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다
02년 9월 10일(화) 따스함
분반에 오면 소대의 빡센 일정 한 두개 정도는 열외되도록 있는 게 기정 사실이다. 3주간의 교육 일정이다 보니 그 기간 중에 훈련이든 뭐든 끼어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박상호 병장 때는 그 힘겹던 전투지휘검열 준비기간을 다 하지 않았으며 은석이 때는 대대ATT와 그 준비기간을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또한 그런 희망에 부풀어 있게 되었다. 원랜 우리 분반 기간동안 유격이 있었고 중대 ATT도 있었으니까 그걸 알게 됐을 때 엄청 좋아하기도 했다. 근데 그 모든 게 다 수포로 돌아갔다. 유격이 한 주 뒤로 밀리므로 우리가 분반에서 복귀하면 바로 뛰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더욱이 어제 최악의 소식을 들었는데 일요일부터 유격을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정비할 겨를도 없이 하루를 자고 바로 유격장으로 가는 강행군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죽여라 죽여ㅠㅠ
그리고 괜히 짜증 나는 일은 중대ATT를 뛰지 않았다고 한다. 괜히 그것 때문에 9월 5일의 휴가가 잘린 아이들이 불쌍하고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열외하지 못한 3중대 분반 동기들이 불쌍할 뿐이다. 우린 이렇게 예외없이 유격을 뛰게 되므로 밑지는 장사처럼만 느껴지니 짜증이 난 거다.
이런 상황이니 딴 대대 아이들은 벌써부터 우리들에게 유격이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기에 분주하다. 이럴 바에야 차리라 유격을 분반으로 인해 하지 않게 될 거란 기대를 갖게나 하지 말지. 그랬다면 예전의 생각대로 유격도 군에 온 이상 한 번 정도는 뛰어볼 만하겠거니 할 텐데 말이다. 지금 우리 대대 아이들은 아폴로 눈병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그 병을 우린 ‘신이 내린 축복’이라 부를 정도로 대단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격을 가기 바로 전날에 눈을 비벼서라도 눈병에 걸려야겠다는 게, 그래서 유격에서 열외된다는 게 우리들의 계획이었다. 과연 몇 명이나 그 혜택(?)을 보게 될까? 난 유격을 잘 마치고 상병휴가를 제대로 갔다올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살려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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