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와는 달리 고향 선산으로 의기양양하게 태수로 가는 김종직
津吏非瀧吏 官人卽邑人 | 나루의 아전은 농리는 아니고 관인인 나는 곧 이 고을 사람이네. |
三章辭聖主 五馬慰慈親 | 세 차례 상소문은 성주께 사직했지만 태수가 되어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로하네. |
白鳥如迎棹 靑山慣送賓 | 흰 새는 마치 노를 맞이하는 듯하고 푸른 산은 익숙히 손님을 보내는 듯. |
澄江無點綴 持以律吾身 | 티 하나 없이 맑은 강을 지님으로 이 몸을 규율(단속) 하리라. |
『소화시평』 권상62번엔 김종직의 시가 나열되어 있다. 「관수루제영시(觀水樓 題詠詩)」라는 시는 어렵게 느껴졌다. 여긴 나름의 스토리가 달려 있고 한유가 농리(瀧吏)와 나눴던 얘기라는 고사도 포함되어 있다. 더욱이 김종직이 왜 중앙관직을 마다하고 선산으로 가려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걸 모르면 완전히 헛다리를 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찾다보니, 단서는 찾을 수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선산으로 자진해서 부임해가는 김종직의 모습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건 좌천이 아니니 비애보단, 자신의 확고한 심정이 담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솔직히 그렇게 알고 봐도 1구는 잘 해석되지 않았으나, 그나마 2구에선 단서가 확실히 잡혔다. 삼장(三章)이란 것과 오마(五馬)라는 단서가 확 잡힌 것이다. 그래서 내 식대로 해석했고 그게 어설플지라도 그냥 제출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 얘길 들어보니 완전히 포커스가 빗나간 거더라.
津吏非瀧吏 官人卽邑人 | 三章辭聖主 五馬慰慈親 |
나루터의 아전은 농리는 아니지만 나루의 아전은 이 고을인 선산 사람이라네. | 세 차례 선산으로 발령내 주십사하는 상소문을 올렸는데도 임금께선 사양하시니, 나의 벗인 선산 수령이 나를 위로해주네. |
나루터의 아전은 한유에게 올곧은 말을 해줄 농리가 아니고, 선산으로 가는 나는 이 고을 사람이라네. | 세 차례 성주께서 발령장을 내리셨지만 사양했었고 수령이 되어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로하네. |
한유와는 달리 좌천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산으로 가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함. | 조선시대 삼장(三章)의 상황을 표현하여 최대한 예를 지킨 것과 고향 선산으로 태수로 발령받아가는 자신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표현함. |
경련에선 고향으로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백조도 반가운 듯 다가오고, 청산은 서서히 멀어지며 자신을 배웅해준다. 그 다음 구절에선 또 한 번 뜻이 변한다. 바로 그때 보이던 맑은 강을 통해 자신의 몸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왜 득의양양하게 고향을 향해 가는데 갑자기 규율, 또는 금욕적인 마음을 풍기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김종직은 사림의 대두로 성리학자적인 면모가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어느 곳에 가서든 자신을 수신해야 하고 치국해야 하는 데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보면 조선시대엔 자신의 고향으로 관리를 내려 보내진 않았다고 한다. 부정부패의 사슬(암흑의 카르텔)이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의 본가는 선산에서 한참 후미진 곳에 있다는 말 때문에 허락해줬다고 한다. 그렇다면 맨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이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기 고향에 내려가는 게 현실적으론 안 되는 현실에서 자신은 고향으로 가니, 더욱 청렴하게 정치를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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