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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5. 평화보다 긴장을 원하는 사람들 전주 강연의 제목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거시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막연한 주제를 우치다식으로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다 그런데 강연을 다 듣고 녹취록을 작성한 지금 드는 생각은, 제목만 보고 오해하고 걱정했던 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즉, ‘지 주제도 모르는 놈이 제목만 보고 지 맘대로 상상하여 깐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강연은 시종일관 우치다스러웠다. 우치다쌤의 특기인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기대하든 그런 판에 박힌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라는 거였으니 말이다. 앞을 향해 나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며 측면에서 쳐들어오고, 측면을 방어할라 치면 후방에서 쳐들어오는 기상천외하고, 천방지축 날뛰..
1시간 20분 정도만 있기로 했기에, 시간이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니었다. 태기와 성민이는 심드렁해졌는지, 더 이상 둘러보지 않고 그냥 내려가더라. 이에 반해 준영이는 길을 따라 쭉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도 그 뒤를 따라 함께 올라갔다. ▲ 준영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곳. 오르니 그래도 좋긴 하다. 청춘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준영이는 작년 2학기부터 함께 하며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한 영화팀의 일원이기도 했지만, 등교시간이 차츰 늦어지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그 후로 올핸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더 거리감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땐 함께 오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제일 꼭대기에 올라가니, 카페가 있더라. 거기엔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파..
7. 긴장의 미학 서바이벌 게임장에서 보는 천산산맥은 과히 일품이었다. 만년설이 그대로 보여 한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와는 대조되기에 어떤 상상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광경을 배경삼아 서바이벌 게임을 하니 느낌이 색다르다. ▲ 룰을 설명해주고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되던 순간. 서바이벌 게임 러시아인이 게임 설명을 해줬고 모든 카작인들은 알아들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카작어와 러시아어를 동시에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아는 민족이다. 우리나라에선 bilingual(두 언어를 구사하는)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대단한 사람으로 취급하는데, 여긴 그게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욱이 카작어의 어순은 한국어와 같으며 러시어의 어순은 영어와 같으니, 완전히 다른 언어를..
홍세화씨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 ‘개똥 세 개’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고 한다. 조금 먹기 위해 ‘개똥 세 개’라는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에 서당선생이 삼 형제를 가르쳤겠다. 어느 날 서당선생이 삼 형제에게 차례대로 장래희망을 말해보라고 했겠다. 맏형이 말하기를 “저는 커서 정승이 되고 싶습니다”고 하니 선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지”하고 칭찬했겠다. 둘째 형이 말하기를 “저는 커서 장군이 되고 싶습니다”고 했겠다. 이 말에 서당선생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럼 그렇지, 사내대장부는 포부가 커야지” 했겠다. 막내에게 물으니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 장래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겠다. 표정이 언짢아진 서당선생이 “그건 왜?”하고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