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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훈련병 - 01.03.25~31 신교대 다섯째 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훈련병 - 01.03.25~31 신교대 다섯째 주

건방진방랑자 2022. 6. 2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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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한계(특공대를 보고서)

人間之限界(視於特攻隊)

 

01325()

 

 

오늘 <인간극장> ‘특공대편을 보았다.

今日視於人間劇場之特攻隊하다

 

혹한의 겨울 훈련 중에 인간의 한계를 생각해보다.

惑寒之冬季之訓練中想人間之限界하다

 

인간의 한계는 없는가? 한계와 한계 없음의 차이는 무엇인가?

與人間之限界乎何差限界和非限界

 

그 차이는 체력에서 비롯된 한계가 아니요, 의식에서 비롯된 한계이다.

其之差非於體限이오 差於意限이라

 

만약 의식이 바르고 견고하다면 아무리 육체가 되게 고통스러울지라도 그걸 이겨낼 수 있고

若猶意之正而堅이오 深苦之肉이라도 可以克己

 

의식이 바르지 못하고 얄팍하다면 몸이 편하고 즐거울지라도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한다.

若猶意之不正而薄이면 安樂之體라도 不可以克己

 

그렇기에, 하물며 핑계댈 생각을 가지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야 더욱 강해질 테니

不着以況稱託之念이오 專正於我之心하야 益爲强이니

 

마음이 굳건한 사람은 자기를 이길 수 있다.

心之强者我之克也

 

사람에게 한계는 없고 오직 마음이 움직이는 데에 따라 있을 뿐이다.

人間之限界無哉唯心有之所動耳

 

 

 

 

 

날씨변화와 군대적응

 

01326() 크게 춥고 바람이 많이 붐

 

 

인생목표
頭內獄若忍三個始幸福이라
머릿속에 참을인[] 세 개를 넣어둔다면 비로소 행복이라네.
 
생활신조
()ㆍ망()ㆍ애()
: 믿는다는 건 나와 너를 바라는 것이다[信者 望以我而汝]
: 바람이란 희망의 내실을 보지하는 것이다[望者 持於希之裏]
: 사랑이란 사람들의 행동을 즐기는 것이다[愛者 樂於人之行也]
 
가장 존경하는 인물/ 이유
후광(後廣) 김대중: 소신이 강하다 / 인간미가 넘친다
어머니: 책임 의식이 강하다

 

 

모처럼만에 북방의 매서움을 느꼈다. 토요일엔 이젠 완연한 봄이구나!’하고 느낄 정도로 따사로움보단 오히려 뜨스함을 느끼며 이제 연습하기 좋은 날씨는 다 지났구나하고 느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오늘은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침에 구보를 하러 나갈 때, 아니 새벽에 불침번 보고하러 갈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영하 1~2도였기에 별로 추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잠을 잘 때에 좀 덥다 해서 뒤척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상의를 탈의하고 있으려니, 예전엔 느낄 수 없었던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오늘 하루의 날씨에 대한 복선의 역할이었음에 부인할 여진 없다.

 

날씨는 전형적인 봄날씨 답게 따스했다. 그건 오늘 낮 날씨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게 했다. 그건 전혀 기대 밖이었다. 스산한 북방의 냉혹한 바람은 우리들의 몸을 움츠러들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조금이나마 익숙해진 삶에 대한 반항을 일으키게 했다. 다시 한번 과거가 무의식 속에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갔다. 그러므로 과연 이런 삶(군생활)을 잘 이겨나갈 수 있을까 생각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익숙한 것들이 날씨의 기복으로 금세 변한다는 게 무척이나 어이가 없으며 모든 의식 하의 사고 영역이 날씨로 인해 불현듯 생각하게 된 무의식 하의 암울한 사고 영역에 귀속되므로 삶을 영겁(永劫)의 길이만큼이나 막막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 한심스러웠다. 이젠 다시 날씨가 좋아져서, 각개훈련을 받는 내일부턴 날씨가 좋아져서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대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밥 정량만 먹기와 주님의 개입(?)

 

01327일 구름 낀 후 눈이 옴

 

 

3월 말에 눈이 온다. 전주라는 온화한 땅덩어리에서만 살아온 나에겐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듯이 저번 주에 유주승 조교가 여긴 4월에도 눈이 오고, 그렇다고 여름엔 시원한 것도 아니고 ㅈㅃ지게 뜨거운, 이상한 동네다라고 했을 때도, 난 그 말을 그저 흘려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눈이 오는 걸 보니, 역시 경험만이 최고라는 실감이 난다.

 

오늘 날씨가 나의 몸 컨디션을 제대로 반영해 준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사이렌 소릴 듣지 못할 정도로 잘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 또한 구름은 별로 없이 맑았으며, 왠지 어제와는 다른 날씨가 오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속이 거북해져 옴이 느꼈다. 너무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위염 증세였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후끈후끈 거렸음은 물론 정신까지 혼미해질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점심도 제대로 넘어갈 리 만무했다. 맛있는 생선가스가 나왔음에도 맛있게 먹을 수 없었다. 밥맛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후엔 바람이 더 심해지고 날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 그럼에도 난 오후 훈련인 각개(各個: 포복ㆍ낮은 포복ㆍ높은 포복ㆍ응용 포복)까지 다했다. 분명 속은 괜찮았었다. 하지만 머리가 지끈 지끈 거려서 여전히 밥 먹을 기분은 아니었다. 그에 덩달아 잠만이 올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녁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깔짝깔짝 뒤엎어가며 먹었던 거다. 하늘에선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의 목표는 밥 정량만 먹기이다. 그런데 어젠 그 양이 생각 이상으로 조절되지 않아 목표 이행에 실패한 뒤였다. 그래서 오늘 또한 그 목표를 세운 것인데, 여전히 못 지킬 것을 안 주님이 이러한 아픔을 주심으로 아예 못 먹게 하려는 것인가?

 

오늘 각개훈련이 많이 힘들었고 여러 상황들 때문에 더욱더 힘에 겨웠다. 내일은 어떻게 버틸까? 내일은 안 아팠으면 좋겠다. 주여!

 

 

 

 

 

땅바닥과 친해지다

 

01328() 쾌창한 날씨

 

 

아침에 일어나니 말번이었던 아이에게서 눈이 쌓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덩달아 체감 기온이 영하 5도라는 얘기를 한다. 그저 각개훈련을 받아야만 하는 오늘이 암담할 뿐이다. 어제 그렇게 추운 날씨 가운데서 훈련 받았던 아픔을, 오늘 다시 경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서 벗었던 내복을 다시 챙겨 입고 깔깔이를 입는 등, 중무장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서서히 접어들어 오후가 됨에 따라 하늘은 점차 환하게 개고 있었다. 그날 햇빛을 충실히 받고 있던 지면은 유난히 빛나 보였다. 그에 따라 기분도 좋아졌지만, 좀 눅눅해진 땅에서 구를 걸 생각하니, 까마득하고 심란하기만 하더라.

 

그렇게 각개전투장으로 이동하였다. 오늘은 어제 같이 되풀이 되는 한 가지 동작만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침투식 교장과 각개 교장을 번갈아가며 훈련하였기에 힘이 배로 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쉬는 시간 없이 꾸준히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었기에 사람의 인내심을 심히 시험하는 것이었다. “땅바닥과 친해져서 하늘이 그리워지게 될 거야라는 조교의 말이 새삼 진리인 양 느껴졌다. 그만큼 땅과 함께 한 시간이 많다는 것이고, 힘들 땐 오로지 지면만 보아야 했으니까. 거의 3~4번을 그렇게 도는 데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고 너무나 갈증이 심했기에 물의 귀중함을 새삼 깨달을 수 있는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설사는 괴로워

 

01329()

바람이 불다가 눈이 조금 옴

 

 

요근래 속이 별로 좋지 않음을 느꼈으며, 그에 따라 밥맛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그러던 오늘 나의 병이 설사인 걸 알았다. 어제 초번초를 총기점오의 연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마무리 짓고 긴장이 풀어진 순간에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던 찰나에 엉덩이 쪽에서 방귀가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뭔가 뜨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 딱 한 번 경험해봤던 그런 찝찝한 기분이, 지금 이 순간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난 불침번 보고를 마치고 오자마자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건 기정사실이었다. 물끈한 게 팬티에 그득 묻어 있었기에, 그런 현실이 혐오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과연 내가 인간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게 금세 뒷처리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오늘은 기록사격이 있다. 아침부터 배가 더부룩함이 느꼈고, 그에 따라 빨리 배설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려가서 볼 일을 보았는데, 설사가 이렇게 많이 나올 수가 없었다. 어제저녁에 눴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쏟아져 내렸다. 밥 먹고 와서 또 누니,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그렇게 설사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자동화 사격장에 도착해서, 그곳에서도 볼 일을 봤고, 합격을 한 후에 빨리 도착한 내무실에서도 또한 봤다. 미치겠다. 먹는 족족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빨리 나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래야만 군생활도 별 어려움 없이 해나갈 수 있을 텐데. 좀 지저분한 이야기이지만, 그게 나인 걸 어쩌랴~

 

 

 

 

 

기록 사격에 합격한 기쁨

 

01329()

 

 

오늘은 기록 사격이 있는 날이다. 원랜 저번 주 목요일에 했어야 했지만, ‘산불때문인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 기록 사격을 하게 된 것이다. 저번 주에 꽤 성적이 좋게 나왔기 때문에, 오늘 만발의 조짐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곤 있었지만, 이번 주 들어 갑자기 나빠진 건강 상태와 오늘 들어 좀 스산해진 날씨 때문에 불길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막상 사격장에 도착해보니, 날씨가 꽤 더웠을 뿐더러 햇살까지 따스하였기에 조금의 희망을 직감케 하였다. 하지만 잠시 후, 도보로 상승했던 체온이 식어감에 따라 스산한 칼바람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따스한 햇살이 먹구름 저편으로 숨어 버릴라치면, 온몸이 소리 없이 상하좌우 반동의 몸놀림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실전 사격을 위해 사선(射線)에 올라섰다. 차가운 바람과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거대한 떨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또한 놀라운 점은, 연습 사격 때와는 달리 표적판이 올라왔다가 맞거나 시간이 되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러한 달라진 규칙들이 우릴 잔뜩 긴장으로 몰고 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한 발, 한 발을 나름대로 신중히 쏘았지만 250사로는 1, 200사로는 8, 100사로는 5발을 맞춰서 간신히 합격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빨리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내무실 안에는 나까지 합해서 일곱 명 밖에 없다. 5소대는 말번이라 아직도 못 쏜 아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만에, 아니 군입대 후 처음으로 7명만 있으니 내무실 안인데도 춥더라. 그렇지만 밖에서 차가운 바람과 눈을 맞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이 시간이 축복임을 알 수 있다. 행복하게 누리련다. 이 기쁨을.

 

 

 

 

 

햇살 찬가(讚歌)

 

01330()

 

 

이곳은 강원도 철원이다. 뉴스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곳은, 혹독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난 여름까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이렇게 단정 짓는 게 무척이나 어색하지만 이곳에서 일년 이상을 살아온 기간병들의 말을 빌리자면 겨울엔 영하 20도까지도 내려가며, 여름엔 영상 30~50도까지도 올라간댄다.

 

난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3월 말임에도 기온이 영하를 밑돌며 눈이 우수수 내리는 이곳은 따스한 햇살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곳이다. 그렇다고 아예 햇살이 안 뜨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날씨가 맑을 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덥기 때문이다. 그러하다가도 햇살이 구름 속으로 사라질라치면, 날씨는 급격히 반전되어 몹시 추워진다. 이곳은 유난히 바람이 심한 곳일 뿐더러, 그런 바람이 그저 가볍게 부는 살랑바람이 아니라 완전히 무장한 뼛속까지 스며드는 칼바람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내심 햇살을 묻어버린 구름이 원망스럽고, 교육 중에도 하늘을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햇살이 충일(充溢)하다는 게 그렇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또 있을까?

 

그러다 햇살이 빼꼼히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면 추위도 냉각되어버린 토지를 따스함으로 데워주며, 그곳에 있는 우리에겐 생기의 제공과 함께 희망을 제시해준다.

 

이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 햇빛, 그건 행복이다.

 

 

 

 

일상이 그리워지던 순간

 

01330()

구름 가득하나 맑고 따뜻함

 

 

집에 있을 때, 따스한 이불을 덮고 오락기 패드를 붙들고 오예스와 같은 초콜릿 파이류의 과자를 먹으며, 냉장고에 있는 단맛 나는 음료수로 목을 축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군에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엔 왠지 모르게 오예스를 먹으며 그렇게 단맛으로 배겨 버린 목에 한 줄기 음료수를 냅다 들이키고 싶다. 지금은 그런 욕구가 강할 뿐이다. 이대로라면 백일휴가 , 기차를 타고 가면서 오예스 한 박스, 아니 세 박스를 사다 금세 먹어버릴 수 있을 것 같고, 음료수 1.5리터를 사다가 꼴깍 들이킬 수 있을 것만 같다. 기차 안에서 주위 사람들의 의식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내 억압된 아니 억제된 욕구만을 충족시킬 것이다.

 

집에 있을 당시엔 그렇게 주어지는 것들에 대해 별 반응이 없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주위에 그런 것들이 널려 있다면, 언제나 선택적으로 취식,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늘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동요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그 반대라면, 평소의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런 상황이 오길 바랄 수밖에 없다.

 

군에선, 아니 지금 훈련병 상황에선 PX 이용도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거의 웬만하면 음료수와 함께 파이류를 취식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에 그런 불만족은 애착을 자꾸 불러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빨리 PX를 내 맘대로 이용할 수 있을 때가 오던지, 아님 휴가를 빨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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