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알틴에멜 (4)
건빵이랑 놀자
46. 카자흐스탄, 사막여행: 노래하는 사막 바르한 남자 아이들은 뛰어서 사구를 올랐다. 찌는 듯한 더위, 그리고 그 열기를 머금은 모래의 뜨거움, 거기다가 다리가 푹푹 빠져 오르기 쉽지 않은 현실까지 바르한은 ‘돈키호테의 풍차’ 같은 느낌이었다. ▲ 민석이의 나를 따르라. 그래 너를 따라 올라볼까. 느린 빠름 나도 맹렬하게 돌진했다. 최선을 다해 손까지 사용해서 올랐지만 1/6도 채 오르지 못하고 진이 빠지고 말았다. 사구를 오르는 게 이렇게 힘이 많이 드는 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가 제대로 큰 코 다쳤다. 그러니 ‘여기서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오를 것인가?’라는 고민이 따를 수밖에. 조금 올라갔다 싶으면, 모래가 밀려서 다시 조금 내려오고, 그래서 오르려고 조금 움직이면 다시 밀려 내려와 처..
45. 카자흐스탄, 사막여행: 멀리서만 봐선 안 되는 이유 대자연의 위용에 한껏 압도됐다. 인간의 손길이 닿을 수 없어 ‘국립공원’이란 이름으로 유지되고 방치되는 곳,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진심으론 인간 외의 생물들에겐 낙원 같은 곳이었고 태초의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었다. 에게. 겨우 이거야 국립공원 입구에서 바르한이라는 사막까지 한 시간정도만 달리면 나온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조금만 더 달리면 고비사막이나 사하라사막 같은 장엄하고도 절로 압도하게 되는 비주얼을 직접 목도하게 될 거란 기대를 잔뜩 하며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 그런데 한 시간이 넘게 달렸는데도 천연자연이 풍경만 눈앞에 펼쳐져 있을 뿐 모래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더라. 아마 우리가 산에 오를 때마다 “얼마나 더 가야 정상이예..
44. 그대여, 자연과 감응할 수 있나? 신고를 마친 후엔 관리인 한 명이 우리 차에 동승했다. 우리를 안내함과 동시에 감시하기 위해서다. 조금 더 달리면, 쇠줄로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놨다.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와 우리의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쇠줄을 풀어준다. 바로 거기서부터 알틴에멜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것이다. ▲ 광활하다. 지평선이 저 멀리. 자연을 위한 공원 ‘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건 꼭 뭔가 엄청난 것이 있어서 이렇게 관리해야만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비포장 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차는 수시로 덜커덩거리며 광활한 벌판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의 광경은 절대 그곳이 아니면 볼 수 없..
43. 카자흐스탄의 사막 찾아가는 길 오늘은 새벽부터 바빴다. 원랜 1박 2일로 예정되었던 여행이 당일치기로 바뀌면서 시간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5시 45분에 모이기로 했다. 나는 4시 30분에 일어나, 아침밥 대용으로 군대에서 먹었던 뽀글이 라면을 먹었다. 연중이가 진라면을 줬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라면으로 뽀글이를 해먹고 있으니, 꼭 한국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른 아침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처럼 달콤했다. 카자흐스탄에 올 때만해도 세 번의 캠프(알마티에서 1번, 탈디쿠르간에서 2번)가 계획되어 있었다. 그래서 캠프를 대비할 겸, 모기약을 많이 사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계획이 변경되어 한 번도 하지 않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