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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구봉서의 시
具鳳瑞號洛洲, 兒時月夜與群兒, 入白沙相公宅偷蓮, 白沙問: “汝何不讀書, 反偸蓮爲?” 具對曰: “書旣盡讀, 故只事浪遊耳.” 曰: “吾將呼韻, 不能撻之.” 遂呼遊字, 具卽應曰: ‘童子招朋月下遊.’ 復呼秋字, 卽曰: ‘相公池館冷如秋.’ 白沙知其能詩, 欲窘以强韻, 呼牛字, 卽曰: ‘昇平事業知何事, 但問蓮花不問牛.’ 時稱奇童.
해석
具鳳瑞號洛洲, 兒時月夜與群兒, 入白沙相公宅偷蓮, 白沙問: “汝何不讀書, 反偸蓮爲?”
구봉서(具鳳瑞)의 호는 낙주(洛洲)로 어렸을 때 달 밝은 밤에 여러 친구들과 백사 상공의 집에 들어가 연꽃을 훔치려는데 백사가 “야들아 어째서 책을 읽진 않고 연꽃을 훔치려 하니?”라고 물었다.
具對曰: “書旣盡讀, 故只事浪遊耳.”
구봉서가 “책은 이미 다 읽었기에 다만 멋대로 놀고만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曰: “吾將呼韻, 不能撻之.” 遂呼遊字, 具卽應曰: ‘童子招朋月下遊.’
백사가 “내가 운을 부를 건데 짓지 못한다면 매타작 할 거란다.”라고 하고서 마침내 ‘遊’ 자를 부르니 구봉서가 곧바로 다음을 지었다.
童子招朋月下遊 | 아이가 벗 불러 달 아래서 노는데 |
復呼秋字, 卽曰: ‘相公池館冷如秋.’
다시 ‘秋’ 자를 부르자 곧바로 다음을 지었다.
相公池館冷如秋 | 상공의 연못, 춥기가 가을 같아. |
白沙知其能詩, 欲窘以强韻, 呼牛字, 卽曰: ‘昇平事業知何事, 但問蓮花不問牛.’
백사가 시를 지을 수 있음을 알고 험운(險韻)으로 막히게 하려 ‘牛’ 자를 부르니 곧바로 다음을 지었다.
昇平事業知何事 | 태평성대의 사업은 무슨 일로 아는가? |
但問蓮花不問牛 | 다만 연꽃만을 묻고 소는 묻질 않는구나【『한서』 「병길전(丙吉傳)」에 병길은 한 선제(漢宣帝) 때의 이름난 재상이다. 병길이 어느 날 싸우다가 길에 엎어져 죽은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으나 소가 헐떡이는 것을 보고는 소를 몇 리나 몰고 왔느냐고 물었다. 혹자가 그 까닭을 묻자, 병길은 “싸우다가 죽은 자는 장안령(長安令)이나 경조윤(京兆尹)의 담당이지만 날이 그리 덥지 않은데 소가 헐떡거리는 것은 음양이 조화를 잃은 탓으로 이는 재상이 근심해야 할 일이다.”라고 하였다.】. |
時稱奇童.
당시에 기특한 아이라 일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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