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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친족관계의 보편적 질서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6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 근대 너머의 철학을 위하여 - 2. 레비-스트로스와 구조주의, 친족관계의 보편적 질서

건방진방랑자 2022. 3. 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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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관계의 보편적 질서

 

 

그러면 그가 경험적 연구를 통해 도달한 곳은 어딜까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무의식적 기초는 무엇일까요? 그가 도달한 곳은 한마디로 근친상간 금지’(incest taboo)라는 규칙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주목합니다.

 

인간이란 생물학적 존재면서 동시에 사회적 존재지요. 그런데 그는 인간이 편입된 곳이 자연인지 사회인지, 자연인지 문화인지를 구별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합니다. 즉 자연이 끝나고 문화가 시작되는 곳이 어디냐는 거죠. 그것은 또한 동물과 달리 어떤 규칙이나 질서가 안정성과 지속성을 갖도록 해주는 것은 무엇이냐는 물음입니다. 친족관계의 기본구조의 첫 번째 장은 바로 이 자연과 문화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규칙’(rule)보편성’(universality)을 대비시켜 정의합니다. 규칙은 문화에 해당되는 특징이고, 보편성은 모든 인간이 자연적 존재로서 갖는 특징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규칙은 특수적이며 상대적이지만, 보편성은 자연발생적이고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어떤 규칙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보편성을 갖는다고 합니다. ‘근친상간 금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즉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하게 규칙과 보편성이란 양자를 결합하여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사회적 집단에서 예외없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는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연결해 주는 축인 셈입니다. 근친상간 금지라는 선을 통과하면서 자연적 존재는 사회적ㆍ문화적 존재가 됩니다. 즉 그것은 문화의 출발점이자 모든 문화의 기초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근친상간 금지는 우리를 안팎에서 둘러싼 이중의 질서를 기초짓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보편적인 사회질서를 기초짓는 것입니다. 근친상간 금지는 그 자체가 허용과 금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성적인 결합을 금지하는 한편, 그 외의 범위에서는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성적인 결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친상간을 금지하지 않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방식의 결합을 안정적으로 허용하지도 않는 동물적 세계와 대비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주시해야 할 것은 결혼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가 어떤 보편적 특징을 갖고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결혼이란 근친혼 금지의 기초 위에서 여자의 교환으로 맺는 인간관계로 파악합니다. 즉 두 개의 집단이 여자를 주고받음으로써 친족관계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이 친족관계가 사회구조의 기초며, 사회구조는 이러한 친족관계와 동형적(同形的)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족관계의 기본구조는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친족구조의 기본단위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 자식, 그리고 외삼촌이란 네 항이 맺는 관계입니다. 아버지-어머니 간 관계, 아버지-자식 간 관계, 어머니-외삼촌 간 형제관계, 외삼촌-조카 간 관계가 그것인데,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 ⩵ ○ ― △
╱④
 
     

는 남자, 는 여자, 는 결혼관계, 는 친척관계

 

 

여기에 대비되는 두 가지 친족관계의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트로 브리안드족이고, 다른 하나는 체르케스족입니다. 트로브리얀드족은 모계사회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의 마을에서 살긴 하지만, 나중에 재산은 외삼촌의 것을 물려받습니다. 부부간의 관계는 매우 친밀하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도 친밀합니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를 레비-스트로스는 (+)로 표시합니다. 반면에 남매간의 관계(이는 어머니와 외삼촌의 관계를 포함하지요)는 매우 엄격하며, 또한 외삼촌과 조카의 관계도 엄격합니다. 이는 (-)로 표현합니다. 요약하면 (+), (-)지요.

 

체르케스족은 이와 정반대되는 관계를 보여줍니다. 여기서는 부부간의 관계가 엄격하며, 대신 남매(외삼촌-어머니)간 관계는 매우 친밀합니다. 그러나 아버지 아들 간 관계는 매우 엄격하며, 외삼촌과 조카 사이는 매우 친밀합니다. 요약하면 (-), (+)인 겁니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
  △ ⩵ ○ ― △
(+) (-)
 
     

트로브리얀드족

 

  (-) (+)
  △ ⩵ ○ ― △
(-) (+)
 
     

체르케스족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부부간 관계가 친밀하면 아버지와 아들 간 관계도 친밀하며, 반대로 남매관계나 외삼촌-조카 간 관계는 엄격합니다. 그 반대로 부부간 관계가 엄격하면 아버지와 아들 관계도 엄격하고, 남매관계나 외삼촌 조카 관계는 친밀합니다. 요컨대 부부관계와 부자관계는 서로 같고, 남매관계와 외삼촌-조카 관계도 서로 같습니다. 그리고 전자와 후자는 서로 반대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관계가 나오면 다른 나머지 관계들은 자동적으로 연역됩니다. 이는 (+)(-)라는 두 개의 대립되는 기호로 친족간의 보편적 관계를 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대립자질로 음운론 전반을 설명하려는 구조언어학의 방법론이 여기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보편적이고 선험적인무의식을 기초로 친족관계의 보편적 구조를 찾아내며, 이로써 사회구조 전반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사회질서를 찾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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