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김종직의 파란만장을 담은 시
佔畢齋金宗直, 善山人也. 嘗出宰善山, 有詩曰: ‘津吏非瀧吏, 官人卽邑人. 三章辭聖主, 五馬慰慈親. 白鳥如迎棹, 靑山慣送賓. 澄江無點綴, 持以律吾身.’ 詞極典雅.
「長峴村家」詩曰: ‘籬外紅桃竹數科, 零零雨脚閒飛花. 老翁荷耒兒騎犢, 子美詩中西崦家.’ 可謂詩中有畵.
且如 ‘霜後梧桐猶窣窣, 月明鳷鵲自飜飜.’ 其寒淡如此, ‘鳩鳴穀穀棣棠葉, 蝶飛款款蕪菁花.’ 則雅麗如此, 所謂冠冕國朝者, 豈虛言哉!
해석
佔畢齋金宗直, 善山人也.
점필재 김종직은 선산 사람이다.
嘗出宰善山, 有詩曰: ‘津吏非瀧吏, 官人卽邑人. 三章辭聖主, 五馬慰慈親. 白鳥如迎棹, 靑山慣送賓. 澄江無點綴, 持以律吾身.’
일찍이 선산에 수령이 되어 가다가 「관수루에 제목을 붙여 지은 시[觀水樓 題詠詩] / 낙동역에서[洛東驛]」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이 썼다.
津吏非瀧吏 官人卽邑人 | 나루의 아전은 농리는 아니고 관인인 나는 곧 이 고을 사람이네. |
三章辭聖主 五馬慰慈親 | 세 차례 상소문은 성주께 사직했지만 태수가 되어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로하네. |
白鳥如迎棹 靑山慣送賓 | 흰 새는 마치 노를 맞이하는 듯하고 푸른 산은 익숙히 손님을 보내는 듯. |
澄江無點綴 持以律吾身 | 티 하나 없이 맑은 강을 지님으로 이 몸을 규율(단속) 하리라. |
詞極典雅.
이 시는 말이 지극히 법을 갖췄으며 우아하다.
「長峴村家」詩曰: ‘籬外紅桃竹數科, 零零雨脚閒飛花. 老翁荷耒兒騎犢, 子美詩中西崦家.’
「장현의 촌마을에서[長峴村家]」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籬外紅桃竹數科 | 울타리 밖 붉은 복숭아꽃과 대나무 몇 그루 |
零零雨脚閒飛花 | 부슬부슬 빗발에 이따금 꽃이 날리네. |
老翁荷耒兒騎犢 | 노인은 보습을 메고, 아이는 송아지 타니, |
子美詩中西崦家 | 두자미의 시 중에 「적곡 서쪽 산의 인가[赤谷西崦人家]」라는 시에서 얘기한 풍경이로다. |
可謂詩中有畵.
이 시는 시 속에 그림이 있다고 할 만하다.
且如 ‘霜後梧桐猶窣窣, 月明鳷鵲自飜飜.’
또 「윤달 8월 19일에 숙직하며 우연히 읊다[閏八月十九日直廬偶吟]」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霜後梧桐猶窣窣 | 서리 내린 뒤에 오동나무는 오히려 작은 소리 내고 |
月明鳷鵲自飜飜 | 달 밝은 날에 지작은 절로 푸득거린다. |
其寒淡如此.
이 시는 차갑고 담백함이 이와 같다.
「한식날의 농촌에서[寒食村家]」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鳩鳴穀穀棣棠葉 | 비둘기 구우구우 당체나무잎에서 울고 |
蝶飛款款蕪菁花 | 나비 훨훨 장다리꽃에서 나풀나풀 난다. |
則雅麗如此,
이 시는 우아하고 고움이 이와 같으니,
所謂冠冕國朝者, 豈虛言哉!
조정에서 으뜸이라고 했던 것이 어찌 빈 말이랴!
인용
한유와는 달리 고향 선산으로 의기양양하게 태수로 가는 김종직
과거 사람들의 평가도 눈여겨 볼 떄 한시는 훨씬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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