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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훈련병 - 01.04.08~14 신교대 마지막 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훈련병 - 01.04.08~14 신교대 마지막 주

건방진방랑자 2022. 6. 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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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지켜야 할 것

 

01411() 비 오고 추움

 

 

군생활 한 달 만에 얼마나 느낀 게 많겠느냐만은, 그래도 훈련병 생활을 마칠 정도의 짬밥을 먹어가는 가운데 깨달은 것이 있기에 이곳에 적어보고자 한다.

 

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군기(軍氣)일 것이다. 군기를 확립하기 위해선 무엇 무엇이 필요할까?

 

그 첫째는 마음가짐이다. 한 순간, 한 순간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그렇게 자기를 움직여 가는 것이다. 늘 한 가지 관념을 지속해나간다는 건 지루함으로 인해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적응과 그에 대한 더 큰 시련을 이겨 나가려는 다잡음의 되풀이 형식 사이에서, 더 큰 시련이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면 저절로 해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것이기에,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자기 다짐이나 기도를 통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는, 감정을 바로 얼굴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이건 곧 자기감정의 절제, 자기감정의 통제라 할 만하다. 싫으면서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 하에 일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집단생활에서 특히 필요한 것이다. 감정의 절제는 결코 자기의 의지만으론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의식중에 자기의 감정은 드러나게 마련이니까. 그러하기에 그저 부단히 노력해가며 자기를 갈고 닦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들, 즉 성실, 절제의 측면을 최대한 살려 군생활을 해나간다면, 즉시 선임병에게 인정받는 후임병이 될 것이며, 후임병들에게 대접받는 선임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냉혹한 사회를 파헤쳐 나갈 수 있는 밑거름임을 모두 다 부인할 필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사회생활을 결국 해나갈 나에게 도움을 주리라 단정할 순 없다. 이른바 아무 데서나 침을 뱉을 수 있는 행위는 몇 만원이 부과되는 경범죄에 해당하며, 잘못한 사람에 대한 욕설적 훈계는 치욕스러움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인간관계의 단절을 초래하며, 욕심으로 인해 밥을 무작정 많이 푸고, 그걸 남기는 경우는 일반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건 뷔페집에선 어느 정도의 벌금을 각오해야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군생활 가운데 얻어서 나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반드시 구분하고 명확히 인식하여 이곳에서 진정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 육군이 될 수 있도록 하자. 스스로를 성장시킬 밑바탕을 여기서 만들어나가자.

 

 

 

 

 

비의 노래

 

01411일 폭우

 

 

철원에 처음으로 비가 내린다. 철원엔 눈만 내리는 줄 알았기에 비가 온다는 게, 왠지 평범한 일임에도 특별한 일인 양 느껴진다. 비가 오니깐, 정말 삶의 짐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무거워 봐야 일기에 의한 단순한 의욕 저하일 뿐일 텐데 말이다.

 

비가 오면 모든 활동은 제약된다. 적어도 비가 내리면 야외활동이 주를 이루는 군생활엔 치명적이란 얘기다. 민간인들이야 우산, 차 등을 이용해서 비라는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테고 거기에 덧붙여 뛰거나 대피하는 행동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군인은 절대 뛸 수 없을 뿐더러, 불가피할 경우에는 우산은커녕 판초우의 만을 걸치고 비에 저항해야 한다. 두 손은 언제나 자유로워야 총기를 사용하거나 지뢰매설이 가능하니 우산을 써선 안 된다. 그렇게 일기(日氣)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정신 말이다.

 

하지만 그나마 우린 낫다고 할 수 있다. 밥 먹으러 가는 동안 잠시만 비에 맞서면 그만이지만 우리보다 일주일 늦은 주황색 표딱지 아이들은 오늘부터 숙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숙영을 우리가 할 땐, 날씨가 그다지 춥지도 덥지도 않았기에 이불만을 꼭 덥고 자면 그만이었다. 그에 반해 다음 기수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기에, 비를 하루종일 맞아야 하기에 훈련은 더욱 빡실 것이다. 그 아이들 중엔 학과 선배인 하경문 형이 있기에 왠지 더욱 신경이 쓰이는 거다.

 

비가 내린다는 게 적어도 나에겐 커다란 아픔이었다. 비가 언젠가는 기쁨게 느껴질 날도 오겠지.

 

 

 

 

퇴소식 날에

 

01413() 차가운 바람이 분 맑은 날씨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퇴소식이 있는 날이다. 끝은 시작의 다른 이름임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의 과정이 끝난다는 사실은 정말로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오늘의 퇴소식을 위해 어제 하루종일 연습해온 터이다. 도저히 군대의 이러한 행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딱딱 맞는 획일성이 군기의 상징이라 하지만 이와 같이 30분 정도의 행사를 위해 온 병력을 무려 하루 동안이나 반복연습을 시키는 일은 주객이 전도된 어처구니 없는 일이란 생각만 드니 말이다.

 

어제 너무 지겹도록 연습해왔기에 별문제 없이 해낼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러한 믿음을 믿어주지 않은 채 오늘도 한 시간 가까이 연습한다고 하더라.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마지막이라는 행복감도 있고 의장대, 군악대의 실제 모습을 보며 연습을 하니,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그렇게 퇴소식은 끝나 갔다.

 

아쉬운 점은 퇴소식이 끝나자마자 2연대로 자대배치를 받은 우리들은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불려나갔다는 점이다. 어젯밤에 그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들에게 인사하며 즐기지 못했다는 게 무척이나 아쉬웠다. 간다! 새로운 환경으로, 드디어 우린 2년 동안 생활해야 하는 자대로 가며 본격적인 군생활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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