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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개 야단쳤다고 내쫓긴 포영 처와 슬픈 효녀 심청의 프로토타입인 조아 본문

고전/효경

효경한글역주, 5장 조선왕조 행실도의 역사 - 개 야단쳤다고 내쫓긴 포영 처와 슬픈 효녀 심청의 프로토타입인 조아

건방진방랑자 2023. 3. 31.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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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야단쳤다고 내쫓긴 포영 처와 슬픈 효녀 심청의 프로토타입인 조아

 

 

한나라의 포영은 자()가 군장(君長)이었다. 포영의 처가 엄마 앞에서 개를 꾸짖었다. 그래서 포영은 부인을 내쫓아버렸다.

漢鮑永, 字君長. 妻於母前叱狗. 永遂去之.

 

 

이 고사는 매우 간단하다. 그 구체적인 상황설명이 없다. 그러나 시어머니 앞에서 개를 꾸짖었다고 조강지처를 내쳐버린다는 것은 바른 윤리라고 말할 수 없다. 소위 칠거지악(七去之惡)에 해당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고사에 대하여 우리나라 성리학의 개산조 중의 한 사람이며 여말 효행록을 엮은 권보ㆍ권준의 후손인 권근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주석을 달아놓고 있다.

 

 

존장(尊丈)의 앞에서는 개도 소리쳐 꾸짖지 아니 한다는 것은 예의 소절(小節)이다. 지금 포영의 부인이 시어머니 앞에서 개를 꾸짖었다는 것은 예를 몰라서 소절을 범한 것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용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포영이 부인을 내쫓고 말았다는 것은 어머니를 공경하는 마음이 더 중했던 것이다.

尊丈之前不叱狗, 此禮之小節也. 今鮑永之婦, 叱狗於母前, 是不知禮而犯小節, 宜若可恕也. 永遂去之, 是其敬母之心重矣.

 

또한 예로써 그 부인을 내쫓고 그 죄목을 명백히 밝히지 아니 한 것은, 그나마 다른 남자에게 용납되어 새로 시집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且禮出其婦, 而不明言其罪者, 欲使見容於他人而可以嫁也.

 

그러므로 포영은 그 허물이 커지는 것을 기다리지 아니 하고, 그 소절을 책망하여 내쫓아 딴 사람에게 새로 시집갈 수도 있게끔 한 것은 또한 충후(忠厚)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故永不待其過之大, 責以小節而出之. 令其可嫁於人, 亦忠厚之意也.

 

 

양촌 권근은 완전히 소설을 쓰고 있다. 부인을 내쫓은 것이 그나마 예를 갖추어 내쫓은 것이라는 논리를 펼 수 있는 하등의 실마리도 본문 고사에는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여말선초(麗末鮮初) 우리나라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도 이 고사는 좀 황당했다. 이러한 이유로 부인을 내쫓는다는 것은 권근에게도 비상식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여말선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여자들이 남자가 내쫓는다고 해서 굴하는 여자들이 아니요, 마음대로 딴 남자에게 개가할 수 있었다는 색다른 풍속도를 엿볼 수 있다. 조선 중기라면 이러한 권근의 주석은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행실도류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사회의 모랄이 어떻게 변모해갔는지를 규탐(窺探)할 수도 있다.

 

효아포시(孝娥抱屍)’의 고사는 14살 먹은 소녀의 슬픈 이야기이다.

 

조아(曹娥)는 회계(會稽)의 사람이다. 그 아버지가 무당이었는데 55일 강신(江神) 파사(婆娑)에게 강가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물이 급히 불어 그만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런데 그 시체를 건질 길이 없었다. 14살 먹은 어린 딸 조아는 강가를 헤매며 주야로 아버지 이름을 부르며 호곡하다가 17일만에 물에 빠져 죽어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은 채 물위로 떠올랐다. 후에 관민이 개장(改葬: 처음에는 초라하게 묻어 놓았다가 나중에 포상되어 크게 분묘를 다시 만들었기에 이런 표현이 사용된 것 같다)하고 비를 세웠다.

 

 

 

 이것은 정조 때 간행된 오륜행실도속에 나오는 효아포시(孝娥抱屍)의 판화이다.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듯이 기존의 행실도 판화와 비교해 볼 때 심청이 빠져 죽은 임당수의 성난 물결이 튀어 오르는 듯 그 텃치가 너무도 리얼하다.

조아(曹娥)17일 동안이나 강변을 헤매였으니, 아비의 주검이 떠오른 것을 목격하고 그것을 건지기 위해 투강(投江)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주검을 꼭 부둥켜 안은 채 익사한 것이다.

조아의 이야기는 결코 신화(myth)적 각색이 아니라 리얼한 삶의 이야기로 보여진다.

 

 

인용

목차

원문 / 呂氏春秋』 「孝行/ 五倫行實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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