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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6장 6. 신유학의 틀로 본 귀신 子曰: “鬼神之爲德, 其盛矣乎!”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귀신의 덕 됨이 성대하구나!” 程子曰: “鬼神, 天地之功用, 而造化之迹也.” 정자가 “귀신은 천지의 공용(功用)이고 조화의 자취다.”라고 말했다. 張子曰: “鬼神者, 二氣之良能也.” 장자가 “귀신은 음양 두 기운의 훌륭한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愚謂以二氣言, 則鬼者陰之靈也, 神者陽之靈也. 내가 생각하기로 두 기운으로 말한다면 귀(鬼)라는 것은 음(陰)의 신령함이고 신(神)이라는 것은 양(陽)의 신령함이다. 以一氣言, 則至而伸者爲神, 反而歸者爲鬼, 其實一物而已. 爲德, 猶言性情功效. 하나의 기운으로 말하면 지극하며 펴진 것을 신(神)이라 하고 거두어 되돌아가는 것을 귀(鬼)라 하니, 실제론 하나의 사물일 뿐이다...
16장 5. 통하는 혈기론과 귀신론 혈관은 파이프가 아니라 관개수로이다 한 마디만 더 하지요. 전번에 동맥이니 정맥이니 그런 이야기를 했지요? 우리 몸은 어디나 실핏줄, 모세혈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면 심(心)이라는 것은 가운데 심장만 심(心)이 아니라 모세혈관들도 다 심(心)이라고 했지요? 결국은 심(心)이라는 건 일종의 저수지로 생각하라는 것이고 혈관들은 다 관개수로입니다. 저수지가 있고 댐이 있고 그 주위의 대평원에 관개된 논들이 펼쳐져 있는 것을 인체에 비교해 봅시다. 인체는 혈(血)의 체계입니다. 이 혈이라는 것은 천지론으로 보면 땅이예요. 우리의 혈(血)을 구성하는 것은 모든 것이 다 땅으로부터 왔습니다. 혈(血)은 곧 땅이에요. 땅을 흘러가는 관개용 수로가 곧 피인 것입니다. 땅에 대..
16장 4. 귀신은 어디에도 있다 존재를 나누고 죽음을 함께 해결한다 그리고 이 죽음의 해결방식에서 인간존재라는 ‘절대적 개체’를 설정하게 되면, 자꾸만 개인적 문제해결(indivisual solution)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해결, 중동문명의 경우에 그런 것이 있는데, 만약 존재 자체가 개인이 아니라 ‘관계된 존재’면 죽음 자체를 집단적인 해결(collected solution)을 합니다. 죽음을 같이 해결한다는 거지요. 가족 단위로 해결하거나 마을단위나 국가단위, 인류단위 등 죽음의 문제를 나 개인에게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집안의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여러 사람에게 공유(share)되면서 죽음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장례라는 것이 다 그런 의미예요. 죽음이 있으..
16장 3. 서양과 동양의 죽음 해소방식 시간 안에서 죽음을 해결 하는가? 시간 밖에서 위로를 찾는가? 결국 ‘귀신’이라는 것은 ‘인간의 죽음의 해결방식’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존재의 유한성인데, 이 죽음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인간존재의 유한성을 어떻게 무한화시키느냐 하는 것이죠. 자기의 존재성을 영속시키고 싶은 욕망이 인간에게는 있는 것입니다. 거기서 인간은 상당한 위로를 얻으니까요. 해탈한 사람들은 인생이란 게, 잠깐 왔다 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 가지고는 마음이 불안하단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잠깐 초개처럼 왔다가 끝나고 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이 죽음의 해결방식에는 기본적으로 시간 밖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있고 시간 안에서 해결..
16장 2. 합리적 귀신론 명당과 우리가 모시는 제사 유교에서 죽은 후에 혼백이 흩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묘자리 쓰는 진정한 이유는 혼백이 잘 흩어지는 자리를 고르는 것입니다. 명당이라는 것은 죽은 사람의 영속성을 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만약 흩어질 적에 자연스럽게 시간을 두고 흩어지지 못하고 갑자기 탁 흩어지게 되면, 이 혼이 어디서 괴이하게 뭉치거나 잘못될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동양인들은 죽는 순간에 사람의 혼백이 탁 하고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의 형태로 혼이 있으면 그 형태로 어느 정도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죽고 난 바로 다음은 혼이 명료하게 있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흩어지는 겁니다. 그 흩어지는 기간 동안에 제사를 지내는데, 한 ..
16장 1. 정약용과 주희의 귀신론 합리적으로 해석한 귀신 중요한 것은 16장입니다. 오늘은 이것 하나만 끝내면 될 것 같은데, 이 16장이 유명한 장이예요. 정약용 선생이 정조(正祖)에게 진강(進講)을 했는데, 임금에게 중용(中庸)을 강의한 강의록이 「중용강의(中庸講義)」라고 해서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그 양반은 자꾸 이 귀신을 초월적인 어떤 상제(上帝)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중용(中庸)』에서의 귀신이라는 의미는 그런 게 아니예요. 주자 주를 보면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귀신이라는 것은 천지의 공용이고 조화의 흔적이다[程子曰: “鬼神, 天地之功用, 而造化之迹也.”]”라고 말한 것이 있지요. 그러니까 귀신이라는 것은 이미 정명도 시대에만 해도 천지라는 코스몰로지의..
15장 6.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다 전번에 14장까지 했나요? 저번 12장의 ‘연비려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이란 말에서 ‘비(飛)’자하고 ‘약(躍)‘자를 합치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비약(飛躍)’이란 말이 됩니다. 여기가 그 출전이지요. 비약이란 말이 거기서 나왔다는 걸 아시고, 14장의 맨 마지막에 ‘실저정곡 반구저기신(失諸正鵠 反求諸其身)’이란 말을 존 듀이의 교육론과 관련지어 해설한 부분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서 깊이 새겨두기 바랍니다. 존 듀이는 목적이라는 게 저기 어디엔가 있는(end in view) 것이 아니다 이 말이죠? 행위 그 자체가 바로 목적(end in action)이라 할까, 프로세스라 할까, 목적(end)은 정곡 그 자체는 아니죠. 끝까지 계속적으로 내 몸의 행..
15장 5. 한시의 맛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꽃 속에서 한 호리병 술, 서로 친구 없이 독작한다.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잔 들어 밝은 달맞이하고, 그림자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影徒隨我伴 달은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니, 그림자만 하릴없이 나를 따라 짝하네. 暫伴月將影 行樂須交春 잠시 달과 그림자와 친구 되어, 즐거움을 누리는 이 일 봄에만 가득하지.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내가 노래하면 달도 배회하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춤을 추지.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깨어서는 함께 서로 기뻐하고, 취한 뒤엔 각자 나누어 헤어지니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정에 얽매임 없이 길이 결의하여 은하수에서 만나길 서로 기약하네. 이건 오언고시(五言古詩)입니다. 고시(古詩)는 길기 때문에 한 운(韻)으로 다 깔 필..
15장 4. 이발과 감기 이제마는 보편적인 증상을 장부구조에 환원해서 보았다 이 상한론(傷寒論)은 기본적으로 증상을 중심으로 해서 만든 것입니다. 병의 증세 중심입니다. 그런데 이제마는 이것이 심프텀(symptom, 증세) 중심인 것이 아니라, 분석을 해보니까 이 심프텀을 인체의 ‘장부적인 구조’로 환원시킬 수가 있겠다는 것입니다. 상한이라는 것은 체질 구조와 무관한 보편적인 인체의 증상단계를 말한 것인데, 이제마는 ‘이 증상단계는 인간의 체질구조에 따른 특유한 형태일 뿐인데, 오히려 이 사람들이 보편적인 증상단계로 잘못 본 것이다’하고 바꾼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태음·소음·궐음은 이렇게 단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6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개 이제마가 말하는 장부구조 상의 소음인(小陰..
15장 3. 증상과 위치에 따른 작전 위장도 체외이다 내가 항상 인체를 그리는 유명한 그림이 있어요. 인체를 동그랗게 그려서 반을 자르면 그림처럼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뚫려 있습니다. 몸 안의 위장은 체내입니까? 체외입니까? 이것도 체외예요. 여러분들은 겉의 피부만 체외인 줄 아는데, 이 안도 역시 체외입니다. 양자가 모두 상피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요. 밥 먹을 때에 식탁 위에서 마늘 냄새가 소록소록 납니다. 이건 체외에서 나는 거지요? 밥 먹고 나니까 입에서 마늘 냄새가 꼬락꼬락 납니다. 이건 뭡니까? 이것도 똑같은 체외의 사건이죠? 그래서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이해가 됩니까? 마늘이 식탁이라는 공간에서 내 위라는 공간으로 옮겨졌을 뿐이지 똑같이 체외에 있다는 거예요. 음식이 이 위..
15장 2. 감기와 면역기능 병균들이 ‘한(寒)’이나 ‘풍(風)’으로 표현하다 기본적으로 『황제내경(皇帝內經)』에는 인체를 파악하는 시각에 있어서 ‘음양오행’이라던가 ‘장부론’, ‘천지론’ 등에 입각한 인체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많아요. 그리고 그 시절에 해부학이란 말은 있을 수가 없어도, 오늘날로 치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에 대한 동양인들의 기초적인 생각이 다 들어있다고 봐야 합니다. 상당히 방대한 동양의학의 기초나 근간을 이루는 지식의 체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지요. 그러므로 『황제내경(皇帝內經)』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이론서입니다. ‘의학철학서’라고 할까, ‘philosophy of medicine’이라 할까, 그런 쪽으로 본다면 구체적으로 원리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증상에 대한 치료나 ..
15장 1. 황제내경의 성립시기 동양의 의서(醫書)에는 대표적인 것이 『상한론(傷寒論)』이란 것이 있고 『황제내경(皇帝內經)』이란 것이 있습니다. 둘 다 한나라 때 성립한 것으로 보는데 상한론(傷寒論)에는 앞에 유명한 서문이 있지요. 그걸 보면 상한론(傷寒論)의 성립시대를 추정할 수 있는데 동한말(東漢末)정도로, 즉 AD 200년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내경의 의미 『황제내경(皇帝內經)』이라는 것은 황제가 지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내(內)’라는 것을 내과적인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보면 『외경(外經)』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때의 내경이란 것은 내과. 외과의 ‘내’의 의미가 아니고 ‘아주 은밀하게 전수한 중요한 책’이라는 의미입니다. 영어..
14장 5. 존 듀이와 중용 子曰: “射, 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활쏘기는 군자의 자세와 같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자기 몸에서 구한다. 畫布曰正; 棲皮曰鵠, 皆侯之中, 射之的也. 子思, 引此孔子之言, 以結上文之意. 右第十四章, 子思之言也. 凡章首, 無子曰字者, 放此. 비단에 과녁의 원이 그려져 있는 것을 정(正)이라하고, 가죽에 과녁의 원이 그려져 있는 것을 곡(鵠)이라고 하니, 모두 과녁의 중앙이며, 활쏘기의 목표점을 말한다. 자사는 여기서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윗문장의 뜻을 결론지었다. 오른쪽은 제14장이니, 자사의 말이다. 장이 시작될 때 ‘자왈(子曰)’이 없으면, 자사의 말이라고 보면 된다. 이 구절은 군자의 도(道)를 활쏘기에 비유한..
14장 4. 평이한 일에서 故君子, 居易以俟命; 小人, 行險以徼幸. 그러므로 군자는 항상 평범한 데 거하면서 천명(天命)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것을 범하고 요행을 바란다. 易, 平地也, 居易, 素位而行也. 俟命, 不願乎外也. 徼, 求也. 幸, 謂所不當得而得者. 이(易)는 평상시에 사는 곳을 말한다. 거이(居易)는 그 지위에 처하여 행동한다는 뜻이다. 사명(俟命)은 그 바깥의 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徼)는 구한다는 뜻이다. 행(幸)은 마땅히 얻지 말아야 할 것을 얻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대비되고 있는 것은 이(易)와 험(險)입니다. 이것은 또다시 앞서 분수나 위(位)의 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주역(周易)』 「계사(繫辭)」에 나오는 ‘간이(簡易)의 사상’과도 상통하는 말입니다. 군자는..
14장 3. 기자의 시건방 본인이 있는 앞에서 이런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잘 모르겠는데, 내가 오구라씨를 만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오구라씨가 『世界(せかい)』라는 잡지의 기자와 함께 이리 원광대학교에 한 번 왔었어요. 그 『세계(世界)』라는 잡지의 경향은 우리나라의 『신동아』보다는 『사상계』에 가까운 잡진데, 1945년에 창간되어서 50년 동안 일본 사상계를 지켜온 잡지입니다. 참 아이러니칼한 게, 일본의 역사는 극우의 역사인데 반하여, 일본 근세 지성인들은 모두 극좌의 세계라는 거예요. 그 사람의 경향이 ‘좌’가 아니면 아예 지식인 축에 끼지도 못했습니다. 아주 대체적으로(roughly)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7.80년대도 다 그랬어요. 『세계(世界)』 편집장의 부탁으로 오구라..
14장 2. 주어진 상황에서 자득하다 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 無入而不自得焉.부귀에 처해서 부귀한 바를 행하며,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한 대로 행하며, 이적(夷狄)에 있을 때에는 이적(夷狄)의 법칙에 따라 행하며, 환난에 있을 때에는 환난한 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서 스스로 얻지 못할 바가 없다. 此言素其位而行也.여기선 그 지위에 처하여 행동한다는 것을 말했다. 소부귀 행호부귀(素富貴 行乎富貴) 이 말은 부귀가 부귀한 것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귀한 위치에 걸맞는 행동양식과 덕성이 있다 이겁니다. 이것은 부귀가 그 나름대로의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그에 맞는 덕성을 길러 위(位)와 조화를 이루어야지, ‘부자는 좋은 것이니..
14장 1. 현재의 위(位)에서 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군자는 그 위치에 근거하여 행하고 그 밖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 素, 猶見在也, 言君子但因見在所居之位, 而爲其所當爲, 無慕乎其外之心也. 소(素)는 현재에 있는 곳을 말하니, 군자는 현재 머무는 지위에 따라 그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그 바깥을 사모하는 마음은 없다는 것을 뜻이다. 여기 ‘소(素)’라는 글자는 여러 가지 뜻이 많은데, 제11장의 ‘색은행괴(素隱行怪)’의 ‘소(素)’와 연관시켜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자 주에서는 ‘소유현재야(素猶見在也)’라 하면서 ‘현재‘의 의미로 해석을 했죠. 그런데, 이 현재라는 말은 유가(儒家) 고전에는 없지만, 우리 실생활에서는 아주 많이 사용되는 말이죠. 과거·현재·미래 모두 위진남북조때 퍼진 ..
13장 4. 도덕의 일용성 君子之道四, 丘未能一焉: 所求乎子, 以事父, 未能也; 所求乎臣, 以事君, 未能也; 所求乎弟, 以事兄, 未能也; 所求乎朋友, 先施之, 未能也. 庸德之行, 庸言之謹, 有所不足, 不敢不勉, 有餘不敢盡. 言顧行, 行顧言, 君子胡不慥慥爾!” 군자의 도(道)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나는 한 가지도 능하지 못하였다. 자식에게 구하는 바로써 부모를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였고, 신하에게 구하는 바로써 임금을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였고, 아우에게 구하는 바로써 형을 섬김을 능히 하지 못하였다. 붕우에게 바라는 바를 먼저 그에게 베푸는 데에 능히 하지 못하였다. 평범한 덕을 행하며 평범한 말을 삼가고, 부족함이 있으면 감히 힘쓰지 아니 할 수가 없고 남는 바가 있어도 그것을 다하지 않는다. 말은 행..
13장 3. 인간은 열려 있는 존재 忠恕違道不遠,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 “충서는 도(道)로부터 멀지 않다. 자기에게 베풀어 보아 원하지 않으면 역시 남에게 베풀지 말아라” 盡己之心爲忠, 推己及人爲恕. 자기의 마음을 다하는 것을 충(忠)이라 하고 자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을 서(恕)라 한다. 違, 去也, 如「春秋傳」齊師‘違穀七里’之違. 言自此至彼, 相去不遠, 非背而去之之謂也. 道, 卽其不遠人者是也. 위(違)는 거리이니, 「춘추전」에서 제나라 군대가 ‘穀으로부터 7리 떨어져 있다’라고 할 때의 위(違)다. 이것으로부터 저것까지의 서로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뜻이지, 등지고서 떠났다는 말은 아니다. 도(道)가 곧 사람에게서 멀지 않다는 게 이것이다.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 忠恕之事也. 以己之心度人..
13장 2. 동양의 교육론 詩云: ‘伐柯伐柯, 其則不遠.’ 執柯以伐柯, 睨而視之, 猶以爲遠. 故君子以人治人, 改而止. 『시경(詩經)』에서 말하기를: ‘아 도끼자루를 만들지 도끼자루를 만들지, 그런데 그 법칙이 먼 데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했다. 도끼자루를 잡고 (도끼질하여) 도끼자루를 깍고 있으니, 그냥 한번 흘깃 보면 그 모양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군자가 사람으로써 사람을 다스릴 때 고치기만 하면 그만두어라. 詩, 「豳風伐柯」之篇. 柯, 斧柄. 則, 法也. 睨, 邪視也. 시(詩)는 「빈풍벌가」의 편이다. 가(柯)는 도끼자루다. 칙(則)은 법칙이다. 예(睨)는 흘려본다는 것이다. 言人執柯伐木以爲柯者, 彼柯長短之法, 在此柯耳. 然猶有彼此之別, 故伐者視之猶以爲遠..
13장 1. 도는 가까이 있다 子曰: “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 공자가 말하기를 도(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도(道)를 행할 때는 그것이 멀리 있는 것처럼 한다. 그렇게 해가지고는 도(道)를 실천할 수 없다. 道者, 率性而已. 固衆人之所能知能行者也, 故常不遠於人. 도(道)라는 것은 본성을 따를 뿐이다. 진실로 여러 사람이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若爲道者, 厭其卑近以爲不足爲, 而反務爲高遠難行之事, 則非所以爲道矣. 그런데 만약 도를 행하는 사람이 비근함을 싫어하여 행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도리어 고원하여 행하기 어려운 일에 힘쓴다면 도를 행할 수가 없다. ‘원(遠)’을 보통 타동사로 ‘멀리하다..
12장 6. 생명의 약동 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시경(詩經)』에 “솔개가 하늘로 날고 고기가 연못에 뛴다”라고 한 것은 이러한 위대한 길이 위(하늘)와 아래(땅)에 모두 명백히 드러남을 은유한 것이다. 詩, 「大雅旱麓」之篇. 鳶, 鴟類. 戾, 至也. 察, 著也. 시는 「대아한록」의 편이다. 연(鳶)는 솔개의 종류다. 려(戾)는 이른다는 뜻이다. 찰(察)은 나타나는 것이다. 子思引此詩以明化育流行, 上下昭著, 莫非此理之用, 所謂費也. 然其所以然者, 則非見聞所及, 所謂隱也. 자사는 이 시를 인용하여 변화하며 기르고 유행하여 위와 아래에 밝게 드러나 이 이치의 용(用)이 아님이 없음을 밝혔으니, 비(費)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는 견문(見聞)에 미치질 못하니, 은(隱)이라 할 ..
12장 5. 통합적 지식을 갖추려면 물리학과 생물학의 통일장 주자 주(註)에도 인용이 되고 있고, 『장자(莊子)』의 「천하(天下)」편에 나오는 유명한 혜시(惠施)의 말이 있는데, 그것은 ‘가장 큰 것은 밖이 없고, 가장 작은 것은 안이 없다[至大無外 至小無內].’입니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로, 현대물리학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명언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은 우주가 밖이 있지요. 천문학에서 말하는 우주(Cosmos)는 아무리 큰 것이라 하더라도 밖이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이 『시간의 역사』에서 우주의 모형을 몇 번이나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밖이 있다고 본다는 것을 말해 줘요. 그러나 그 밖이라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시간 밖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의미가 없는 겁니다. 즉..
12장 4. 부부로부터 시작한 이유 유가와 묵가의 싸움 유교주의를 지새끼, 지애비만 안다고 비난합니다. 유교주의는 끝까지 훼밀리 윤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건데, 이게 타락하면 묵자가 ‘유교는 지새끼. 지애비만 안다’고 까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어버리는 것이죠. ‘공자라는 새끼는 지새끼. 지애비만 안다. 짜식들이 겸애(兼愛)가 있어야지 말이야 ∼ . 그러니까 유교주의는 보편주의가 없어!’ 가장 중요하게 내걸고 있는 훼밀리 윤리는 너무 협애하다는 통렬한 지적입니다. 즉, 지애비, 지에미가 아니더라도 똑같이 내 부모같이 사랑할 줄 아는 겸애가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맹자(孟子)는 또 어떻습니까. 묵자를 까죠? 저 새끼는 지애비. 지에미도 모르는 새끼라고 깝니다. 어떻게 보면 감정싸움이고, 해답이 없는 싸움이예요...
12장 3. 가족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차이 서양사회학 : 국(國)을 가(家)에서 해방시켜라! 중국말에 쓰이는 국가라는 말은 가(家)와 국(國)을 하나의 동일한, 동질적 공간체계로 보는 겁니다. 국(國). 가(家)라는 개념, 이게 동양의 특이한 사고 방식이예요. 근대 사상에 의해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금 사회학의 기본 가설이 뭔지 알아요? ‘국(國)과 가(家)의 컨티뉴티(Continuity, 연속성)를 끊어라’는 겁니다. 즉, ‘국(國)의 윤리를 가(家)의 윤리로부터 해방시키라’는 것이죠. 이것이 사실은 근세 사회과학의 출발입니다. 마키아벨리즘이라던가, 서구라파 근대화 사상은 사회 현상이란 사회 현상 나름대로의 독특한 밸류(Value, 가치)가 있는 것이지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윤리..
12장 2. 가장 원초적이며 지속적인 사회 夫婦之愚, 可以與知焉,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不知焉; 夫婦之不肖, 可以能行焉,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不能焉. 天地之大也, 人猶有所憾. 故君子語大, 天下莫能載焉; 語小, 天下莫能破焉. 그러나 어리석은 보통 부부라고 할지라도 더불어 같이 애쓰면 그 위대한 길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평범한 부부의 앎이라도 지극한데 이르면 비록 성인이라도 알지 못하는 바가 있다. 또한, 못난 부부라 할지라도 그 위대한 길을 잘 행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못난 부부의 행동이라도 지극 데 이르러서는 비록 성인이라 할지라도 능하지 못하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보통의 인식을 벗어난 광대한 하늘과 땅의 움직임에 대하여 사람들은 유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도를 실천하..
12장 1. 반어적 용법과 상상력 君子之道, 費而隱. 군자의 길은 명백하면서도 또한 가물가물 숨겨져 있다. 費, 用之廣也. 隱, 體之微也. 비(費)는 용(用)의 넓음이다. 은(隱)은 체(體)의 작디작음이다. 여기 ‘비(費)’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비용’할 때 쓰는 말이지만, 이 구절에서의 뜻은 영어로 하면 ‘익스텐시브(extensive, 광범위한)’, ‘에비던트(evident, 명백한)’란 말입니다. 즉, 광범위하다, 명백하다, 어디든지 가지 않는 데가 없다는 뜻이죠. 주자 주(註)에 ‘비 용지광야(費 用之廣也)’라고 했듯이 그 기능이 한없이 넓은 것을 말합니다. 그 다음에 접속사 ‘이(而)’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그리고’의 뜻이 있고, 앞과 뒤가 반대될 때 연결해 주는 뜻이 있어요. ‘∼..
11장 3. 샤넬과 의상혁명 한복과 츠앙파오(長袍) 나는 비닐 같은 것 또는 나이론 섬유 같은 것으로 한복의 동정을 만들어서 다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런 동정은 목에 자꾸만 쓸려서 싫거든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꼭 면에다가 종이를 대어서, 집에서 만든 것을 달아 입습니다. 한복과는 다른 스타일로 목둘레가 퍼져있는 형태의 옷으로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츠앙파오(長袍)라는 것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두루마기를 별로 입지 않듯이, 실제로 중국에 가보면 입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청나라 오랑캐를 이야기할 때 기(旗)자를 많이 쓰는데, 왜 그런가 하면 청(淸)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만주이고, 만주는 원래 중국이 아닙니다. 북방의 여진족들이 원래 사냥을 많이 하니까, 사냥할 때 깃발을 가지고 서로를 ..
11장 2. 사서는 서로 통한다 不爲索隱行怪, 則依乎中庸而已. 不能半塗而廢, 是以遯世不見知而不悔也. 此中庸之成德, 知之盡ㆍ仁之至ㆍ不賴勇而裕如者, 正吾夫子之事, 而猶不自居也. 故曰“唯聖者能之”而已. 右第十一章. 子思所引夫子之言, 以明首章之義者止此. 蓋此篇大旨, 以知ㆍ仁ㆍ勇三達德爲入道之門. 故於篇首, 卽以大舜ㆍ顔淵ㆍ子路之事明之. 舜, 知也; 顔淵, 仁也; 子路, 勇也. 三者廢其一則無以造道而成德矣. 餘見第二十章. 이상은 11장이다. 자사가 공자의 말을 인용해서 1장의 뜻을 펼쳐 여기에서 끝냈다. 이 책의 큰 뜻은 지ㆍ인ㆍ용 세 가지 달덕(達德)으로 도(道)에 들어가는 문을 삼았다. 그러므로 책머리에 요(舜)임금ㆍ안연ㆍ자로의 일을 예로 들어서 그 내용을 밝히셨으니, 순(舜)은 지(知)이고 안연은 인(仁)이고 자..
11장 1. 동양문명 최고의 메시지 子曰: “素隱行怪, 後世有述焉, 吾弗爲之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숨어있는 오묘한 세계만을 찾아다니고 괴이한 것을 실행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후세에 잘 돋보여서 그에 대해 기술되는 바가 있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素, 按『漢書』當作索, 蓋字之誤也. 소(素)는 『한서』를 살펴보면 마땅히 ‘색(索)’으로 쓰여 있으니, 대개 글자의 오류이다. 索隱行怪, 言深求隱僻之理, 而過爲詭異之行也. 然以其足以欺世而盜名, 故後世或有稱述之者. 색은행괴(索隱行怪)는 숨겨진 궁벽한 이치를 깊숙이 구하고 괴이한 행동을 지나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속이고 명성을 훔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후세에 혹 칭술되는 것이다. 此知之過而不擇乎善, 行之過而不用其中,..
10장 4. 중용적인 삶을 산다는 것 “국유도 불변색언(國有道 不變塞焉)” 주자 주(註)를 보면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달성하지 못했던 때에 지키던 것을 변치 않는다[國有道 不變未達之所守].”라고 했는데, 이게 상당히 중요한 말입니다. 80년대 전두환 집권시절에 사회가 꽉 막혔었죠[塞]? 그렇게 무도(無道)했던 시점에서 문민정부로 오면서 유도(有道)하다고 그러잖아? 정말로 유도한 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외면적으로 볼 때는 그때에 비하면 도(道)가 있죠. 그렇지만 무도(無道)한 시절에 느꼈던 문제점이나 개선하려 했던 점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구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80년대 문제의식이 몇몇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되요. 그것을 끊임없이 중용..
10장 3. 추구해야 할 강함 故君子和而不流, 强哉矯! 中立而不倚, 强哉矯! 國有道, 不變塞焉, 强哉矯! 國無道, 至死不變, 强哉矯! 그러므로 군자는 조화를 이루어도 휩쓸리지 않으니, 강하구나 그 굳셈이여! 가운데 서서 치우치지 않으니, 강하구나 그 굳셈이여! 나라에 도(道)가 있을 때는 막혀 있던 시절의 뜻을 바꾸지 않으니, 강하구나 그 굳셈이여! 나라에 도(道)가 없을 때는 죽음에 이르러도 지조를 바꾸지 않으니, 강하구나 그 굳셈이여! 此四者, 汝之所當强也. 矯, 强貌. 『詩』曰: “矯矯虎臣,” 是也. 倚, 偏著也. 塞, 未達也. 이 네 가지는 자로 네 녀석이 마땅히 추구해야할 강함이다. 교(矯)는 강한 모양이다. 『시경』에선 ‘굳세고 굳센 호랑이 같은 신하’라고 쓰여 있으니, 바로 이것이다. 의(倚..
10장 2. 포레스트 검프와 서울 포레스트 검프에 나타난 남방과 북방의 강함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는 최근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 중에서 아주 위대한 영화입니다. 두 번 요절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 영화는 꼭 보시도록! 어디, 이 영화 본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음, 많은데. 그럼 얘기가 되겠구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자 백치인 포레스트 검프는 남방지강의 전형적인 사람이죠? 이런 백치를 등장시킨 이유는 그 사람을 통해 미국 중산층의 가장 건전한 삶의 측면을 대변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 사람의 보통 삶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연적이거든요. 그들이 인위적인 사람인 줄 알지만 오히려 순박한 사람이 많아요. 알라바마촌놈, 이것은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의 상징예요. 이 영화의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
10장 1. 남방과 북방의 강함 子路問强. 자로가 공자에게 용기에 대해 물었다. 子路, 孔子弟子仲由也. 子路好勇, 故問强. 자로는 공자의 제자로 중유다. 자로는 용맹을 좋아했기 때문에, 강함에 대해 물은 것이다. 자로는 말했듯이 우직하고 저돌적인, 용기의 상징이었죠. 그래서 관심도 용기에 있었겠지. 그래서 “What is courage?”라고 물은 것입니다. 子曰: “南方之强與? 北方之强與? 抑而强與? 공자가 말했다. “남방의 강(强)을 말한 것인가, 북방의 강(强)을 말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너 자신이 힘써야 할 강(强)을 말한 것인가?” 抑, 語辭. 而, 汝也. 억(抑)은 어조사다. 이(而)은 너란 뜻이다. 여기 공자의 말은 일종의 변증법(Dialectic)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산파술이라..
9장. 한문의 맛이 느껴지는 장 子曰: “天下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천하국가는 고르게 할 수 있다. 작록도 사양할 수 있다. 서슬퍼런 칼날도 밟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중용(中庸)은 불가능하다.” 9장이야 말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인데, 한문의 맛을 가장 극적으로 알 수 있는 멋있는 장입니다. 천하국가로 시작하는 것은 굉장히 거창하죠? 그 다음에 작위와 봉록(爵祿) 다음에 백인(白刃)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념적으로 본다면 문장의 구조가 천하로부터 스케일이 점점 줄어들어요. 그렇지만 느낌은 엄청나게 강화되고 있습니다. 보세요! 여기서 ‘고르게 한다[均]’는 말은 공자의 말에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치의 핵심을 말한 것이..
8장 안회의 심미적인 중용 子曰: “回之爲人也, 擇乎中庸, 得一善, 則拳拳服膺而弗失之矣.” 공자가 말했다. “회(回)의 사람됨은 중용(中庸)을 택하여서 좋은 것을 하나 얻으면 가슴에 꼭 품어서 떠 받들고 결코 그것을 잃지 않는다.” 回, 孔子弟子顔淵名. 拳拳, 奉持之貌. 服, 猶著也. 膺, 胸也. 奉持而著之心胸之間, 言能守也. 안회는 공자의 제자인 안연의 이름이다. 권권(拳拳)은 받들어 가진 모양이다. 복(服)은 붙인다와 같은 것이다. 응(膺)은 가슴이다. 받들어 가져 마음과 가슴 사이에 붙인다는 것은 지킬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顔子蓋眞知之, 故能擇能守如此, 此行之所以無過不及, 而道之所以明也. 右第八章. 안자는 대저 참으로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택하여 지킬 수 있음이 이와 같았고, 그것을 실천함에 지..
7장 2. 반절법(反切法) 주자 주(註)를 보면 ‘확 호화반(擭 胡化反)’이라고 되어 있는데 ‘반절(反切)’을 설명한 거죠. 중국인들은 글자의 발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발음기호 같은 것이 없어서 한 글자에 대해 같은 중국 글자 두 개를 모아 발음을 표기하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그것을 반절(反切)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인도 불경의 역경자(譯經者)들 사이에서 개발된 방법이라 하고, 위진시대 때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는데, 북송조의 「광운(廣韻)」의 반절로 표기된 가장 오래된 운서이다. 앞 글자에서 성모를 취하고 뒷 글자에서 운모를 취하여 합한다. ‘동(東)’은 ‘덕홍절(德紅切)’이라고 하면 덕(德)성에서 ‘ㄷ’을 떼어내고, 홍(紅)에서 ‘옹’을 떼어내어 합치면 ‘동’이 되는 것이다. 절(切)이라고도, 반(反)이..
7장 1. 누구나 함정에 걸린다 子曰: “人皆曰予知, 驅而納諸罟擭陷阱之中, 而莫之知辟也. 人皆曰予知, 擇乎中庸, 而不能期月守也.” 공자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모두들 ‘나는 지혜롭다’고 말하지만 그물과 덫과 함정 가운데로 휘몰아 넣어도 피할 줄을 알지 못하고,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나는 지혜롭다’고 하면서도 중용(中庸)을 택하여서는 일개월도 지키지 못한다.” 罟, 網也. 擭, 機檻也. 陷阱, 坑坎也. 皆所以掩取禽獸者也. 擇乎中庸, 辨別衆理, 以求所謂中庸, 卽上章好問ㆍ用中之事也. 期月, 匝一月也. 言知禍而不知辟, 以況能擇而不能守, 皆不得爲知也. 고(罟)는 그물이다. 확(擭)은 덫이다. 함정(陷阱)은 구덩이를 판 것이다. 다 짐승을 불의에 잡는 것이다. ‘중용을 택한다’는 것은 모든 이치를 판별하여 중용이..
6장 4. 양극단을 포괄하다 극단적인 논리에 갇히지 않고 양극단을 포괄한 후에 말하다 그 다음에 ‘집기양단(執其兩端)’ 한다고 했는데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라고 되어 있죠. “오유지호재 무지야(吾有知乎哉 無知也).” 이것은 두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어요. 하나는 “내가 정말 인텔리라 할 수 있느냐. 나는 사실 무지(無知)한 놈이다”라는 겸손의 뜻으로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나를 자꾸만 아는 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한다. 내가 그렇게 현학적인 인간이겠는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자기를 변호하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둘 중에서 대부분이 후자의 해석을 취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무지(無知)의 ..
6장 3. 惡은 ‘악’이 아닌 ‘오’다 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其斯以爲舜乎!” 악(惡)를 숨기고 선(善)을 드러낸다. 그 양쪽 끝을 잡아서 그 가운데를 백성에게 쓰니, 이것이 바로 순(舜)이 순(舜)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然於其言之未善者, 則隱而不宣; 其善者, 則播而不匿. 其廣大光明, 又如此, 則人孰不樂告以善哉? 그러나 그 말이 선이 아닌 것에 있어서는 감춰주고 드러나지 않게 했으며, 선한 것이면 전파하여 숨기지 않았다. 또한 이와 같다면 사람이 누가 기꺼이 선으로 알려주지 않으랴? 兩端, 謂衆論不同之極致. 蓋凡物皆有兩端, 如小大ㆍ厚薄之類. 於善之中又執其兩端而量度以取中, 然後用之, 則其擇之審而行之至矣. 然非在我之權度精切不差, 何以與此? 此知之所以無過不及, 而道之所以行也. 右第六章. 양단이..
6장 2. 이언을 들을 수 있으려면 매스컴, 테레비 지식의 한계가 바로 그 수동성입니다. 여러분들이 학문을 출발할 때는 항상 목표가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죠. 뭐가 뭔지 모르니깐. “어딘가에 엄청난 뭔가 있을 것이다!” 근데 결론적으로는 중용(中庸)에서 강조하는 데로 돌아오게 되죠. 즉 호찰이언(好察邇言), 가까운 데에 있는 평소의 일상적인 말을 살피기를 좋아한다는 데로 귀결됩니다. 그러나 너무 쉽게 가까운 곳으로 돌아오면 안 되죠. 일단 먼 데로 탐험을 떠나란 말이야. 그리고 진지하고 면밀하게 탐험을 하세요. 그러한 기나긴 여정 끝에 결국 가까운 데로 돌아오게 됩니다. 내 인생을 회고해 볼 때, 나는 무한히 먼 여행을 많이 했어요. 나도 상당한 모험가란 말입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오십이 되어가니까..
6장 1. 묻길 즐기다 子曰: “舜其大知也與! 舜好問而好察邇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순(舜)은 크게 지혜로운 자로다. 순(舜)은 묻기를 좋아하고 평소의 일상적인 가까운 말을 곰곰히 살피길 좋아한다. 舜之所以爲大知者, 以其不自用而取諸人也. 邇言者, 淺近之言, 猶必察焉, 其無遺善可知. 순임금이 크게 지혜로운 자가 된 까닭은 자기에게 있는 것을 쓰지 않고 남에게서 취하였기 때문이다. 이언(邇言)이란 일상적이고 지근한 말로 순임금은 오히려 살펴 버릴 선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순(舜)은 참으로 위대한 지성이다. 순(舜)은 묻는 걸 좋아하고 가까운 말을 살피기를 좋아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순(舜)’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는데, 공자는 요(堯)와 순(舜)이라는 성왕을 명백히 인식한 사람입..
5장. 무자각적 현실의 개탄 子曰: “道其不行矣夫!”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도(道) 그것이 행하여지지 않는구나!” 由不明, 故不行. 右第五章. 此章承上章而擧其不行之端, 以起下章之意. 밝지 않기 때문에 행하여지지 않는다. 오른쪽은 5장이다. 이 장은 4장에 이어 도가 행하여지지 않는 단서를 열거하여 6장의 뜻을 일으킨 것이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도(道)가 행해지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다는 데 대한 공자의 개탄입니다. 주주(朱註)에 “이 장은 윗 장을 이어서 도(道)가 행해지지 못하는 단서를 들어서 다음 장의 뜻을 일으키는 것이다[此章承上章而擧其不行之端 以起下章之意]”라고 되어 있는데 4장과 6장의 커넥션(Connection, 연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상장(上章)의 “도지불행야 아지지의(..
4장 5. 맛의 판단은 느낌이다 그러면 도대체 맛이라는 게 뭡니까? 칸트는 제3비판에서 뭐라고 했냐면, 심미적 판단의 근본은 ‘맛’이라 했거든요. 판단력이란 말은 바로 ‘맛을 안다’는 겁니다. 맛의 판단은 느낌(feeling)이며 개념(concept)이 아닙니다. 한 건물에 대한 개념적 지식과 그 건물에 대한 맛(아름다움)의 느낌은 다른 것입니다. 맛, 맛이라는 것은 절묘한 것입니다. 요새 최교수가 집에 없어서 한 아주머니가 와서 고깃국 같은 걸 끓여놓고 가는데…… 여성 동포들을 위해서 내가 이걸 또 강의를 해줘야지. 고깃국 하나를 제대로 못 끓이는 불행한 이 현실! 미국에 가보면 말이죠, 고기가 많아요. 안심 같은 고기가 수 파운드에 몇 푼 안합니다. 그래서 모였다하면 고기! 고기야, 좌우지간. 우리 ..
4장 4. 그 맛을 아는가?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사람들이 먹고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구나.” 道不可離, 人自不察, 是以有過不及之弊. 右第四章. 도는 떠날 수 없지만 사람이 스스로 살피지 않기 때문에 과함과 미치지 못하는 폐단이 있는 것이다. 오른쪽은 제4장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 명언이 나옵니다. 공자님 말씀이 “인막불음식야 선능지미야(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음식을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다라고 했습니다. 최근에 중국의 리얀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 『음식남녀(飮食男女)』란 게 있죠. 그거 한 번 꼭 보세요. 걸작입니다. 평범한 자기의 음식문화를 가지고 그렇게 심미적(aesthetic)인 화면을 구성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거든요..
4장 3. 지자(智者)ㆍ우자(愚者)는 인간세의 문제다 어쨌든 지자(知者), 우자(愚者)의 문제는 항상 인간세에 있는 문제라는 겁니다. 과(過), 지나치고, 불급(不及), 미치지 못해! 여기서 지자(知者), 우자(愚者) 문제는 물론 내가 말한 바이오로지칼(Biological, 생물학적)한 것이라기보다는 문명이라는 조건 속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명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행동방식을 살펴보면, 대개 지혜로운 자들은 익세시브 트렌드(Excessive trend, 과도한 경향)가 있고, 어리석은 자들은 인서피션트 트렌드(Insufficient trend, 부족한 경향)가 있다는 말이겠죠? 근데 도가(道家)는 여기에서 어느 쪽을 찬양했느냐 하면, 우(愚) 쪽으로 치우쳤어요. 노자의 ‘큰 지혜는 마치 ..
4장 2. 대학 교육 자율화 엊그제 김삼룡 원광대 총장님하고 신라호텔에서 불란서 요리를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그 분은 교육부 장관인 우리 누나한테 불만인 거야. “어쩌자고 대학 입학 정원을 풀어주는 겁니까? 원광대학만 해도 서울에서 오는 학생이 보통 40%나 되는데, 정원이 풀리면 우리 대학의 상당과가 폐과를 하게 되어서 대학을 지탱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 대학뿐만 아닙니다. 지방대학들이 다 문제가 있고 특히 전문대학들은 난리가 났어요…” 맞는 말이죠. 재수생 25만이 정체되었다는데, 정원이 풀리면 지방으로도 안 가겠고 전문대학에도 안 들어가려고 하겠죠. 전문대 가는 이유가 뭡니까? 4년제 대학정원을 풀어버리면 어떤 바보가 전문대학에 가겠느냐구요. 그리고 지방대학의 문제도 심각하겠지요. 그런데 내..
4장 1. 지나침과 모자람 子曰: “道之不行也, 我知之矣, 知者過之, 愚者不及也; 道之不明也, 我知之矣, 賢者過之, 不肖者不及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道)가 행하여지지 않는구나.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뭘 좀 안다고 하는 놈은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들은 못 미치기 때문이다. 도(道)가 밝아지지 않는구나. 난 그 까닭을 알지. 현명하다고 하는 자는 지나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못 미치기 때문이지. 道者, 天理之當然, 中而已矣. 知愚賢不肖之過不及, 則生稟之異而失其中也. 知者知之過, 旣以道爲不足行; 愚者不及知, 又不知所以行. 此道之所以常不行也, 도라는 것은 천리의 당연함으로 중(中)일 뿐이다. 지혜로움, 어리석음, 어짊, 불초의 과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은 태어나며 품부 받은 다름으로 중(中)을 잃은 것..
3장 5. 중용의 우주관과 역사관 중용(中庸)의 우주관 그런데, 인체라는 우주뿐만이 아니라 천지라는 우주조차도 이러한 중용(中庸)의 체계로 생각한 사람들이 중국인들입니다. 요새 제기된 ‘가이아 이론’【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구의 여신’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제임스러브록이 주장한 학설이다. 러브록에 따르면 지구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존에 최적조건을 유지해 주기 위해 언제나 자기 스스로 조정하고 스스로 변화한다고 한다. 】 같은 것이 아주 새로운 이론인 걸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 큰형만 해도 서양 학문만 해서 뭘 잘 모르고 흥분해서 떠드시거든요. “요새 무슨 새로운 이론이 나왔는데 그러 참 대단하고 참신하더라는 둥” 내가 보기에는..
3장 4. 불알과 혈액응고의 중용 불알이 체현화한 중용 그러면 더울 때는 어떻게 됩니까? 여기서, 쉽게 알 수 있는 남자의 불알고환(scrotum)의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왜 불알이 밖으로 나와 있는 줄 알아요? 여학생들은 더욱 궁금하시죠? 여자의 경우는 자궁(uterus)을 지나서 훨씬 안쪽에 난소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난소염이 맹장염 같은 질병과 혼동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어쨌든 남자의 정자는 불알안의 세미니퍼러우스튜불(seminiferous tubules)이라는 세정관의 내벽의 기저막의 원시생식세포가 분열과정을 거쳐 성숙하여 되는 것인데, 그 체세포가 아닌 생식세포가 ‘분열(division)’되는 데 있어서 최적조건은 체온보다 낮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알이 몸통 밖에..
3장 3. 중용의 인체관 내가 살면서 느껴 볼 때, 중용(中庸, 庸은 범용한 것이라고 했잖아요?)은 아주 평범한 것입니다. 하등에 어려운 것이 아니예요. 그런데도 중용(中庸)을 실행하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지속성(continuity)’ 때문이죠. 이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김용옥이 해석하는 중용(中庸)은 호미오스타시스(Homeostasis)라고 했죠? 호미오스타시스란 도대체 뭐냐? 여러분, 추우면 떨고 더우면 땀이 나죠? 추우면 왜 몸이 떨리는 줄 아십니까? 인체는 옆의 그림처럼 밀폐된 세계이고 독립된 공간입니다. 물론 많은 구멍들이 있어서 외부와 교섭작용(communication)을 하고 있지만은요. 이렇게 밀폐된 공간의 명백하고 중요한 특성은 ‘36℃의 온도를 유지하는 우주..
3장 2. 오래 실천하기 힘들다 子曰: “中庸其至矣乎! 民鮮能久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중용(中庸) 그것은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오래 실천할 수 있는 자가 드물 뿐이다.” 過則失中, 不及則未至, 故惟中庸之德爲至. 然亦人所同得, 初無難事, 但世敎衰, 民不興行, 故鮮能之今已久矣. 『論語』無能字. 右第三章. 과하면 중(中)을 잃고, 미치지 못하면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중용의 덕이 지극함이 된다. 그러나 또한 사람이 함께 얻은 것으로 처음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다만 세상의 가르침이 쇠하여 백성들이 흔쾌히 실행하지 않기 때문에 드물게 그것을 행하여 지금은 이미 오래 지나 버렸다. 『논어』에는 ‘능(能)’ 자가 없다. 오른쪽은 제3장이다. 주자 주(註)를 보면, ‘선(鮮)은 상성..
3장 1. 졸업 대신 승당례로 오늘 강의할 내용은 『중용(中庸)』에서 가장 오래된 프래그먼트로서 공자의 말씀의 인용의 양식을 취하고 있다. 이 내용이 다 문자 그래도 공자의 말이라고는 속단할 수 없어도 거의 대부분이 『논어(論語)』의 단편들과 동일한 전승임을 말해주고 있다. 공자의 어록 중에서 중용(中庸)과 관련되는 내용만을 간추린 이 내용은 아마도 가장 강렬한 유교철학의 표방일 것이다. 구절구절마다 우리의 일상적 사고의 허점을 찌르고 들어오는 그 맛이 참으로 짜릿하다. 모레 야회를 가는데 서원 측에서도 여러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올서원에서 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작은 일에도 엄청난 공력이 들어가고 많은 생각을 해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보통 놀러 가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
2장 2. 상황에 따른 중용의 예 손가락 끝에서 어떤 물체를 올려놓고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물체의 중심이 잡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기울어지기 때문입니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농구선수가 손가락 끝에서 공을 돌릴 때 손가락 끝이 미세하지만 공의 무게 중심을 따라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동적 평형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동질성(Equality)이라고 하는 것은 영원히 있을 수 없습니다. 이퀄리티는 순간의 이상적인 관념일 뿐이에요. 이퀼리브리엄이 존재하는 것은 이질성(Inequality)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불급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죠. 과불급이 있기 때문에 중용(中庸)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고, 여기서 과불급에 대한 비판은 과불급이 평형을 유지할 수 없을 ..
2장 1. 골드민과 중용 仲尼曰: “君子中庸, 小人反中庸. 중니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중용(中庸)을 하고 소인은 중용(中庸)을 거스른다【군자는 義에서 깨달음을 얻고 소인은 利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즉 깨달음의 층차의 단계적 고하를 말했을 뿐이다. 따라서 군자는 위대한 통치자이고 소인은 우매한 백성이라는 식의 논리는 유교에 없는 논리이고, 또 있어서도 아니 되는 논리이다. 군자와 소인은 결국 동일한 인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군자가 수양을 게을리하거나, 판단을 잘못하거나, 일시적 탐욕에 치우치거나, 처신을 잘못하면 곧바로 소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군자나 소인이나 모두 ‘사(士)’라는 일정한 수준의 교양인들을 놓고 하는 말이지, 성(城) 밖의 밭가는 농부를 보고 ‘소..
1장 12. 1장에 대한 주자해설 右第一章. 子思述所傳之意以立言: 오른쪽은 1장이다. 자사가 전수한 바의 뜻을 기술하여 글을 지어서 주자가 편집을 하면서 집어넣은 말인데 엉터리 같은 말입니다. 자사 이전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주자가 잘 몰라서 한 얘기죠. 首明道之本原出於天而不可易, 其實體備於己而不可離, 맨 먼저 도의 본원이 하늘에서 나와 쉽게 바뀔 수 없음을 밝혔고, 그 실체가 자기 몸에 갖추어져 떠날 수 없음을 (밝혔다) 여기서의 실체는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서브스텐스(Substance, 본질)가 아니고 허(虛)가 아닌 구체적인 몸덩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도의 구체적인 구현은 ‘나’라는 존재에 구비되는 것이어서 그것은 떠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次言存養ㆍ省察之要, 終言聖神功化之極. ..
1장 11. 사상의학과 중용학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중이라고 하는 것은 천하의 모든 행위가 이루어지는 큰 뿌리이며, 화(和)라는 것은 천하에서 언제 어디서나 달성되어야 할 길이다. 중(中)과 화(和)의 지극한 데 이르게 되면 하늘과 땅이 각기 바른 위치와 공능을 갖게 되고 만물이 잘 자라게 된다. 大本者, 天命之性, 天下之理皆由此出, 道之體也. 達道者, 循性之謂, 天下古今之所共由, 道之用也. 此言性情之德, 以明道不可離之意. 致, 推而極之也. 位者, 安其所也. 育者, 遂其生也. 自戒懼而約之, 以至於至靜之中無所偏倚, 而其守不失, 則極其中而天地位矣. 대본(大本)이라는 것은 천명의 성으로, 천하의 이치가 다 이로부터 나오니, 도(道)의 본체다. 달도(達道)..
1장 10. 일곱가지 감정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아직 발하지 않은 것 그것을 일컬어 중(中)이라고 하고, 발하여 모두 마디에 들어맞는 것 그것을 일컬어 화(和)라고 한다. 喜怒哀樂, 情也. 其未發, 則性也. 無所偏倚, 故謂之中. 發皆中節, 情之正也, 無所乖戾, 故謂之和. 희노애락은 정(情)이다. 발동되지 않은 것은 성(性)이다. 치우쳐지고 기울어지는 것이 없는 것을 ‘중(中)’이라 하고, 발동되어 다 절도에 맞으니, 정(情)의 바름으로 어그러짐이 없는 것을 ‘화(和)’라 한다. 아주 유명한 구절입니다. 여기에 한의과 대학생들이 꽤 있습니다만 한의과 대학에서 매일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병인에는 내인(內因)ㆍ외인(外因)ㆍ불내외인(不內外因)의 세 가지가 있..
1장 9. 신독사상과 반효율주의 신독자의 자세란 내 주위의 머리카락을 줍는 행위 동양인들에게는 단독자 개념이 없습니다. 동양인이 인간존재를 파악하는 방식은 도(道)라고 하는 개념입니다. 도는 나와 우주 만물이 이미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며 따라서 홀로 있을지라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도는 잠시도 떠날 수 없다는 말과 홀로 있을 때 삼가 한다는 말이 왜 나오느냐 하면, 도에서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삶 그러한 삶은 남이 보든 안 보든 똑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이 보는 데서 하는 행위보다는 보지 않는 데서 하는 행위야말로 이 문명을 개혁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문명의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도올서원 학생 중에서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손에 집..
1장 8. 기독교의 기도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숨어있는 것보다 더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보다 더 뚜렷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를 삼가하는 것이다. 隱, 暗處也. 微, 細事也. 獨者, 人所不知而己所獨知之地也. 言幽暗之中, 細微之事, 跡雖未形而幾則已動, 人雖不知而己獨知之, 則是天下之事無有著見明顯而過於此者. 是以君子旣常戒懼, 而於此尤加謹焉. 所以遏人欲於將萌, 而不使其潛滋暗長於隱微之中, 以至離道之遠也. 은(隱)은 어두운 곳이다. 미(微)는 작은 일이다. ‘독(獨)’이란 것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나만 홀로 아는 곳이다. 그윽하고 어두운 중에 작은 일 가운데에 자취가 비록 드러나지 않아도 기미가 이미 발동된 것이니 사람들이 비록 알지 못하고 나만 홀로 알더라도 이것은 ..
1장 7. 때려야 땔 수 없는 중용 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 非道也. 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니, 떠날 수 있으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道者, 日用事物當行之理, 皆性之德而具於心, 無物不有, 無時不然, 所以不可須臾離也. 若其可離, 則豈率性之謂哉! 도라는 것은 일용 사물의 마땅히 행해져야할 이치로 다 성(性)의 덕이며 마음에 구비되어 물건마다 소유되지 않음이 없고 언제든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잠시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도가 떠날 수 있다면 어찌 성(性)을 따르라고 말할 수 있으랴! 시간관념에 관해서 과장법이 가장 쎈 민족이 인도민족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기껏해야 천년만년 살고지고라고 하지만 불교에서는 몇 억겁년이니 찰나(刹那, 산스크리트 Ks͎ana의 音寫)니 하는 시간에 관..
1장 6. 실력으로 말하라 이번 삼림(三林) 프로그램에서는 야회(野會)를 빨리 가고 산행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나는 이 강의 외의 시간에는 『우리의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교육에 관한 저술을 하고 있는데 오늘 새벽에도 50매 가량 썼습니다. 그래서 나는 촌음(寸陰)을 쪼개 쓰는 절박한 시간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동숭동 학문의 기풍을 일으키는 도올서원으로 많은 학생들이 나와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싶어 하는데 내가 개별적으로 여러분들을 만날 시간은 없고 월·수·금요일날 강의가 끝나고 나서 ‘두들박스(Noodle Box)’에서 같이 식사하며 얘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누들박스’라는 분식집은 원래 요 앞 코너에 있었는데, 무허가였지만 깨끗했습니다. 동숭동은 음식문화가 형편없는 곳입니다. 겉만..
1장 5. 교육이론의 궁극적인 핵심 若禮樂刑政之屬, 是也. 예, 악, 형, 정과 같은 것들이 이것이다. 늑대소년이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요? 안 됩니다. 피아노는 배워야 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수도(修道)를 해야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같은 피아노를 쳐도 수도(修道)의 레벨이 다른 것입니다. 장영주(Sarah Chang)의 바이올린 연주를 꼭 들어 보십시요. 그것은 정말 위대한 연주입니다. 정경화씨가 물론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이긴 하지만 사라 장은 그를 뛰어넘는 바가 있어요. 사운드의 깊이가 도저히 어린애의 연주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모짜르트가 서너 살 때 연주한 것들이 녹음이 되어 있어서 비교해 본다면 알겠지만 모짜르트보다 더 깊이가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은 사라 장이 가지고 있는..
1장 4. 부여받은 리(理) 於是人物之生, 因各得其所賦之理, 以爲健順ㆍ五常之德, 所謂性也. 이에 사람과 물건이 태어남에 각기 부여받은 리를 얻음으로 인하여 건순오상의 덕을 삼으니 이른바 성이라는 것이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물체도 생성되어가는 과정에서 모두 제 나름대로의 리(理)를 품부 받는다는 말입니다. 태아를 보면 올챙이처럼 생겼죠? 왜 사람과 사람이 결혼하면 토끼를 낳지 않고 사람을 낳을까요, 혹시 애를 밴 후 진화를 잘못해서 아기가 나오지 않고 올챙이가 나오는 그런 흉측한 경우는 없을까요? 근세 생물학에서 가장 큰 문제가 이것이었습니다. 왜 어김없이 사람이 나오는가? 멘델(1822-1884) 정원에다가 완두콩을 심어서 누런 콩 빨간 콩이 나오는 빈도수를 조사했고 이에 따라서 유전 법칙의 ..
1장 3. 호연지기와 호연지리 자 이제 들어가 봅시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에 대한 주자(朱子)의 주를 아예 안 보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이것 하나만이래도 자세히 읽고 넘어갑시다. 지난 시간에 앞머리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命, 猶令也. 명(命)은 명령한다는 말과 같다. 량(令)이라는 것은 ‘칙령을 내린다’는 말입니다. 性, 卽理也. 성(性)은 바로 리(理)이다. 여기에서부터 냄새가 확 달라지죠. ‘성즉리(性卽理)’라는 말을 『중용(中庸)』에 대해서 할 수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할 수 없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주자가 『중용(中庸)』을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드러낸 것이죠. ‘성즉리(性卽理)’라는 말은 조선시대에 유명한 스테이트먼트..
1장 2. 도엔 도가와 유가의 구분이 없다 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하는 것을 성이라고 하고 命, 猶令也. 性, 卽理也. 天以陰陽ㆍ五行化生萬物, 氣以成形, 而理亦賦焉, 猶命令也. 於是人物之生, 因各得其所賦之理, 以爲健順ㆍ五常之德, 所謂性也. 명(命)은 령(令)과 같다. 성(性)은 곧 리(理)다. 하늘이 음양과 오행으로 만물을 낳아 기름에 기(氣)는 형체를 만들고, 리(理) 또한 부여 받으니, 명령을 받은 것과 같다. 이에 사람과 사물이 태어남은 각각 그 부여받은 리(理)를 얻음에 따라 건순과 오상의 덕을 삼았으니, 이것을 성(性)이라고 말한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는 이 말은 인간 본성에 대한 특별한 정의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성(性)이라는 것은 하늘이 명령해서 인간이란 존재에게 부여하는 것이며 스..
1장 1. 네이춰(Nature) 와 너춰(Nurture)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는 구절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사실 ‘지(之)’라는 것을 일본사람들은 코레오(これを, 그것을)라고 합니다. 즉, ‘하늘이 명하는 것[天命]’ ‘그것을[之]’ ‘일컬어 성이라고 한다[謂性]’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해석한다면 ‘천명위지성(天命謂之性)’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어에서는 목적어가 동사 다음에 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절의 ‘지위(之謂)’와 ‘위지(謂之)’가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같은 시기에 성립되었다고 추정되는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을 보면 ‘형이상자위지도 형이하자위지기(形而上者謂之道, 形而下者謂之器)’라고 해서 ‘위지(謂之)’라고..
해제 2. 똥 누기와 중용적 삶 善讀者, 玩索而有得焉, 則終身用之, 有不能盡者矣.” 잘 읽는 사람이 완색하여 얻음이 있으면 죽을 때까지 그것을 써도 다할 수 없는 바가 있는 것이다. 중국말의 선(善)이라는 말은 누누이 얘기했듯이 서양말의 ‘굿(good)’이 아니고 ‘웰(well)’과 같은 말로 무엇을 잘한다는 뜻이고, 완색(玩索)의 완(玩)은 ‘가지고 논다’는 뜻입니다. 장난감을 완구라고 하듯이 문장도 맛이 있으니까 갖고 놀아야 됩니다. 여자의 몸처럼 요기조기 만지고 살피면서 음미하면 그 맛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죠. 제대로 읽은 사람은 그렇게 리얼하게 느끼고 얻는 게 있죠. 이것이 실학입니다. 종신(終身)은 죽을 때까지라는 뜻인데, 중국 사람들은 결혼을 일컬어서 죽을 때까지 치루는 일 가운데서 가장 큰 일..
해제 1. 중용은 실학이다 그러면 첫 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주자가 ‘중용(中庸)’이란 말의 정의와 『중용(中庸)』이라는 텍스트 전체에 대한 생각을 요약해서 제1장 앞에 달아놓은 일종의 해제 비슷한 장구부분을 먼저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子程子曰: “不偏之謂中, 不易之謂庸. 정자선생께서 말씀하기를 치우치지 않는 것을 중이라고 하고 바뀌지 않는 것을 용이라고 한다. ‘편(偏)’이라는 것은 치우침 즉 과(過)ㆍ불급(不及)을 말합니다. 아까 중(中)을 영어의 미들(Middle)이 아니라고 했듯이 과불급이라는 말도 세포의 세포액이 너무 많다 세포액이 모자른다라는 그런 전체적인 개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불역(不易)이라는 것은 콘스탄트(Constant, 상수)하다, 함부로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서양에서 ..
중용장구서 12. 책의 체제 然後乃敢會衆說而折其衷, 旣爲定著『章句』一篇, 以俟後之君子. 而一二同志, 復取石氏書, 刪其繁亂, 名以『輯略』. 그런 뒤에야 마침내 감히 여러 사람들의 설을 회통하고 절충하여 우선 『중용장구(中庸章句)』 일편을 정본으로 정착시켰으니 뒷날의 군자들의 질정을 기다린다. 그리고 몇몇 제자들이 석씨의 책, 『중용집해(中庸集解)』를 다시 취하여 그 번쇄하고 난잡한 것을 삭제하고 『중용집략(中庸輯略)』이라 이름붙여 책을 만들어 주었다. 나 도올이 『중용(中庸)』을 다시 장구화한다면 아마도 신경ㆍ조직학 등 현대의학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쓰게 될 겁니다. 나에게도 주자처럼 『중용(中庸)』에 관한 황연대오(恍然大悟)가 있단 말이죠. 그런 줄기가 서야 모든 이론을 통합하고 절충하는 깡이 생기는 ..
중용장구서 11. 황연대오의 순간 熹自蚤歲, 卽嘗受讀而竊疑之. 沈潛反復, 蓋亦有年. 一旦恍然, 似有得其要領者. 나 희는 어릴 적부터 그 책을 받아 읽으면서 차분히 홀로 다소곳이 그 내용을 생각하곤 했다. 침잠하고 반복하기를 여러 해 계속했다. 어느 날 새벽이었다. 홀연히 아! 하고 그 요령을 터득함이 있는 듯하였다. 조세(蚤歲)는 ‘소시(少時)’, 조(蚤)는 조(早)와 통하는 글자입니다. 절(竊)은 ‘가만히 몰래’ 의(疑)는 꼭 ‘의심한다’라기보다 영어의 ‘doubt’처럼 ‘~라고 생각한다’는 뜻이고 유년(有年)은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이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일단황연(一旦恍然)은 중국 사람들이 잘 쓰는 황연대오(恍然大悟, 후앙르안따우)【『대학(大學)』에선 ‘하루아침에 천지만물의 이치를 꿰뚫게 된다[一旦..
중용장구서 10. 우여곡절 끝에 남겨지다 歷選前聖之書, 所以提挈綱維, 開示蘊奧, 未有若是其明且盡者也. 옛 성인의 책을 역대로 가려 뽑아서 그 강유(綱維)를 파악하고 온오(蘊奧)를 열어 보인 방법이 아직 이처럼 명백하고 상세한 책은 없었다. 강유(綱維)는 ‘핵심적인 기본구조’, 제계(提契)는 ‘끌어낸다(present)’, 온오(蘊奧)는 ‘이면에 담긴 깊은 뜻’을 말합니다. 自是而又再傳, 以得孟氏. 爲能推明是書, 以承先聖之統. 及其沒而遂失其傳焉. 則吾道之所寄, 不越乎言語文字之間. 而異端之說, 日新月盛, 以至於老ㆍ佛之徒出, 則彌近理而大亂眞矣. 이로부터 다시 전하매 맹자(孟子)라는 걸출한 인물을 얻었다. 그는 이 책을 한층 더 명백히 밝혀 선성(先聖)의 도통(道統)을 이을 수 있었는데 그가 죽고 나자 전할 데를..
중용장구서 9. 도통의 어려움 子思懼夫愈久, 而愈失其眞也. 於是推本堯舜以來相傳之意, 質以平日所聞父師之言, 更互演繹, 作爲此書, 以詔後之學者. 자사가 시간이 오래 지나면 지날수록 그 진실이 자꾸만 유실되어감을 염려하였다. 이에 요순 이래로 전해 내려오는 뜻을 근본까지 파고 들어가고 평소 듣던 아버지와 스승의 말씀으로 캐 들어가서 다시 실을 꼬아내듯이 이 책을 만들어 후학을 가르쳤다. ‘유(愈)~ 유(愈)~’는 ‘더 ~ 더(the more ~ the more)’로 번역됩니다. 질(質)은 자질이나 재료(stuff)란 뜻도 있지만 ‘질문한다’에서와 같이 ‘무엇을 캐묻는다’로 풀이되죠. 부사(父師)의 부(父)는 자사의 아버지이니까 공자의 아들 리(鯉)죠. ‘리(鯉)’자니까 요즘 식으로는 이름이 ‘공잉어’가 되겠죠..
중용장구서 8. 유교 도통론(자사까지) 若吾夫子, 則雖不得其位, 而所以繼往聖開來學, 其功, 反有賢於堯舜者. 우리 공부자(孔夫子) 선생님 같은 분은 군왕의 위(位)를 얻지는 못했으나 지나간 성인을 잇고 앞날의 배움을 열었던 바 그 공이 오히려 요(堯)ㆍ순(舜)보다 더 현명한 데가 있었다. 오부자(吾夫子)는 공자를 아주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입니다. 오사(吾師)라고도 하죠. 이런 말들은 문인(門人)들 사이에만 쓰입니다. 오(吾)는 주어로 쓰일 때도 있지만 주로 소유격(my)으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나의 선생님(my teacher)’란 말이죠. 기위(其位)는 군왕의 지위를 말하죠. ‘계왕성 개래학(繼往聖 開來學)’ 장횡거가 『서명(西銘)』에서 쓴 말입니다. 여기서 나온 계왕(繼往), 개래(開來)는 ‘획기적인(..
중용장구서 7. 유교 도통론(소공까지) 夫堯舜禹天下之大聖也, 而天下相傳, 天下之大事也. 요와 순과 우는 천하의 큰 성인이다. 천하를 서로 전수하는 것은 천하의 가장 큰 일이다. ‘이(以)’는 ‘천하(天下)로써’라는 원래 ‘위드(with)’의 뜻을 나타내지만 여기서는 목적격으로 해석해서 ‘천하를’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겠지요. 상전(相傳)의 내용이 곧 천하(天下)입니다. 기실 천하를 물려주는 것 이상 큰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以天下之大聖, 行天下之大事, 而其授受之際, 丁寧告戒, 不過如此, 則天下之理, 豈有以加於此哉! 천하의 큰 성인으로서 천하의 가장 큰 일을 행하는데 그 주고받을 때 간곡히 훈계하는 것이 불과 이 네 마디에 지나지 않으니 천하의 이치가 여기에 더 보탤 게 뭐가 있겠는가? 여기서의..
중용장구서 6. 도심으로 인심을 통제하라 二者雜於方寸之間而不知所以治之, 則危者愈危, 微者愈微, 而天理之公, 卒無以勝夫人欲之私矣. 이 두 가지는 방촌지간에 마구 섞여 있어서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를 모른다면, 위태로운 것은 더욱 위태로와지고 미미한 것은 더욱 미미해 져서, 그 결과 하늘의 보편적인 질서가 사람의 사사로운 욕심을 이길 방도가 없어지게 된다. 천리지공(天理之公)은 주자의 최대 관심사인데 그것은 보편적 도덕 가치(ultimate moral principle)를 말합니다. 만약 천리지공(天理之公)이 인욕지사(人欲之私)를 이기지 못하고 거기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그 결과는 비도덕과 무질서의 카오스일 뿐입니다. 위 문장을 통해 우리는, 주자가 “당대의 사회문제의 원인이 인욕지사(人欲之私)가 천리지공(天理..
중용장구서 5.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것 而以爲有人心道心之異者, 則以其或生於形氣之私, 或原於性命之正, 而所以爲知覺者不同. 그런데 인심과 도심의 다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것이 때로는 형기(形氣)의 사사로움에 의해 생겨나기도 하고 혹은 성명(性命)의 바름에서 비롯되기도 하여 인간이 지각(知覺)하는 바가 서로 각기 다를 수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형기(形氣)는 구체적 형체의 세계를 말하고 형기지사(形氣之私)는 ‘이기적인 욕망(selfish desire)’을 말합니다. 성명지정(性命之正)은 역시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란 말에서 나왔겠죠? 즉, 인간의 본성(human nature)의 올바름을 뜻해요. 이기론(理氣論)적으로 말하면 형기(形氣)는 기의 세계고 성명(性命)은 리의 세계이겠죠? 지각자부동(知覺者不..
중용장구서 4. 心은 구체적이면서도 전체적인 개념 蓋嘗論之, 心之虛靈知覺, 一而已矣. 본격적으로 그것을 논해 본다면, 마음의 허령한 작용인 지각은 하나일 뿐이다. ‘개상론지(蓋嘗論之)’는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argument)을 시작하겠다”는 표현인데, 상시론지(嘗試論之)도 같은 의미로 잘 쓰이는 말입니다. 인심(人心)ㆍ도심(道心)에는 심(心)이 공통되어 있지요. 이제마는 이와 달리 폐비간신(肺脾肝腎)의 장부(臟腑)구조를 이야기합니다. 그는 심(心)을 폐비간신과 구별하여 그것을 초월하는 어떤 것으로 설정했거든요. 폐비간신과 심(心)은 같은 오장(五臟)의 개념에 있는 게 아니고, 이제마에게는 오장육부(五臟六腑)대신 사장사부(四臟四腑)가 있을 뿐입니다. 그는 철저한 사원론자(四元論者..
중용장구서 3. 순임금에게 전수한 말 其見於經, 則‘允執厥中’者, 堯之所以授舜也. 그것이 경에 보이는데 “진실로 그 가운데를 잡으라.”는 것이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전수한 방식이다. 여기서 ‘경(經)’은 『서경(書經)』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요가 순에게 전한 말로서 이 구절만 명시되어 있는 것은 『논어(論語)』 「요왈(堯曰)」편에 ‘윤집기중(允執其中)’으로 나옵니다. 『서경(書經)』이나 『논어(論語)』나 어차피 다 후대의 기록으로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윤집궐중(允執厥中)이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전수한 방식이다”【임금의 옛말은 니사금(尼斯今)이며 ‘닛금’이 그 본 발음이다. 그러한 습성이 후대에 그대로 전하여 내려와서 우리가 임금과 결합된 단어를 발음할 때는 글자 그대로 읽지 않는다. 요임금은 ‘..
중용장구서 2. 도통의 전해지지 않을까봐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 이것은 중용(中庸)의 ‘preface’, ‘introduction’이 되겠죠. 『中庸』, 何爲而作也? 子思子憂道學之失其傳而作也. 『중용』은 어떠한 목적으로 지었는가? 자사자가 도학이 그 전을 잃어버릴까 염려하여 지었다. ‘하위(何爲)’는 말 그대로 ‘무엇을 위하여’이며, 따라서 이 글은 분명한 질문의 센텐스입니다. 작(作)은 새롭게 만든다. 즉, 없던 걸 새로 지어낼 때 쓰는 말이죠. 자사자(子思子), 이 말은 좀 이상한 표현입니다. 공자의 손자가 자사(子思)인데 그러면 성(姓)은 역시 공씨(孔氏)겠죠. 성에다 자(子)를 붙이려니 ‘공자(孔子)’가 되어서 원래 공자와 중복되기 때문에 안 되겠고, 부득이하게 이름에다 자사자(子思子)라고 붙..
중용장구서 1. 장구와 집주 동양에서의 정통과 반역은 어떠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가? 주자는 정통인가? 반역인가? 주자는 불교라는 외래문명에 대하여 유교라는 정통을 갱생(Reclaim)하는 반역도다. 주자의 반역은 새로운 진테제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안티테제, 즉 불교의 성격을 대폭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이 이른바 ‘도통론(道通論)’이다. 신유학이 얼마나 철저히 이 불교의 법통을 모방한 도통론에 지배되었나 하는 것을 주자의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는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장구(章句)’라는 말과 ‘집주(集註)’라는 말의 차이 ‘중용장구(中庸章句)’란 말은 주자가 『중용(中庸)』이란 책을 장(章, chapter)과 구(句, paragraph)로 나누었다는 의미에서 ..
중용의 저자 3. 『중용』의 저자는 자사다 『중용』의 구조 Ⅰ 總論 제1장 Ⅱ 中庸論 제2장~제20장 중반 가장 오리지널한 로기온 자료 자사 Ⅲ 誠論 제20장 후반~ 우주론적으로 심화시킨 논술 자사? or 자사학파? 자사가 지었다는 『중용』은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1. ‘성(誠)’이란 개념은 선진문헌에 등장하지 않으며, 『맹자(孟子)』와 『순자(荀子)』 등 전국후반 문헌에 등장함. 2. 『중용(中庸)』의 성론(誠論)이야말로 가장 완미, 완비, 완숙한 논의이기에, 다음의 두 가지 가능성으로 나누어짐. Ⅰ 자사나 자사학파의 탁월한 사상가 공자의 말을 통합하여 ‘성(誠)’을 개발 → 『맹자(孟子)』와 『순자(荀子)』의 성론(誠論)이 나옴. 춘추시대에 성립 Ⅱ WHO? 『맹자(孟子)』와 『순..
중용의 저자 2. 사상가 자사의 모습을 통해 본 『중용』 저작의 가능성 노목공과의 대화에 드러난 『중용』의 핵심 철학 魯穆公問於子思曰: “何如而可謂忠臣?” 子思曰: “恒稱其君之惡者, 可謂忠臣矣.” 公不悅, 揖而退之. 成孫弋見, 公曰: “向者吾問忠臣於子思, 子思曰: ‘恒稱其君之惡者, 可謂忠臣矣.’ 寡人惑焉, 而未之得也.” 成孫弋曰: “噫, 善哉, 言乎! 夫爲其君之故殺其身者, 嘗有之矣. 恒稱其君之惡者, 未之有也. 夫爲其君之故殺其身者, 效祿爵者也. 恒稱其君之惡者, 遠祿爵者也. 爲義而遠祿爵, 非子思, 吾惡聞之矣.”- 곽점1호초묘, 「魯穆公問於子思」 해석 魯穆公問於子思曰: “何如而可謂忠臣?” 노목공이 자사에게 “어떻게 해야 충신이라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子思曰: “恒稱其君之惡者, 자사가 말씀드렸다. “..
중용의 저자 1. 자사, 공자의 사상을 흡수하다 공자의 아들과, 손자 伯魚生伋, 字子思, 年六十二. 嘗困於宋. 子思作『中庸』 해석 伯魚生伋, 백어는 급을 낳았으니, 字子思, 年六十二, 급의 자는 자사이며 나이 62세까지 살았고 嘗困於宋. 일찍이 송나라에서 곤액(困厄)을 당했다. 子思作『中庸』 자사는 『중용』을 지었다. 1. 공자(孔子)는 19살 때 송(宋)의 병관씨(幷官氏)【개관씨(开官氏)라는 설도 있으나 청(淸)때 고증됨】와 결혼해 20살 때 백어(伯魚, BC 532~483)를 낳았음. 2. 『논어(論語)』 「계씨(季氏)」와 『논어(論語)』 「양화(陽貨)」을 통해 공자는 백어를 사랑하고 극진한 가르침을 줬다는 걸 알 수 있음. 3. 공자가 BC 484년에 귀노(歸魯)한 지 얼마 되지 않아 50세의 백어..
저자 6. 주역과 중용의 공통점 학문의 기본은 정확한 이해와 비판력이다 우리나라 학자들에겐 이런 기본적인 텍스트 크리티시즘이 없어요. ‘못난 놈이나 고증학을 하는 것이지 우리는 사상만 가르친다.’라고 하는데, 사실 텍스트 크리티시즘이야말로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지 않으면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고전학자 중에서 텍스트 크리티시즘을 할 필로로기(Philology, 문헌학)의 능력을 갖춘 놈들이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시시한’ 고증학은 안 한다는 풍조 속에서 텍스트 크리티시즘에 대한 논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나라 학문의 유치함입니다. 그러면서 일본학자들 보고 그놈들은 맨날 요렇게 조렇게 텍스트가지고 떠든다고 비판을 일삼죠. 그러나 텍스트 ..
저자 5. 천지 코스몰로지 통일제국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기에, 자사작은 아니다 자, 28장에 ‘금천하 거동궤 서동문 행동륜(今天下 車同軌 書同文 行同倫)’이란 말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아스팔트가 없었으므로 비가 오면 수레바퀴 자국이 깊게 남습니다. 그 바퀴사이의 너비가 안 맞는 마차는 그 길로 다니기가 힘들죠. 그래서 수레바퀴를 높이고 바퀴와 바퀴사이의 간격을 통일해서 수레바퀴가 많이 빠져도 쉽게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옛날 길은 길 자체가 모두 철도(Rail Road)입니다. 즉 흙이 파여서 레일이 생긴 것이지요. 그래서 진시황(B.C 259~210)이 수레의 통행을 수월하게 하려고 이 제국에 존재하는 모든 수레바퀴간 너비를 얼마로 한다하고 결정해 버린 거예요. 그리고 이 거동궤(車同軌)가 이사(李斯..
저자 4. ‘중용경(中庸經)’과 ‘성경(誠經)’으로 나뉜다 한 편의 글이 단일하지가 않다 지난시간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에서부터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로 대표되는 『중용(中庸)』 1장은 도저히 자사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중용(中庸)』이 훨씬 후대의 이론인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이나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을 포괄한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중용(中庸)』의 중화(中和)사상은 맹자(孟子)와 순자의 진테제(Synthese)로서 나온 것으로, 통일된 제국의 운영원리가 요청되는 그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용(中庸)』의 1장은 대단히 문제가 많아요. 자 보세요. 1장은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으로..
3. 네이춰(Nature)와 너춰(Nurture) 『도덕경(道德經)』을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의 합본이라고 한다면 『중용(中庸)』도 『중용경(中庸經)』과 『성경(誠經)』의 합본이라고 할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중용(中庸)』이라는 텍스트의 성격을 알아야 한다. 루돌프 불트만(Rudolf Karl Bultmann)이 공관4복음의 전승에 양식사학(Formsgeschichte)이라는 궁켈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비신화화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했듯이 『중용(中庸)』이라는 고전도 일차적으로 양식에 따라 분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용(中庸)』 제1장의 특수성을 이러한 전체적 텍스트의 이해 위에서 조감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성(性)과 습(習) 지난 시간에 소개 했던 『프로이디안 프..
저자 2. 자사가 지을 수가 없다 『중용(中庸)』의 단행본화는 주희 이전에 이미 있었다 사서(四書) 이전에 『중용(中庸)』이 『예기(禮記)』에 있었다는 것과 따로 떨어져 있었다는 것은 어떠한 점이 다를까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중용(中庸)』에 대한 별도의 주석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가 『예기(禮記)』에 주석을 할 적에 『중용(中庸)』에 관한 것이 예기 중의 일부분으로는 있을 수 있어도 독립적인 주석은 거의 없는 것입니다. 『논어(論語)』는 한나라 때부터 계속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석이 축적되어왔지만 『중용(中庸)』은 비교적 주석이 없어요. 『중용(中庸)』은 주자가 맨 처음으로 끄집어낸 것은 아니고 이미 주자 이전에도 단독본으로 조금씩 유명해지기는 했습니다. 『수서(隋書)..
저자 1. 자사 저작설의 두 가지 근거 중용은 중간이 아닌 평형 『중용(中庸)』이란 책에서 ‘중(中)’이란 개념은 영어의 중간(Middle)이 아니고 평형(equilibrium)이란 말입니다. ‘용(庸)’은 범용하다는 뜻이고 ‘공통성(commonality)’, ‘보통(mediocrity)’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그저 그렇다는 뜻이죠. ‘He is a mediocrity’라고 하면 똑똑하지도 않고 바보스럽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사람을 뜻합니다. 실존주의도 보면 항상 일상성(Taglichkeit)을 말합니다. 『중용(中庸)』에 대한 정의는 앞으로 더 생각해봅시다. 보통 『중용(中庸)』을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었다고 하는 설(說)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공자의 8세손인 공부(孔駙)가 공씨 ..
서설 10. 고전학을 공부하는 이유 해 아래 새 것은 파워가 없다 완전히 쌩으로 새 것이 나온다고 하면, 불가능할 거야 없지만 힘들고 또 누가 알아주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고전은 어떤 의미에서 업보예요. 왜냐하면, 글을 쓸 때에도 『중용(中庸)』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하면 근사하게 생각하고, 쌩으로 김용옥 얘기다 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을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고전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더 센 게 있으면 해도 됩니다. 그렇지만 서태지 정도 가지고는 안 됩니다. 서태지는 아주 센세이셔널(sensational)하고 자기 메시지도 있고 텍스트도 있으며 매체도 있습니다. 랩송은 아주 새로운 것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나도 ‘전혀 새..
서설 9. 주희의 사서운동(四書運動) 주희, 「대학」과 「중용」을 장구화하다 그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잘못되어가는 문명을 바로잡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 문명을 만들어야겠다는 근본적인 걱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한 대응방법으로 아주 강력한 윤리주의를 들고 나오게 된 것입니다. 『중용(中庸)』의 첫머리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뜻입니까? 주자가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십삼경(十三經)을 들여다보다가 『예기』 31장에 있는 『중용(中庸)』의 첫머리를 보고 쇼크를 받은 거예요. 하늘(Heven)이 명령하는 것, 그것이 성(性)이라는 거예요. 이때 주자의 눈에 들어온 성(性)이란 것은 인간의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입니다. ‘하늘이 인간에게 도덕성을 이미 부여했..
서설 8. 안타깝게 송나라를 바라보던 주희의 눈망울 송나라에서 적폐로 인식된 불교 그러나 침투한 문명 중 핵심적인 것은 불교였고 그것이 중국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종교이든지 방식이 다를 뿐, 결국 그 주제는 ‘구원’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그 구원의 방식이 문명으로부터의 벗어남인 해탈(解脫, enlightenment)이라고 주장합니다. 불교가 말하는 해탈이라는 것은, 인간세의 모든 것이 고(苦, 一切皆苦)이고 그 고(苦)는 집착[執]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고(苦)’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세의 일에 대한 집착을 끊는[滅執]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라는 것은 윤리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버린다(transethical)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윤리적..
서설 7. 당송에 침투한 불교 주희, 불교에 의해 만들어진 수당(隋唐) 문명에 위기감을 느끼다 주희가 사서(四書)를 만들 때 사경(四經)이라는 말을 써도 안 될 것은 없으나 사서(四書)라는 말을 썼어요. 당시에 서(書)라는 것은 ‘쓴다’는 포퓰라(popular)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서(書)라고 해서 결코 경(經)보다 낮은 의미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는 말은 전 시간에 말했듯이 조선시대에 언해본이 나오면서 과거(科擧)와 관련해서 생겨난 말입니다. 경(經)에 대해서 서(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십삼경(十三經) 안에 사서(四書)는 다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는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사서삼경이라는 말은 없는 거니깐요. 주자라는 ..
서설 6. 마왕퇴 『노자(老子)』의 발견과 중국을 휩쓴 불교 마왕퇴 『노자』 발굴이 보여준 고문헌의 정밀성 동서문명이 경전화(canonization) 사업을 벌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중국문명이 서양보다 훨씬 빠르고 방대하며 더 정확합니다. 얼마 전에 마왕퇴(馬王堆)의 한묘(漢墓)에서 B.C. 190년경의 백서(帛書)들이 발견되었는데, 문헌학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연구학자가 쥬라기 공원에 가서 살아있는 공룡을 보았을 때 감격하는 장면과 비견할 수 있는 사건으로서, 눈물을 줄줄줄 흘릴 만한 엄청난 사건이 터진 것이죠. 노자 텍스트만 보더라도 B.C. 5세기 정도부터 계속 베껴서 내려 온 것이니 그 원본은 고사하고 그 당시 널리 읽혔던 책과 요즘 우리가 보는 책과는 ..
서설 5. 『예문지(藝文志)』와 정경화 한나라, 잡다한 도서를 정리하여 『예문지』를 만들다 한나라의 성제(成帝)가 유향(劉向, BC 77~ BC 6)이라는 사람에게 기존의 서적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맡겼다는데 유향은 책들을 교감(校勘)하여 편목을 조목조목 나누고 그 대의(大義)를 기록하여 『별록(別錄)』을 만들었습니다. 유향이 이 방대한 작업을 하다가 죽자 아들인 유흠(?~23)이 그 작업을 계승하여 중국 최초의 도서 분류 목록인 『칠략(七略)』을 완성하고(略이란 분류기준을 말함), 이 『칠략(七略)』에 근거하여 만든 것이 유명한 반고(班固, 32~92)의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입니다. 『한서(漢書)』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 최고의 정사(正史)이죠. 이 「예문지(藝文..
서설 4. 분서갱유가 촉발한 금고문논쟁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고전(古典)의 운명 그런데 ‘경(經)’, ‘오경(五經)’이라는 말은 춘추전국시대에는 없었던 말이며, ‘오경’이란 말은 한대(漢代)에 생겨난 것입니다. 전국시대에서 한대로 넘어오는 데 가장 거대한 사건이 바로 진시황의 중원 통일입니다. 진시황이라는 인물은 분열되었던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놈으로서 진시황은 서양으로 말하면 줄리어스 시이저와 비슷한 사람인데, 중국에 최초로 제국(empire)을 만들었습니다. 제국의 특징은 거대한 제국의 영토를 중앙집권제로 통치하는 것입니다. 즉 분권화(localized)되었던 모든 체제가 집권화(centralized)된다는 거예요. 진시황 밑에는 이사(李斯)라고 하는 아주 걸출한 사상가이자 탁월한 지략가가 있었습니다. ..
서설 3. 인간 세계를 이루는 두 축, 예(禮)와 악(樂)② ▲ 사람은 군집하여,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야 하기에, 예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여타 동물과 다른 존재로 발돋움하게 하는 악(樂) 인간은 자유의지(free will)를 가진 동물입니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물은 추위가 오면 잎이 떨어져야지 안 떨어지겠다고 폼 잡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식물은 자유의지가 없어요. 자연의 변화에 대해서 그대로 반응(Reaction)을 하는 겁니다. 소나무도 독야청청(獨也靑靑)한다고 하지만 성격이 다를 뿐 변화를 그대로 다 받아요. 추우면 추운데 따라서 거기에 맞게 조절(adjust)을 합니다. 나무를 잘라보면 나이테라는 것이 있는데 추울 때 성장한 부분과 더울 때 성..
서설 2. 인간 세계를 이루는 두 축, 예(禮)와 악(樂)① 중국 고문헌으로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시경』과 『서경』 하지만 중국문명은 그렇게 하지 않고 각기 따로따로 경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육예(六藝)에 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중국의 문헌으로서 가장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시경(詩經)』과 『서경(書經)』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복잡한 고증을 해야 하겠지만 『시경(詩經)』이라는 것은 원시적인 노래들의 모음(collection)입니다. 『시경(詩經)』은 선집의 형식(Anthological form)이기 때문에 이것은 고문명(古文明)의 잔재를 상당히 분명하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사 내용은 약 B.C 700년경에 사용되었던 언어문자를 ..
서설 1. 중국에는 ‘사서삼경’이란 말이 없다 “고전을 모르는 자는 학문에 들어갈 수 없다. 고전은 경(經)이다. 경(經)을 이해하는 첫 관문은 경(經)의 성립과정을 아는 것이다. 경(經)의 역사를 우리는 경학사(經學史)라고 한다. 경학사(經學史)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경이라는 텍스트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이 아닌, 『오경(五經)』이나 『십삼경(十三經)』으로 불러야 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중국고전에 대해서 제일 많이 쓰는 말이 사서삼경(四書三經)이란 말이며, 여러분들도 사서삼경이란 말을 제일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서삼경을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중국 사람들에게는 사서삼경이란 말이 없습니다. 굉장히 우스운 일이지만 중국에 가서 중국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