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강연
오늘 오전에는 ‘옛이야기 강연’이 있었다. 내가 단독으로 한 시간을 이끌어 가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목표는 금요일에 하는 김환희 선생님의 ‘옛이야기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기초적인 사항을 알고서 듣자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흥미도 있어야 하며, 전혀 모르는 내용을 주의 깊게 되물을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그게 될까?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게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옛이야기의 세계는 시시하면서도 뻔한 거다’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은 괜찮았다.
옛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수많은 판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발생학적 문제일 수도 있고, 전하는 사람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민담으로 정착되더라도, 그걸 다시 전하는 과정 속에 수많은 이본이 존재하는 것이다. 같은 제목의 옛이야기가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금요일 강의를 듣는 데엔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걸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구렁덩덩 신선비』를 ‘보림’본과, ‘시공사’본을 대조하여 보게 했다. 쓰이는 구절의 어휘가 다른 것은 애교라 치더라도, 내용에 가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문제라면 실질적인 내용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 단어의 차이에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옛이야기가 정착되는 과정 속에 외부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삽입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그건 흥부놀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린이책에 등장하는 처벌자가 도깨비라기보다는 오니에 가깝다는 사실, 그리고 민담에선 도깨비 말고 장비가 더 많은 각편에 등장한다는 사실 말이다. 더욱이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에서 장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장비가 燕나라 출신이며, 제비턱을 하고 있다는 상황설정만으로도 이미 유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잘 참여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민석이와 근호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더라. 자신은 그냥 얹혀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수요일엔 과연 강의를 듣고 나서 금요일에 강의를 들을 맘이 생기기나 했는지, 한 번 제대로 듣고 싶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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