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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애노희락의 심리학, 제2부 체질에 따른 약점과 그 극복, 제9장 태행과 독행 - 4. 나심과 재간 / 소양인의 태음 기운: 소양인의 자기 비하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제2부 체질에 따른 약점과 그 극복, 제9장 태행과 독행 - 4. 나심과 재간 / 소양인의 태음 기운: 소양인의 자기 비하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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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인의 자기 비하

 

나심(懶心)의 극복을 위해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이 자기 긍정감이다. 소양인은 모든 감정이 기복이 좀 심한 편이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 역시 기복이 심하다. 일을 벌일 때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높은 상태에서 벌인다. 힘이 벅차면 그 평가가 갑자기 낮아진다. 그 상황이 되면 그냥 뒤로 나자빠져서 남들보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버틴다. 그래서 나심(懶心)을 동무(東武)자비(自卑)’라고 설명한다. 태음인의 치심(侈心)자존(自尊)이라고 설명한 것과 대를 이룬다. 자기 비하의 마음이 나심(懶心)이라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엄마가 파출부인 줄 아니?” 어떤 상황일까? 저녁 설거지 다 끝날 즈음에 아이들이 도시락을 꺼내놓을 때 하는 말이다. 이게 약한 나심(懶心)의 표현이면서 과심(誇心)도 약간 섞인 재미있는 경우다.

 

아이들은 쉽게 무언가에 몰두하고, 그러면 쉽게 잊어버리는 법이다. 빈 도시락은 저녁 설거지 시간 이전에 싱크대에 놓아야 한다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이 엄마를 무시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은 아니다. 그것을 엄마에 대한 무시로 확대해석하는 마음이 생기면 나심(懶心)이 발동된다. 물론 엄마가 다른 일들을 벌여놓은 것이 많을수록 그런 상황에서 나심(懶心)이 생겨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데 감히 무시하느냐는 마음이 드니까.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몰두할 때 배우는 속도는 지시에 의해 강제될 때 배우는 속도보다 월등히 높다. 아이들은 배울 것이 많기에 몰두할 기회를 많이 주고자 지나친 규율이나 약속으로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아이들이 정해진 약속을 하나도 잊지 않고 다 지킨다면 이미 사회에 나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고, 더 이상의 급속한 학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매사에 진심으로 몰두하지 않고, 적당히 몰두하는 버릇이 배었다는 것이다.

 

물론 더 훈련이 되면 몰두할 때는 몰두하면서도 약속이나 규칙은 지키는 요령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수준은 사회인이 되었어도 자기 발전 욕구를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의 숙련 끝에나 얻을 수 있는 경지다. 아이들에게 요구할 내용이 아니다.

 

결국 사회적인 기준, 사회적인 약속을 가정 내에서 요구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약속한 것 지키라는 건 사회적으로는 당연한 요구고 약속을 어기는 것은 요구한 사람에 대한 모욕이고, 무시다. 그러나 가정이나 작은 집단에서도 이를 무시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무시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왜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울컥 일어나면서 파업 분위기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 나심(懶心)이다. 위의 파출부 발언은 나심(懶心)이 본격 발동된 것은 아니고, 파업 모드로 들어간다고 경고한 수준인데, 과심(誇心)이 섞이면서 표현이 좀 과격해진 것이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나심(懶心)이 심해졌을 때는 이를 비난하면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된다. 자기 비하의 감정 상태에 들어 있는 것이라서 정당한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심지어 비판을 넘어서 비난이 되면 바로 신경질적 반응을 보일 뿐이다. 그냥 힘들지? 좀 쉬어라고 말하고 대신 해결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고는 대충 마무리된 다음에 다음에는 일을 벌이기 전에 의논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수밖에. 그럴 때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니까 너무 무리하는 것은 싫다라는 말을 덧붙이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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