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심(侈心)과 위의(威義)의 예
치심(侈心)에 대해서도 유명인의 예를 좀 들면 이해가 쉬울 텐데, 뭐 너무 흔해서 굳이 예로 들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군사 문화에서 갓 벗어난 상황이나 천민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는 태음인의 치심이 발동하기 아주 좋은 상황이다.
태음인인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의 90% 이상이 치심(侈心)을 강하게 내보이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교수, 의사 같은 직업에도 치심(侈心)이 강한 사람이 어느 정도 절제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느껴진다. 심지어는 종교인 중에도 치심(侈心)이 강하게 읽히는 사람이 많으니까. 기술자 집단이 비교적 치심(侈心)이 덜 드러나는 집단인 듯하다. 치심(侈心)은 굳이 특정인을 예로 들지 않겠다. 주변에 찾아보면 무지하게 흔하니까.
위의(威義) 쪽의 예로는 황희 정승이 적절할 듯하다. 검정 소와 누렁 소의 유명한 일화나 소개하고 넘어가자.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일까?
황희 정승이 젊었을 때 길을 가다가 검정소 한 마리와 누렁소 한 마리를 데리고 논을 가는 농부를 보았단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여보 농부, 그 두 마리 소 중에 어느 놈이 일을 잘하오[二牛何者爲勝]?”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농부가 논갈이를 중단하고 길로 나오더니 젊은 황희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검정소가 일을 더 잘한다[此牛勝]”고 하더란다. “아니, 뭐 그만 말을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귓속말로 하오[何以附耳相語]?”라고 되물으니, 농부가 답하기를 “누렁소가 들으면 기분 나쁠 것 아닙니까[此勝則彼劣, 使牛聞之, 寧無不平之心乎]?” 하더란다.
순간 젊은 황희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이 깨달음을 평생 지키고자 했다고 한다. 정승이 되고 명재상의 소리를 듣게 된 것이 다 이 깨달음 덕분이라 하던데, 물론 야사니까 전적으로 믿을 바는 못 되지만 그런 야사가 내려온 것도 황희 정승의 처신이 그런 야사에 어울릴 만하니까 내려오게 되었을 것이다. 말한 농부도 대단하지만, 순간 깨달은 황희 정승도 보통이 아니다. 그 깨달음이 결국은 위의(威義)로 이어지는 것이다.
막상 황희 정승의 위의(威義)가 표현되는 모습은 이야기를 안 했는데, 황희 정승의 일화는 이 책 저 책에 많이 나오니까 독자들께서 직접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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