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의 나날과 군에서 배운 것
02년 7월 18일(목)~19일(금) 덥다가 소나기 내림
드디어 하루의 휴식 끝에 오늘 또 훈련이다. 오늘부터 공격 훈련이 시작된다. 원랜 4시간 거리가 되는 동막리까지 단독군장으로 걸어가기도 했으나 갑자기 예정이 바뀌는 바람에 완전군장을 메고 가야 했다. 바뀐 일정에 절로 짜증이 난 데다가 물집까지 생기니 아무래도 버거울 수밖에 없는 행군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걸어 동막리에 도착해선 최초로 텐트를 치고서 전투 휴식에 들어갔다.
그렇게 푹 쉬고서 야간 공격을 가려던 찰나에 우리 소대가 우리 중대 대항군 임무를 수행하는 바람에 방어를 하게 되었다. 진지에 투입해서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잠을 청했지만 역시 밖에서 잠을 자야 하는 건 고초였다. 역시 안에서 자는 게 제일 좋은 거다.
아침부터 스산한 바람에 비가 조금씩 내렸다. 하지만 우리 굴하지 않고 공격을 했다. 전술보행을 하며 진격하여 진지를 점령하는 것이었는데 무려 1시간 가까이 되는 되었기에 거리여서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렇게 힘든 점령을 마치고 엄청나게 쌓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행군을 하고 있으니 작년 10월 10일의 악몽이 떠오를 정도로 몸이 떨려오더라.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걷다가 60을 타고 부대에 복귀했다. 역시 훈련 준비는 빡세다. 빨리 ATT여 끝나라.
“나는 지금 수양중”
군에 와 있는 자금을 아무 여과 없이 너무도 잘 표현한 말이리라. 특히 이 노트가 ‘수양록(修養錄)’이지 않던가?? 군에 와서 얻는 게 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여러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는 법을 알았다고, 아니 배웠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에 있었을 땐 아무래도 나와 생각이나 사고관이 맞는 아이들하고만 있었기에 특별한 마인드컨트롤이랄지, 융통성이랄지 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 다르다. 20년 동안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지식성이며 무융통성이었다. 지금까진 여타의 예외도 없이 모범 답안대로 살려고만 했다. 그러니깐 당연히 재미없다는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 취하게 된 행동은 허용 범위 안에서 삐딱선을 탈 필요도 있고 상스런 소리도 할 필요도 있다. 그게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공통적인 관심사로 어울릴 수 있는 인간미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 있는 게 아직도 불만투성이지만 그래도 부인할 여지가 없는 것은 군에 한 번쯤은 와봐야 한다는 것이다. 와서야 비로소 인생의 멋과 어울어짐의 맛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내 현실을 인정할 날은 언제나 오려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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