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 착취(Exploitation)

착취

Exploitation

 

 

원래는 좋은 의미를 가진 말이지만 개념이 되면 나쁘게 쓰이는 용어가 있다. 그 반대로 일상적으로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말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원래 단결이라는 뜻이었던 파시즘이나 어의 자체는 덩어리라는 뜻에 불과한 콤플렉스가 전자의 예라면 착취라는 개념은 후자의 예다.

 

 

일반적으로 착취라면 고용주가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수 취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경제학 개념으로서의 착취는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정당한 방식으로 이윤을 수취하는 행위다. 착취를 뜻하는 exploit라는 영어 단어도 원래는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한다는 의미다.

 

자본주의 이전 단계인 고대 노예제 사회와 중세 봉건사회에서도 지배계급이 이익을 얻는 방법은 노예와 농노를 착취하는 것이었다. 그 메커니즘을 단순화하면, 노예 소유주와 봉건 영주는 노예와 농노에게 일을 시키고 생계와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만 대가로 준 뒤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이다. 지금의 법과 제도로 보면 가혹하고 부당한 짓이지만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처사였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 착취는 예전처럼 공공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신분상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계약에 의한 고용이 아니면 사람을 함부로 부릴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생산수단과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는 노동자와 계약을 맺고 정해진 시간 동안 노동력을 구매한다. 그 시간 동안 노동자의 노동력이 생산한 가치는 모두 자본가의 소유다.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노동이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에서 자신의 이윤을 얻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생산에 필요한 비용(재료비, 시설비, 세금 등),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한 비용을 염출(捻出)해야 하므로 미리 노동력의 가치를 계산한 뒤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를 정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착취의 과정이다. 이렇게 보면 착취는 자본주의가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고 정상적인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비록 자본주의 사회의 법적 기준에서 착취는 부당한 게 아니라 하더라도 도덕적인 면에서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우선 가치의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생산자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은 사회적 불평등과 비인간화를 초래한다. 게다가 자본가는 이윤의 수취를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노동자에 대한 착취의 정도가 갈수록 심화된다.

 

착취는 자본주의적 생산에 필수적으로 내재하는 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자본가 개인의 도덕심이나 선한 의지로 근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는 자본가들에게 호소하는 대신 혁명을 통해 사회 체제를 변혁시키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계승한 현실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착취가 폐지되지는 못했다.

 

 

 

 

 

 

인용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