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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사랑의 슬픔, 정시(情詩)의 세계 - 6. 진 꽃잎 볼 적마다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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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사랑의 슬픔, 정시(情詩)의 세계 - 6. 진 꽃잎 볼 적마다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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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진 꽃잎 볼 적마다

 

 

春風忽駘蕩 明月又黃昏 바람 어느덧 화창해지고 밝은 달 빗기는 황혼 무렵에,
亦知終不至 猶自惜關門 끝끝내 안 오실 걸 잘 알면서도 오히려 문을 닫아걸지 못하네.

 

제목은 대정인(待情人)으로 실명씨의 작품이다. 봄바람이 화창하게 느껴지니 봄도 무르익었다. 봄날의 하루해는 또 그렇게 저물어 가고, 남의 속도 모르고 밝은 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행여나 오늘은 오시려나 싶어 하루종일 사립문을 부여잡고 님 소식을 기다리던 여인은 결국 님을 맞지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내며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다시 돌아오마고 약속하며 떠났던 님, 그러나 그 봄이 다가도록 님은 오시질 않는다. 그녀는 봄이 오기도 전부터 행여 님이 오실까 싶어 날마다 기다림으로 하루하루를 채워 왔었다. 이제는 그녀도 님이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안다. 여심은 그래도 혹시 오실까 싶은 안쓰러운 미련 때문에 휘영청 달이 뜨락을 훤히 밝히도록 사립문을 닫아걸지 못하고 있다. 1구의 ()’은 새삼 계절의 빠름에 놀라는 마음이 나타나 있다. 안타까운 기다림 속에 청춘의 꿈도 시들어간다.

 

夜色迢迢近五更 밤은 깊어 오경이 가까웠건만
滿庭秋月正分明 뜨락 가득 가을 달은 밝기도 하다.
凭衾强做相思夢 이불 쓰고 억지로 잠을 청해도
才到郞邊却自驚 님의 곁에 이르면 깨고 말았네.

 

김삼의당(金三宜堂)야심사(夜深詞)이다. 오경이 가까웠다 했으니 그녀는 지금 밤을 꼬박 새운 것이다. 온 뜰을 환히 비추는 달빛, 그 달빛 아래에선 조그만 것 하나 보이지 않을 것이 없다. 그녀는 혹 달빛 비친 환한 뜨락으로 님이 성큼성큼 들어서실 것만 같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오시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내다보는 마음은 비참하다.

 

달빛은 그리움의 빛깔처럼 뜨락을 환히 비추이다가 점점 그림자를 길게 누이며 서편으로 떨어져 간다. 달빛이 사위어지듯 그녀도 기진하여 자리에 누웠지만, 정신은 더욱더 또렷해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피곤에 지쳐 깜빡 잠이 들기도 하지만 님을 만나 무슨 말을 하려 하면 한 마디 채 건네기도 전에 놀란 잠이 깨고야 말았다. 님을 만나기를 얼마나 고대하고 고대했는데, 정작 만나선 한 마디도 하지 못한 것이 깨고 나서도 그녀는 말할 수 없이 아쉬웠다. 생시엔 님을 만날 도리가 없어 밤마다 꿈길을 찾아 나서는 마음, 이것이 사랑의 마음이다. 그렇게 어렵게 님을 만나고선 님을 만났다는 사실이 놀랍고 두근거려 꿈을 깨버리고 마는 것, 이것이 그리움의 마음이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담장가의 발자욱

2. 야릇한 마음

3. 야릇한 마음

4. 보름달 같은 님

5. 진 꽃잎 볼 적마다

6. 진 꽃잎 볼 적마다

7. 까치가 우는 아침

8. 까치가 우는 아침

9.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10.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11.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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