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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59. 지나가는 가을의 강과 산을 싣고 돌아오는 경지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59. 지나가는 가을의 강과 산을 싣고 돌아오는 경지

건방진방랑자 2021. 10.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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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가을의 강과 산을 싣고 돌아오는 경지

 

 

水國秋高木葉飛 물나라 가을 깊어 나뭇잎 흩날리고,
沙寒鷗鷺淨毛衣 모래 추워 기러기와 해오라기는 깃털을 고르는데,
西風日落吹遊艇 해가 지니 가을바람이 놀잇배를 불어줘서
醉後江山滿載歸 취한 뒤라 강산을 한 가득 싣고 돌아오는구나.

 

 

소화시평권상59의 두 번째 인용된 이요정의 시는 너무도 익숙히 알고 있는 양화대교를 배경으로 글을 썼다. 그 당시의 양화나루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한강의 직선화 공사 이전엔 자연하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잠실 같은 곳은 섬까지 있을 정도로 비좁은데 반해 양화나루쯤엔 하구로 좀 더 거대한 물줄기가 흘렀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직선화 공사 이전의 한강엔 모래톱도 자연스럽게 있고 해수욕장도 있어 사람들이 더욱 친근하게 지내던 곳이기도 했다.

 

1구와 2구에선 양화나루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을 묘사했다. 가을 깊은 양화나루엔 나뭇잎이 날려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며 추운 모래라는 시구를 통해 가을 중에서도 늦가을 정도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곳에서 물새들은 깃털을 고르고 있다. 이렇게 약간의 한기가 느껴지는 날을 묘사한 후에 3구에선 시선이 확 전환된다. 자연 묘사를 끝내고 강 위에 떠있는 배로 시선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서풍(가을바람)이 배를 밀어준다, 또는 배에 불어온다는 표현도 재밌지만, 4구는 한가득 호방한 심정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취하였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 단서가 없을지라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그 배엔 가을 가득한 강과 산을 한 가득 싣고 돌아온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건 가을구경을 가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우리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우리도 말로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가을을 한 가득 담아가고 실어가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는 것이니 말이다. 그 당시엔 카메라가 없었기에 신용개는 호기롭게 붓에 그 마음을 온전히 담아 일필휘지하며 가을을 실어내는 경지를 펼쳐냈다.

 

그렇다면 이런 시는 왜 쓰는 걸까? 양화나루에서 본 풍경을 서술하고 가을을 한 배 가득 싣고 돌아간다는 말을 썼다. 어딜 봐도 그냥 흥취에 젖어 있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그저 넋두리처럼 쓴 건가? 아니면 그저 흥취가 넘치기에 쓴 걸까? 바로 이 시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며 그걸 담아내는 흥취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예전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계기이자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였단다. 그러나 계절변화를 몸소 담아내며 흥취를 일필휘지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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