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②
玉貌依稀看忽無 | 곱던 모습 아련히 보일 듯 사라지고 |
覺來燈影十分孤 | 깨어 보면 등불만 외로이 타고 있네. |
早知秋雨驚人夢 | 가을비가 잠 깨울 줄 진작 알았더라면 |
不向窓前種碧梧 | 창 앞에다 오동일랑 심지 않았을 것을. |
이서우(李瑞雨)의 「도망실(悼亡室)」을 보자. 오동잎에 듣는 성근 가을 비 소리에 잠이 깨었다. 깨고 보면 등불만 외로이 제 살을 태우고 있는 밤. 등불을 켠 채 든 잠이니, 불면의 시간 알지 못할 허전함과 외로움에 뒤척이다 자신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어여쁘던 아내의 모습을 보았건만 문득 깨고 보면 그 모습은 어디서고 찾을 길이 없다.
안타까운 그의 꿈을 깨운 것은 야속할사 오동잎에 듣는 빗발이었다. 꿈을 깬 그는 오늘따라 유난히도 오동잎이 원망스러웠다. 그 벽오동은 왜 심었던가. 뜨락에 심어 봉황을 깃들이고, 그 상서로움 속에 오순도순 정답게 살자함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아내가 세상을 뜨고 없는 지금에 지난날의 정답던 약속은 하염없는 눈물과 탄식만을 자아낼 뿐이다.
김상용(金尙容)의 시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동에 듣난 빗발 무심히 듣건마는
내 시름 하니 잎잎이 수성(愁聲)이로다
이후야 잎 넙운 나무를 심을 줄이 있으랴
깊은 밤 넓은 오동잎에 듣는 빗소리는 얼마나 상쾌할까 마는 마음에 근심이 있어 들으니 소리마다 근심을 자아낼 뿐이라는 것이다. 위 시에서 댓잎에 듣는 빗소리도 여늬 때면 더위를 가셔 줄 시원한 그 소리가 님 그려 잠 못 드는 밤에는 괴로운 소음이 됨을 역설적으로 말한 것이다.
또 이은상은 「밤 빗소리」란 작품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하 뇌고인(惱苦人)들아 밤 빗소리 듣지 마소
두어라 이 한 줄밖에 더 써 무엇하리오.
인용
1. 담장가의 발자욱
2. 야릇한 마음①
3. 야릇한 마음②
4. 보름달 같은 님
5. 진 꽃잎 볼 적마다①
6. 진 꽃잎 볼 적마다②
7. 까치가 우는 아침①
8. 까치가 우는 아침②
10.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②
11.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았더라면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