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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사랑의 슬픔, 정시(情詩)의 세계 - 3. 야릇한 마음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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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사랑의 슬픔, 정시(情詩)의 세계 - 3. 야릇한 마음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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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야릇한 마음

 

 

白面書生騎駿馬 백면서생 도련님 준마 타시고
洛橋西畔踏靑來 낙교 서쪽 길로 답청놀이 나오셨네.
美人不耐懷春思 미인은 싱숭생숭 마음 야릇해
擧上墻頭一笑開 담장 너머 고개 들어 웃음 보내네.

 

성간(成侃)염양사(艶陽詞)이다. 청춘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정은 예와 지금이 다를 수 없다. 훤한 얼굴에 수려한 용모의 도련님이 준마를 타고 봄나들이를 나섰다. 낙교의 서쪽 물가라 했으니 번화한 도성 근처의 야외임을 알 수 있다. 답청이란 새로 돋은 푸른 풀 위를 걷는 봄날의 흥겨운 산보이다. 바깥 구경하는 법 없이 글방에서 공부만 하던 도련님도 일렁이는 봄날의 흥취를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말 위에 오똑하니 앉아 곁눈질도 하지 않고 도도하게 걸어가는 그 모습이 그만 길가 집 처녀의 시선을 사로잡고 말았다. 그녀 또한 답답한 봄날의 무료를 견디지 못하고, 호기심에 겨운 눈길로 때 마침 길가를 내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세상 풍파라고는 겪어 본 일이 없는 듯한 깨끗한 얼굴과 늘씬한 말의 기상은 첫눈에도 그가 권세가의 귀공자임을 말해 주고 있다. 두근대는 가슴, 봄날의 풋내 나는 사랑은 이렇게 시작이 된다.

 

 

 

 

 

 

澹掃蛾眉白苧衫 눈썹 곱게 단장한 흰 모시 적삼
訴衷情話燕呢喃 마음 속 충정을 재잘대며 얘기하네.
佳人莫問郞年歲 님이여 내 나이를 묻지를 마오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사랑의 감정에는 나이가 없다. 해학스러우면서도 함축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눈썹을 곱게 그려 단장하고 흰 모시 적삼을 청결하게 입은 여인이 연신 마음속의 이야기를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말하고 있다. 그녀의 그러한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러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이를 묻지 말라는 말로 말문을 돌렸다. 그래 놓고는 하는 말이 오십년 전에는 나도 나이가 스물 셋이었다고 하였다. 묻지 말라고 해놓고 스스로 대답하는 밀고 당기는 수사의 묘가 재치롭다. 지금 그의 나이는 일흔 셋이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이 스물 셋의 한창 나이였다면 그녀와 멋진 로맨스를 이루어보기라도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을 그렇게 달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앞의 오십 살은 없는 셈 치고 멋진 사랑을 이루어보자고 다짐하고 있는 듯도 싶다.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와 손녀 뻘도 더 되는 젊은 아가씨 사이의 이러한 사랑 노래는 오히려 읽는 이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머물게 한다. 신위(申緯)가 변승애(卞僧愛)란 기생에게 주었다고 전해지는 작품이다.

 

 

김홍도, 사녀도(仕女圖), 18세기. 121.8X55cm, 국립중앙박물관.

둥근 부채 손에 들고 머리엔 꽃을 꽂았다.

출렁이는 치맛자락 끝에 신코가 살짝 드러났다.

부채 들고 그녀는 어디를 보는가. 노리개 달고 그녀는 누굴 기다리나.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담장가의 발자욱

2. 야릇한 마음

3. 야릇한 마음

4. 보름달 같은 님

5. 진 꽃잎 볼 적마다

6. 진 꽃잎 볼 적마다

7. 까치가 우는 아침

8. 까치가 우는 아침

9.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10.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11.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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