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시평 스터디가 부딪힐 수 있는 용기를 주다
이 스터디는 4월 중순에 들어와 지금까지 6번의 스터디와 한 번의 맥주파티, 그리고 한 번의 교수님과의 내소사 탐방이 있었을 뿐이다. 어찌 보면 3개월이란 시간은 흘렀지만 소화시평을 공부한 시간보다 안 한 시간이 훨씬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기간 이상으로 나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처음 스터디에 갈 때만 해도 머리는 완전히 백지상태였고 어떻게 공부해야하는 지도 몰라 헤매고 있었는데, 그새 공부하는 방법도 알게 됐고, 정리하는 기쁨도 알게 됐으며, 나만의 자료를 만들어가는 행복도 알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소화시평을 준비하는 마음도 바뀌었다. 예전엔 그냥 가서 따라가기에 바쁘기만 했다면 이젠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예습은 해놓고 어느 정도 정리는 하고 가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변화야말로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영된 행동의 변화라 생각한다.
『소화시평』 권상62번은 바로 하루 전날인 화요일에 뜬금없이 걸려오는 교수님의 전화를 받고 하게 된 거였다. 원래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건데, 교수님은 방학 중이라 아이들이 서당에 들어갔다며 나에게 해줄 수 있냐고 하신다. 그래서 당연히 OK!를 외쳤다. 59번 기록에서도 밝혔다시피 지금의 내 실력을 드러내자는 마인드가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거기에 하나를 더 덧붙이자면 너무 긴 시간 동안 볼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딱 그만큼만 공부해서 가자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닌, 부족함을 드러내고 거기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란 걸 안다. 그래서 3시 45분에 온 전화를 받고 수락했으며, 잠시 얘기를 나눈 후에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미 어느 정도 봐둔 것은 있기 때문에 아예 백지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아주 오래전에 본 것이기에 어디까지가 내가 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무엇을 참고한 것인지 헛갈리기까지 했다. 어쨌든 4시부터 11시까지 밥 먹고 약간 딴 짓을 한 시간을 빼면 여기에만 몰두했고 어쨌든 끝냈다. 준비는 완료됐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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