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 지위에 있어야 정치를 도모할 수 있다
子曰: “不在其位, 不謀其政.”
程子曰: “不在其位, 則不任其事也, 若君大夫問而告者則有矣.”
해석
子曰: “不在其位, 不謀其政.”
공자께서 “그 지위에 있지 않고선 정치를 도모하지 않는다.”
程子曰: “不在其位, 則不任其事也,
정이천이 말했다. “그 지위에 있지 않다면 그 일을 맡질 못한다.
若君大夫問而告者則有矣.”
그러나 임금과 대부가 물은 것을 말해주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 조정에서의 지위가 없는 사람이 국가 정책을 논하는 것을 횡의(橫議)라고 한다. ‘논어’ 태백(泰伯)의 이 장(章)은 횡의(橫議)를 올바르지 못한 정치행위로 규정했다. 국민 모두가 직간접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현대 상황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월권(越權)을 방지하고 조직체계의 합리성을 추구해야 하는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이 장(章)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불재기위(不在其位)의 불(不)은 언해본을 따라 ‘불’로 읽는다. 이 구는 불모기정(不謀其政)의 조건을 나타낸다. 한문에서는 접속사 없이도 문맥만으로 조건-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재(在)는 ∼에 있다는 말이다. 모(謀)는 그것에 관해 논해 그것을 위해 도모한다는 뜻이다. 기정(其政)은 앞서 기위(其位)에 있는 사람이 맡아 해야 하는 정사(政事)나 정무(政務)를 가리킨다. 넓게 직무(職務)를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이 장은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직무에 대해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각자 자기 일에 전일(專一)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중용’에 나오는 소위(素位)의 뜻과 통한다. ‘중용’에 보면 ‘군자는 현재 처한 위치에 알맞게 행동할 뿐이요, 그 이외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君子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고 했다. ‘중용’의 구절은 군자가 현재 위치에 편안한 마음으로 처하여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자세를 말한 것이다. 하지만 직무에 한정해서 본다면 ‘논어’의 이 장과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 보면 “요리하는 사람이 주방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고 해서, 시동이나 축관이 제기를 넘어 와서 그 일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庖人雖不治庖,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라는 말이 있다. 제기를 넘어가는 것을 월준(越樽)이라고 한다. 월준을 옳지 않다고 비난하기보다 각자가 소위(素位)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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