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흥미로운 삽화들
마지막은 「양사룡전」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이다. 앞서 살폈듯 양사룡의 오이 나눔은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싶게 참신하다. 이 외에도 「양사룡전」은 다양한 삽화를 통해 이야기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그 가운데 남만국 삽화를 예로 든다.
이때 무심자는 자식을 잃은 아픔이 있어 말을 나누는 사이에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되었다. 사룡은 이내 웃으며 나아와 다음 이야기를 해주었다. “남만(南蠻)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어느 부부가 있었는데 생업이 조금 풍족해지자 나이 마흔에 비로소 외아들을 얻었답니다. 그 아들은 얼굴이 잘생기고 재주와 학식이 더없이 빼어나 모두들 한번 사귀기를 원할 정도였는데 약관의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 부모가 몹시 슬퍼했답니다. 그 나라의 풍속에 바다 남쪽 끝에 한 도사가 있어 길과 물을 관장하는데 새로 죽은 자는 반드시 도사에게 들러 도사가 머리를 끄덕인 뒤에야 명부로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혹 도사에게 사정이 생기면 그 문에 열흘을 머무는 일도 있었답니다. 부부가 재계하고 급히 도사의 집으로 갔더니 그 아들 이름으로 방문이 벌써 있었더랍니다. 도사가 「저녁때 과연 왔었는데 내가 마침 마음이 번거로워 답을 하지 못했다. 내일 일찍 다시 올 터이니 보고 싶으면 내 집에 머물러라. 내가 보게 해주겠다.」라고 하였습니다. 다음날이 되자, 도사가 「그가 곧 올 테니 그대들은 우선 방안에 숨거라.」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후 도사를 찾아뵙자 부부는 문틈으로 엿보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추하고 또 무서워 똑바로 볼 수 없었습니다. 부부는 의아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도사가 부부의 말을 전해주자 그 아들은 발끈하며 「내가 어찌 부부의 자식이 될 수 있겠습니까? 부부는 전생에 어느 뱃사람을 무고하게 죽이고 아울러 그의 재물까지 뺏은 적이 있었는데 그대로 현생의 부부가 되었고, 나는 그때 무고하게 죽은 뱃사람의 아들입니다. 하늘이 부부의 무고한 살인과 도적질을 한스러워하고, 내 아비의 원통한 죽음을 불쌍히 여겨 복수를 하되 칼을 쓰지 않고 창자를 베는 방법으로 하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본래 몸에 칼질을 하는 것보다 더 참혹한 것이 늘그막에 얻은 어여쁜 자식을 갑자기 잃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나를 그들의 자식이 되게 하여 그들의 마음을 만족시켰다가 갑자기 다시 빼앗아 그들의 창자를 찢어지게 한 것일 따름이니 내 어찌 부부의 자식이 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고는 재빨리 떠나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부부는 그 말을 듣고는 곧 눈물을 거두고 더는 아들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을 두고 사람들이 그 부모를 위로하면서 ‘이는 곧 전생의 원수다’라고 하니 그 말이 이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선생께서는 상심하지 마십시오. 선생께서 상심하는 것은 태부인께서 상심하는 것입니다. 선생께서는 상심하지 마십시오.”
時無心子有喪明之痛, 語次有淚潸然. 四龍乃笑而進曰: ‘南蠻之諺曰: 「古有夫婦, 貲業稍豐, 年四十始得一子, 其容端, 其才學絶倫, 人無不願與一交, 年弱冠猝逝, 其父母甚悼. 其國俗海極南, 有一道士管道流, 新逝者必過道士, 道士點頭, 然後歸冥府, 或道士有故, 則至有留其門旬日者. 夫婦齋宿, 急往道士家, 以其子名訪已過. 道士曰: 『日夕果來, 以我適心煩, 不能答. 明早必更來, 子欲見留我. 我使見之.』 明日果來, 道士曰: 『彼方來, 子姑隱室中.』 已而來謁道士, 夫婦從門隙覘, 其狀貌甚麤, 且威嚴不可直視. 夫婦方疑訝, 莫得端倪. 道士以夫婦言言之, 其子乃艴然曰: 『我安得爲夫婦子也? 夫婦前時, 枉殺一船夫, 並取其資, 仍爲此世夫婦, 我則船夫子也. 天恨夫婦枉殺人取資, 憐我父寃死, 欲令復其讎, 以不加刃其身而其腸之割, 自有慘於刃其身者莫如臨老得美子而旋失之, 特使我爲其子, 以足其心, 旋又奪之, 以割其腸而已, 我安得爲夫婦子也?』 乃倐然而逝, 更無所見. 夫婦聞其語也, 卽收淚不復思其子.」 故子之凡先父母亡者, 人必慰其父母曰「此乃前生讎也」, 語盖出此. 夫子其毋傷也. 夫子而傷者, 太夫人之傷也. 夫子其毋傷也. -李起浡, 『西歸遺稿』 권7, 「梁四龍傳」.
서귀는 양사룡 부친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그즈음 세상을 떠난 자식을 떠올렸고, 이내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그러자 양사룡이 슬픔에 잠긴 서귀를 위로하기 위해 해준 이야기가 위에 인용된 삽화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부부에게 나이 마흔이 넘어 얻은 늦둥이가 있었는데 너무도 준수하여 모든 이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그런데 그 귀한 아들이 약관의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아들을 살려내고 싶었던 부부는 바다 남쪽 끝에서 저승 출입을 관장한다는 도사를 찾아가게 된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자식은 아직 명부로 떠나가지 않은 상태였고, 마침 내일 다시 올 테니 보고 싶으면 내일 아침 봐도 좋다는 도사의 허락을 받았다. 이튿날 부부가 문틈으로 살펴보니 그 잘 생겼던 아들 대신 흉측하기 짝이 없는 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사가 그 사람에게 자식을 찾아 이곳까지 온 부부의 이야기를 전하자, 그 아들은 발끈하며 뜻밖의 말을 하였다. 부부는 전생에 강도였는데 어느 뱃사람을 무고하게 죽인 뒤 그의 재물까지 훔쳐간 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악행에 분노한 하늘은 그들에게 칼로 창자를 베어내 는 것보다 더한 아픔을 주기 위해 그들을 부부로 환생시킨 뒤 그들에게 더 없이 귀한 자식을 주었다가 갑작스레 요절시켰고, 요절한 자신은 바로 무고하게 죽은 뱃사람의 자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양사룡은 이야기 말미에 “그래서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을 두고 사람들이 그 부모 를 위로하면서 ‘이는 곧 전생의 원수다’라고 하니 그 말이 이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선생께서는 상심하지 마십시오. 선생께서 상심하는 것은 태부인께서 상심하는 것입니다.”라는 위로를 덧붙였다.
삽화의 반전이 아주 흥미롭다. 그리고 ‘먼저 죽은 자식은 전생의 원수다’라는 말의 유래 또한 우리가 흔히 듣곤 하는 ‘자식이 웬수’라는 말이 연상되어 흥미롭다. 이처럼 「양사룡전」은 본사인 양사룡의 효행과 선행 이야기는 물론, 첫 번째 삽화인 양흔동의 효행과 의리, 두 번째 삽화인 남만국 이야기, 세 번째 삽화인 홍춘반의 효행 이야기까지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로 엮여있다. 한문 고전을 활용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그 작품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읽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수업에서 읽을 자료가 지루하여 제대로 된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의 교육은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한문 고전은 왠지 딱딱하기만 하고 재미와는 멀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진 청소년들이라면 텍스트 자체가 지닌 흥미소는 대단히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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