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 제종손시권(題宗孫詩卷)

종손의 시권에 쓰다

제종손시권(題宗孫詩卷)

 

이색(李穡)

 

 

益齋門墻壓東海 斗柄揷天天倚蓋

文章元氣酌四時 吐出華風吹海外

我家父子鑛中金 一被鑄出宣洪音

炳然相輝動人目 恩義所以天地深

敢把諛辭進吾子 我出肺腑肉相示

讀書萬卷亦安用 明體達之忠孝耳

且心大學一部書 靜定然後求其餘

致格齊平盡在此 他日吾言其忽諸 『牧隱詩藁』 卷之十七

 

 

 

 

해석

益齋門墻壓東海 익재문장압동해	익재【익재(益齋): 이제현은 뛰어난 유학자로 성리학의 수용·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우선 그는 고려에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백이정(白頤正)의 제자였고 『사서집주(四書集註)』를 간행해 성리학의 보급에 크게 노력한 권보의 문생이요 사위였다. 이색이 그의 묘지명에서 “도덕의 으뜸이요, 문학의 종장이다[道德之首 文章之宗].”라고 말한 바와 같이 후세에 커다란 추앙을 받았다. 또한 그의 제자가 이곡(李穀)·이색(李穡)의 부자였다는 학통(學統)으로 볼 때도 성리학에 있어 그의 위치는 지대한 것이었다.】의 문단이 동해를 압도하니,
斗柄揷天天倚蓋 두병삽천천의개	북두칠성 자루 하늘에 꽂혀 하늘이 덮개를 의지했지.
文章元氣酌四時 문장원기작사시	문장의 근원적 기운은 사시를 참작(參酌)했고
吐出華風吹海外 토출화풍취해외	중화의 기풍【화풍(華風): 글자 그대로 중화(中華)의 풍속과 제도이며, 구체적으로 유교적인 문물과 제도 등의 선진 제도와 문물을 뜻한다. 이를 때로는 당풍(唐風) 혹은 ‘화하(華夏)의 제도’라고도 한다. 한편 고려 고유의 풍속과 제도를 국풍(國風) 혹은 토풍(土風)이라고 한다.】을 뱉어내어 해외까지 불었단다.
我家父子鑛中金 아가부자광중금	우리 부자는 용광로 속의 금으로
一被鑄出宣洪音 일피주출선홍음	한 번 주조당하여 나와 큰 소리로 울릴 수 있게 되었지.
炳然相輝動人目 병연상휘동인목	환히 서로 비춰주며 사람들의 이목을 놀래켜
恩義所以天地深 은의소이천지심	은의(恩義)가 이런 이유로 천지에 깊네.
敢把諛辭進吾子 감파유사진오자	감히 아첨하는 말을 잡아 손자에게 베풀겠는가?
我出肺腑肉相示 아출폐부육상시	나의 폐부를 내어 육친(손자)에서 서로 보여주는 거란다.
讀書萬卷亦安用 독서만권역안용	만 권을 읽은들 또한 어떠한 소용이 있겠니?
明體達之忠孝耳 명체달지충효이	(인륜의) 본체를 밝혀 충과 효에 도달하여 갈 뿐이란다.
且心大學一部書 차심대학일부서	또한 『대학(大學)』 한 편에 마음을 써야 하니,
靜定然後求其餘 정정연후구기여	정정(靜定)한 후에 그 나머지를 구하거라.
致格齊平盡在此 치격제평진재차	치지(致知)ㆍ격물(格物)ㆍ제가(齊家)ㆍ평천하(平天下)가 다 여기(大學?, 靜定?)에 있으니,
他日吾言其忽諸 타일오언기홀제	다른 날에 나의 말을 소홀히 하겠느냐. 『牧隱詩藁』 卷之十七

 

 

감상

윗글에서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단어는 ‘해동(海東)’과 ‘해외(海外)’다. 그리고 9구에 ‘어찌감[敢]’은 ‘감히 ~했다’의 일반적인 해석이 아닌, ‘감히~했겠는가?’로 풀이되는 부분이 특이하다. 생각해볼 문제는 15구의 ‘차(此)’가 무엇을 뜻하냐는 거다. 크게 ‘대학(大學)’이냐 ‘정정(靜定)’이냐가 제출되었고, 교수님은 ‘정정(靜定)’일 경우엔 매우 심오하여 마치 ‘불가의 유심론(唯心論)’ 같고 이 시의 핵심 주제가 ‘대학을 많이 읽어라’라는 것인만큼 ‘대학(大學)’이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대학(大學)	정정(靜定)
1. 이 글의 주제가 ‘대학을 열심히 읽으라’라는 것이기에 대학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	1. 손자에게 주는 글이라는 측면에서 학문을 통해 입신영달만을 추구할 게 아니라, 그 본질을 추구하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이게 더 맞다고 생각함.
2. ‘정정’으로 볼 경우 이 글은 불가의 유심론처럼 매우 심오한 글이 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	2. 8조목 중 ‘정정(靜定)’을 굳이 강조한 것은 이것이 모든 상위 조목을 포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임. 그렇기에 ‘정정(靜定)이 상위 8조목을 포괄한다’고 봐야 함.

 

 

인용

작가의 이력 및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