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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사랑의 슬픔, 정시(情詩)의 세계 - 8. 까치가 우는 아침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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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사랑의 슬픔, 정시(情詩)의 세계 - 8. 까치가 우는 아침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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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까치가 우는 아침

 

 

搖蕩春風楊柳枝 봄바람 버들가지 휘날리우고
畵橋西畔夕陽時 그림 다리 서쪽에 해가 기울제,
飛花撩亂春如夢 나는 꽃 어지러운 꿈 같은 봄 날
惆悵芳洲人未歸 슬프다 방주에 님은 안 오네.

 

이정귀(李廷龜)유지사(柳枝詞)다섯 수 가운데 한 수다. 봄바람이 버들가지를 간지르며 흩날리우는 정경을 뒤로하고 다리 저편으로 봄날의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저무는 해의 잔광 속에서 봄날을 빛내던 꽃잎들도 분분히 진다. 어지러이 날리어 땅 위로 떨어지는 꽃잎, 아름답던 봄날은 진정 한바탕 꿈이었던가.

 

아지랑이 나른하던 봄이 다 지나도록 지난날 방주에서 아름답던 사랑을 속삭이던 그 님은 소식도 없고, 하루를 일 년같이 손꼽아 기다리던 꽃답던 마음도 날리우는 꽃잎 따라 땅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꽃잎이 다 진 뒤 내 청춘이 다 간 뒤 그때에 가서 님이 돌아오신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지랑이 흔들리는 봄날 저물녘의 원경 위로 분분히 떨어지는 낙화, 그녀의 눈물은 이미 말라 버렸다.

 

膝下孩兒新學語 슬하에 아이는 말을 갓 배우겠고
竈門老婢舊懸瓢 부엌의 늙은 종은 양식이 없다겠지.
林園廖落生秋草 정원엔 황량하게 가을 풀이 돋았겠고
想見容華日日凋 날로 여윌 그 모습이 눈에 선하네.

 

그리움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준(奇遵)이 귀양 가 있을 때 멀리 아내를 그리며 지었다는 회처(懷妻)란 작품이다. 먼 변방에서 귀양살이 하던 가장은 애써 잊으려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그리운 가족들 생각에 가슴이 저미도록 아팠다. 귀양 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는 지금쯤은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제 자식의 얼굴을 모르는 아비도 있던가. 나 없는 집의 살림은 얼마나 군색할 것인가. 계집종은 부엌에서 떨어진 양식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주인 없는 정원은 버려진 채 잡초만 무성할 게고, 그 위에 시름겨운 아내의 모습조차 겹쳐지니 견딜 수가 없었다.

 

떠오르는 아내의 모습도 젊고 예쁜 모습이 아니다. 어느새 세상 시름에 이마엔 주름이 잡히어 있다.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었던가. 이런저런 생각에 그는 또 밤을 하얗게 새우고 만다. 더욱이 자신은 나라에 죄를 지은 몸이었다. ! 언제나 다시 만나 오순도순 남편으로서 아비로서 도리를 다하며 살아볼 것인가. 그날이 진정 오기는 할 것인가.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담장가의 발자욱

2. 야릇한 마음

3. 야릇한 마음

4. 보름달 같은 님

5. 진 꽃잎 볼 적마다

6. 진 꽃잎 볼 적마다

7. 까치가 우는 아침

8. 까치가 우는 아침

9.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10.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11.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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