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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87. 새벽에 출발하며 쓴 시를 비교하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87. 새벽에 출발하며 쓴 시를 비교하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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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출발하며 쓴 시를 비교하다

 

 

소화시평권하 87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쓰인 시를 얘기하고서 그 두 시를 비교하며 평가하고 있다. 이런 비슷한 구절을 권상 101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그땐 뜻은 일치하지만 각각 운치가 있다[意則一串, 而各有風致].’라고 평가했었던 것과 비교가 된다. 우선 두 시는 똑같은 상황에서 쓰인 시다. 어디를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막에 머물다가 새벽에 출발하며 그 소회를 적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연 두 시엔 어떤 느낌이 담겨 있는지 보기로 하자.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닭울음은 들판 주막에서 들려오고 도깨비불은 시내의 다리를 건너오네.

 

백곡의 시는 새벽에 출발하는 장면을 읊은 것이 아니라 이미 출발하여 주막이 어렴풋이 멀어진 상황의 장면을 읊은 것이다. 그러니 아침을 알리는 닭울음소리는 멀찍이 떨어진 주막에서 들려오고 있고 자신이 건너갈 다리인지, 이미 건넌 다리인지는 모를 시냇가 다리에선 도깨비불 같은 것이 건너온다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엔 주막에서 떠난 자신의 위치와 그 위치에서 보고 들리는 것들이 묘사되어 있다.

 

 

鷄鳴飯後店 馬過睡時橋 밥 먹은 뒤 닭은 객점에서 울고 졸 때 말은 다리를 지나가네.

 

홍석기의 시도 1구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밥 먹고 출발하려 하니 그때서야 닭이 운다는 표현이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구엔 그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이루어졌으며, 새벽에 출발한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잠잘 때 말은 다리를 지난다라고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얼핏 읽어보면 무슨 상황인지 확실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님도 아이들에게 이게 무슨 말인 거 같아요?”라고 물어봤고 아이들은 홍석기가 주막에서 잠들어 있을 때 다른 말이 다리를 지났다.’, ‘말이 꾸벅꾸벅 졸면서 다리를 지났다는 식으로 풀이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이건 홍석기가 말에 타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말이 알아서 다리를 건너고 있는 장면입니다.”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홍만종은 두 시를 놓고서 모두 정경을 묘사했지만 만주의 시가 더욱 핍진하다[俱寫情境, 而晩洲尤逼眞].’라고 평가했는데 두 시를 읽은 소감으론 확 와 닿는 평어였다. 확실히 백곡의 시는 2구에서 도깨비불이 건너온다는 표현을 하며 마치 꿈속 얘기를 하듯 몽환적으로 표현한 데 반해, 만주의 시는 2구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이 말이 다리를 건넌다는 표현을 하며 그 정황을 핍진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효행(曉行)’ 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상산조행(商山早行)과 만주시를 비교하며 둘이 막상막하라고 평가하고 있다.

 

 

鷄聲茅店月 人跡板橋霜 달 뜬 객점에서 닭울음소리 들려오고 서리 내린 판자다리엔 사람 흔적 남아있네.

 

온정균의 시를 읽은 느낌으론 핍진함의 측면에선 온정균의 시가 확실히 더 낫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온정균의 시상을 알고 있던 백곡이나 석주가 그 시상을 그대로 따라서 시를 지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구절의 소재로 닭울음소리ㆍ주막ㆍ다리가 공통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런 류의 효행(曉行)’시는 관습적으로 온정균의 시를 본떠서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이병연의 조발(早發)이란 시나 권필의 효행(曉行)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으로 봐서는 백곡이나 만주는 아예 온정균의 시를 떠올리며 이 시를 지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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