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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 상병 - 02.09.12(목) 분반에서 느낀 나의 한계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상병 - 02.09.12(목) 분반에서 느낀 나의 한계

건방진방랑자 2022. 7. 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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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반에서 느낀 나의 한계

 

02912() 비옴

 

 

드디어 분반 끝을 향해 다가간다. 오늘은 짜증 나서 죽을 뻔했다. 오전은 특별한 일정이 없이 정비시간이기에 삭발할 시간과 보고서를 작성할 시간을 준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시험을 보질 않나 퇴소식 예행 연습을 하지 않나. 정말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뭘 시켰으면 그걸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다. 분반에 와서 오랜만에 머리를 써가며 공부를 했더니 사회에 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여기 올 때, 그리고 일주차 때 일등을 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우긴 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선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했다. 1등을 목표로 갔지만 1등은커녕 3~4등에 그칠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땐 나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여기에 와서 있으니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 거 같다. 최초의 열정 하나만은 대단하긴 하지만 그게 오랜 시간을 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뭔가 확실하게 진행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생 시절엔 눈치만 보며 살았다. 그래서 발표하고 싶은 거랄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도 선뜻 나서서 얘기하질 못했다. ‘과연 아이들이 이 얘길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공부벌레,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는 놈으로만 봐서 멀리하지 않을까?’ 뭐 씨잘 데기 없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난 그런 게 두려워서 늘 뒷전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이렇게 흐지부지가 된 거겠지.

 

규경이가 나 같았으면 일등이 목표라면 어금니 꽉 깨물고 2소대 아이들처럼 할 거야?”라고 충고를 하더라. 난 그게 안 된다. 내 목표를 향한 나의 뚜렷한 주관이 없는 것만 같다. ‘남에겐 타협하되 자신에게 타협하지 마라라고 하던데 솔직히 나 자신에게 너무나 잘 타협한다. 이번 일만해도 나의 의욕과 열정은 있었는데, 주위의 환경에 쉽게 타협해버린 나 자신 덕에 결국 죽도 밥도 아닌 게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핑계를 대자면, 2소대 41, 44번처럼 너무 나서므로 주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그런 존재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서 난 나서지도 않을 것이고 단지 필기시험만을 열심히 봐야겠거니 하는 정도겠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핑계를 대기엔 열심히 하려는 나의 의지가 과연 있긴 한 걸까?’하는 의문도 들고 그렇다 해서 또한 필기 시험에 최선을 다했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결국 난 여기서 재밌게 놀다 나간 이들보다도 못한 존재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에게 제시해 주고자 하는 것은 너의 열정을 모두 다 인정하도록 모두에게 펼쳐 보이고 그에 따라 정말 최선을 다하는 너의 자세를 보여라.’ 아마도 이걸 원하고 있는 거겠지.

 

두 번째 문제는 현실에 대한 과분한 만족이랄지, 지금 나온 결과에 대한 질책은 없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이다. 고등학교 시절 보통 전체 120등 정도는 했다. 그러면 좀 더 높은 점수를 추구하며 열심히 할 만도 할 텐데 그게 아니라 난 그러한 성적이 나온 것에 대해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잘 해야지라는 생각은커녕 다음엔 이런 성적이 안 나오면 어쩌지 하는 비관적인 생각만을 하였다. 말하긴 뭐하지만 솔직히 이게 내 현실이다. 진규는 넌 내가 보기에 꽤 괜찮은 놈인데, 왜 늘 자기가 못 났다고만 생각하나?”라고 늘 말한다. 솔직히 난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도 없고 남 앞에 떳떳하게 다가설 자신이 없다. 그래서 늘 주눅 들기 일쑤였고 무슨 일을 하던 남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던 걸 거다. 이러한 소심증은 고스란히 공부에서도 나타나 못 오를 나무 정도의 상위 점수를 간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이 늘 그 자리였던 것이다.

 

이런 식의 현실에 대한 과도한 만족 및 불안은 날 성장시키긴 커녕 오히려 퇴행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젠 미래에 대한 확신과 그에 따른 책임으로 날 성장시켜 나가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남을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고 난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필요하겠다. 나에게 기대를 가지고 이곳에 보내준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맘도 들지만, 난 몸살 감기로 시름시름 앓아가는 가운데서도 열외 의식도 별로 없이 여기까지 왔으니깐 그것만으로 기대에 충족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에 정말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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