 벼슬하여 타지에 삼)하고 있는 동안에, 그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하게 되었는데 그 부인이 효성이 지극하여 허벅지 살을 도려 내어 시어머니께 달여 드려서 그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이다.
‘금루상분(黔婁嘗糞)’은 남북조시대의 남제(南齊) 사람 유금루(庾黔婁)가 아버지가 병으로 위독해지자 벼슬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 병환의 차도를 알기 위해 아버지의 설사똥 맛을 보았다는 이야기이다.
상분(嘗糞)은 효행의 주요한 테마 중의 하나이다.
‘염자입록(琰子入鹿)’은 『이십사효』와 『효행록』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다.
두 눈을 실명해가는 부모를 살리기 위해 사슴젖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사슴젖을 구하는 염자의 이야기이다. 『이십사효』에는 염자가 주나라 사람으로 되어 있고 효행록』에는 가이국인(迦夷國人)으로 나온다. 염자는 사슴젖을 구하기 위해 사슴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사슴떼 속으로 들어가 젖을 짠다. 그러던 중 사냥꾼의 화살에 맞을 뻔하다가 구출되는 것으로 『이십사효』에는 기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효행록』에는 왕의 사냥행렬을 만나 화살에 맞는다. 염자는 왕의 화살에 맞아 죽어가면서 애통하게 부르짖는다[哀呼日]. “임금님의 화살 하나가 세 사람을 죽이는구려[王今一箭殺三人]” 왕이 그 까닭을 묻는다. 숨을 헐떡이며 대답한다: “내가 죽으면 나의 양친이 같이 죽게 되옵니다[我已死而兩親具死矣]” 그리고 숨을 거둔다. 왕이 그 부모를 데려오게 한다. 부모는 그 시체를 부둥켜안고 대곡진동(大哭振動)한다. 그때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天宮天帝] 감동하여 그의 입으로 약을 불어넣어 준다. 그러자 염자는 기적적으로 소생하였다[琰子得蘇].
『삼강행실도』의 효자도 끝머리에 실려 있는 본국(本國: 조선왕조)의 유석진(兪石珍) 이야기는 고산현(高山縣)의 아전의 효행에 관한 이야기이다【왜 하필 민중을 착취해서 먹고사는 아전을 모델로 썼을까? 불순한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아버지 천을(天乙)이 악질(惡疾: 아마도 간질류였을 것이다)을 얻었는데 매일 한 번씩 발작하여 기절하고 만다. 사람들이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석진이 밤낮으로 옆에 붙어 간호하고 정성을 다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석진은 하늘에 울부짖으며 호곡하며 사방으로 의약(醫藥)을 광구(廣求)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살아있는 사람의 뼈[生人之骨]를 피와 섞어 달여 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 석진은 이에 좌수(左手) 무명지를 짤라 그 말대로 달여 드리니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고 운운.
손가락 하나 고아 먹어봤자, 요즈음의 곰탕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어찌 곰탕 한 그릇으로 간질이 나을 수 있단 말인가! 조아가 물에 빠져 죽는 이야기도 우리나라 『심청전』의 리얼 스토리를 전해주는 고사일 수도 있다. 임당수에 빠져 죽는 심청이가 어찌 안락하게 용궁으로 간단 말인가? 그 순간 허우적거리는 심청이의 고뇌 속에 담긴 조선 여인들의 천추만한(千秋萬恨)은 오색찬란한 용궁의 신화적 각색 속에 단순한 선업선과(善業善果)의 해피엔딩으로 탈색 되어 버리고 만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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