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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나라를 3일 동안 지체하고서 떠나다
2b-12. 맹자는 제나라를 떠나갔다. 맹자를 평소에 마음속으로 흠 모하고 있었던 제나라의 현자 윤사(尹士)【상세한 정보 없음】가, 맹자가 주(晝) 땅에서 미적거리다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하여 말하였다: “맹자가 제선왕이 탕임금이나 무왕(武王)과도 같은 혁명의 주체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애초에 몰랐다면 그것은 맹자가 바보스러운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도 갔다면 그것은 봉록을 얻어먹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부귀를 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제나 라에 와서 선왕을 만나고,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홀연히 떠나는 놈이 왜 사흘이나 주 땅에 머물러 있다가 떠나는가? 도대체 왜 거기서 미적거린 거냐? 나는 맹자의 그런 태도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2b-12. 孟子去齊. 尹士語人曰: “不識王之不可以爲湯武, 則是不明也; 識其不可, 然且至, 則是干澤也. 千里而見王, 不遇故去. 三宿而後出晝, 是何濡滯也? 士則茲不悅.” 맹자의 제나라 사람 문하생인 고자가 이 말을 듣고 맹자께 그 대로 아뢰었다. 그 말을 들은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윤사의 말도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나, 어찌 윤사가 나를 알리오?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제나라를 찾아와 선왕(宣王)을 만난 것은 분명 내 자신이 소망한 일이다. 그러나 나의 왕도의 의견이 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나라를 떠나는 것이 어찌 내가 소망한 일일까보냐? 그것은 부득이해서 떠나는 것일 뿐이다. 高子以告. 曰: “夫尹士惡知予哉? 千里而見王, 是予所欲也; 不遇故去, 豈予所欲哉? 予不得已也. 내가 사흘 동안 주 땅에 머물렀다가 떠난 것은, 지금 내 마음에는 그것도 너무 빨리 떠났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왕이시여! 제발 빨리 마음을 바꾸소서! 나는 이렇게 빌었던 것이다. 만약 왕이 마음을 바꾸었다면, 반드시 나를 되돌아오라고 불렀을 것이다. 나는 사흘 후 주 땅을 떠나면서도 왕이 혹시 나를 붙잡으러 오지 않을까 기다렸다. 그러나 내 왕은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흘러가는 물처럼 모든 미련을 버리고 귀향의 의지를 굳혔다. 나의 발길은 비록 그러하다 해도 어찌 내가 왕을 버릴 수 있겠는가! 予三宿而出晝, 於予心猶以爲速. 王庶幾改之. 王如改諸, 則必反予. 夫出晝而王不予追也, 予然後浩然有歸志. 予雖然, 豈舍王哉? 왕은 나의 오랜 친구였고 왕도의 선을 구현하기에 속한 훌륭한 인물이었다. 왕이 나를 진심으로 써준다면, 어찌 그것이 제나라 백성만이 편안케 되는 길이랴! 하늘 아래 모든 백성이 편안케 되는 길이 아니겠는가! 왕이시여 빨리 마음을 바꾸소서! 왕이시여 나는 매일매일 그것을 바라고 있나이다! 내가 어찌 그와 같은 쩨쩨한 소장부(小丈夫)일 수 있겠는가! 임금에게 간(諫)하여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화를 벌컥 내면서 얼굴에 울그락 불그락 노기를 드러내면서, 일단 떠나고 나면 한시라도 빨리 가겠다고, 해 떠있을 동안 죽으라고 종종걸음으로 가다가 해 떨어지면 겨우 곯아 떨어지는, 그런 소인의 모습으로 사라질 것이냐!” 王由足用爲善. 王如用予, 則豈徒齊民安, 天下之民擧安. 王庶幾改之, 予日望之. 予豈若是小丈夫然哉? 諫於其君而不受, 則怒, 悻悻然見於其面. 去則窮日之力而後宿哉?” 윤사는 이러한 맹자의 말을 듣고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진실로 소인(小人)이었다.” 尹士聞之曰: “士誠小人也.” |
나는 어렸을 때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왈칵 눈물을 쏟았다. 윤사가 제기한 문제는 참으로 의협심을 품은 사나이라면 묻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다. 그 딜레마를 윤사는 맹자에게 들이댄 것이다. 이러한 딜레 마에 대하여 구구한 변명을 하지 않고 자신의 왕도의 정론, 즉 민중의 편이라는 대의를 가지고 정면돌파 해버리는 그 당당함은 줄곧 이어져 내려온 맹자 사유의 공개성(openness)에서 꽃피어나는 것이다. 일체의 꼼수가 허락되지 않는다. 맹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미련을 숨기지 않는다. 당대 실제로 제나라만큼 거대한 왕국이 없었다. 그리고 유구한 문화전통이 있었고 인민들의 높은 수준이 있었다. 그리고 제선왕은 그릇이 되는 인물이었다. 우선 인간적으로 아껴주고 싶었던 좋은 심성의 사나이였던 것이다. 왕도의 실현에 대한 미련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아쉬워하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제나라 국경선을 넘는 맹자의 마음이 여기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윤사가 외려, ‘내가 소인이었다’고 탄식하는 그 모습도 제나라 사람들의 수준을 보여준다. 맹자는 이렇게 인류의 가슴에 거짓 없는 소박한 심정을, 민중구원의 열정을 새겨놓고 제나라를 떠나갔던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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