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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훈련병 - 01.03.11~17 신교대 셋째 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훈련병 - 01.03.11~17 신교대 셋째 주

건방진방랑자 2022. 6. 2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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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초코파이

 

01311() 화창한 날

 

 

입대 후, 처음으로 교회에 간 날이다. 어제 우리의 조교인 손병장님께서 군에서 하는 게 어디 종교 활동이냐? 그저 먹을 것을 먹기 위해서 가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그건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었으며, 종교의 본질성이 훼손된 예였다.

 

예배를 9시가 좀 넘은 시간에 드렸다. 찬양 시간일 때만 해도, 나도 그랬지만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하지만 설교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의 눈뿐 아니라, 나의 눈까지도 썩은 동태마냥 게슴츠레해졌다. 눈이 스르르 감기며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며 연거푸 인사를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오늘 새벽에 2시간 불침번을 서고 30분을 빨래하고 목욕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제야 현식이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까닭이 납득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사회자의 초코파이 나눠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아이들의 눈은 언제 머리를 주체하지 못했느냐는 듯이, 다들 머리를 추켜들었다. ,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인 양 다들 기대에 들떠 있었던 거다.

 

우린 지금 제한된 활동 영역 안에서 살고 있으며, 그에 따라 먹을 것이 통제되어 있다. 그러니 군에 와선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할 뿐 아니라, 간식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초코파이 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엔 불만이다. 종교란 하나님의 구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런 부족함을 미끼로 미혹한다는 건 상술적이지 않나 싶다. 진정한 종교성이 확립되어, 마음속에 확신이 굳어졌으면 좋겠다.

 

 

 

 

 

작은 감사

 

01313()

 

 

의정부 306보충대에서 6사단 신병교육대로 배치를 받고 도착했던 지난 토요일(3), 그날은 이미 입춘(立春)이 지났음에도 스산한 바람과 함께 하늘에선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3월은 봄이 약동하는 날씨인데 눈이 온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롭게 느껴졌다. 전주에선 이번 겨울 내내 겨우 두 번밖에 눈이 내리지 않았기에 함박눈을 본 것이니 가슴 설레긴 하더라. 그러면서 역시 여긴 철원이구나!’하는 앞날의 막막한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렇게 추운 날씨 속에서 한 주를 지냈다. 우선 군대라는 특정집단에의 강요가 나를 강하게 억눌렀으며, 따스한 남쪽 나라에서 자라온 내가, 냉혹한 북방 기후에 맞서서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나를 억압해 왔다. 그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조금이나 날씨가 풀릴라치면, 그렇게 하나님께 감사할 수 없었고 정말로 행복하기도 했다. 이런 행복이야말로 늘 나한테 주어졌던 것인데, 난 그걸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하긴 행복의 계속은 그저 있어야 할 현실일 뿐이기에 그런 계속됨이 잠시라도 중단된다면, 결코 불만의 요소로 절하될 뿐이다. 그게 조물주에게 불만을 품게 되는 인간의 원인인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완연한 봄날씨였다. 너무 좋았기에 총검술을 8시간해야 했기에 더워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깔깔이, 귀마개, 장갑 모든 걸 벗고 연습을 했던 것이다. 몸은 고단하지만 날씨가 맑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주님 감사합니다.

 

 

 

 

건강의 소중함

 

01315()

 

 

목감기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작년 내내 감기라는 하찮은 병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감기라는 질병은 나와 무관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방심은 긴 허점이듯이, 감기란 질병은 그런 허점을 타고 일거에 밀고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목이 많이 아픈 상태이고 기침이 나올라치면 괴로운 상태이다. 건강에 대해서 확신하지 말라는 것, 그건 진리이자 사실이다.

 

아프기 전엔 건강에 대해 그 귀중함을 알지 못한다. 경험, 이전엔 무엇이든지, 귀중함 내지, 소중함을 느낄 수 없다는 건 비극이고, 그로 말미암아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건 절망이다. 결국 나에게서 몸의 건강을 잃음으로 삶의 중요함을 느끼게 될 때에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거다.

 

지금 이 상태로의 건강에 대해 만족한다. 움직이는 데에 아무 부담이 없다는 건 크나큰 행복이니까. 하지만 욕망은 끝이 없기에 감기 또한 빨리 나았으면 하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어이없는 벌에 대해

 

01316()

 

 

8시간 동안 사격예비훈련을 했던 날이다. 오전 훈련이 너무나 힘들었다. 특히 PRI(Preliminary Rifle Instruction, 무의탁사격, 無依託射擊) 훈련은 너무도 힘들었다. 다른 조들은 조금씩만 반복한 데 비해, 우리 1조는 거의 20분간을 훈련 받았기 때문에 힘들어 지칠 수밖에 없었다.

 

“250사로봤!”이란 구호와 함께 10초 안에 2보 전진 후, 엎드려 쏜 다음에 다시 무의탁 사격 자세로 돌아와야 하기에 힘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오후에도 이와 같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크나큰 심리적 암박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오후엔 그렇게 빡시게 훈련을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몸은 몹시나 무거웠다. 전투야상 상하의가 흙범벅이 되었기에, 오후 훈련으로 땀이 나서 걱정스러웠기에 빨리 환복(換服)을 했다. 그러던 찰나 스피커에선 황당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5분 내로 모든 복장을 착용하고 연병장(練兵場)으로 모이라는 것이다. 다들 각자 맘속에 쌓여 있던 불만들을 욕지거리로 토로하기 시작했고, 그런 토로는 오늘 하루의 모든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모인 연병장에선 앞에총을 한 상태에서 훈련소 주변을 돌게 만들었다. ‘체력 단련시간이었기에 그렇게만 생각하며, 조금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뛰었다. 그러나 그런 냉혹한 체력단련 후에 아이들(철수, 승국)의 말을 들어보니, 아까 전에 교관에게 아프다고 말했던 우리 내무반 아이들 때문에 체력이 약하다는 판단 때문에 갑자기 체력단련을 하게 되었노라는 것이다. 난 그 어이없는 벌론(罰論)’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아이들에게 투사(投射, projection), 즉 떠넘기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모두 맘이 아프고, 몸은 무지 고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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