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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권필 - 도중(途中)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권필 - 도중(途中)

건방진방랑자 2019. 2. 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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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던 중간에서

도중(途中)

 

권필(權韠)

 

 

日入投孤店 山深不掩扉

일입투고점 산심불엄비

鷄鳴問前路 黃葉向人飛

계명문전로 황엽향인비 石洲集卷之六

 

 

 

 

해석

日入投孤店 山深不掩扉 해 져 외딴 주막에 투숙하니, 산 깊어 사립문도 닫질 않네.
鷄鳴問前路 黃葉向人飛 닭 울자 앞길 물으니, 누런 잎사귀만 나를 향해 날아오네. 石洲集卷之六

 

 

해설

이 시는 늦가을 길을 가다 노래한 것으로, 당풍(唐風)에 정통한 시인답게 나그네의 고통과 외로움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늦은 가을, 길을 가던 나그네가 지친 몸을 이끌고 해가 질 무렵 깊은 산속에 홀로 자리 잡은 객점에 투숙하니, 산이 깊어서 그런지 사립문도 닫지 않은 채 열려 있다(문을 열어둘 수 있는 안정됨을 부러워하는 시인의 불안한 심리를 표출한 것임). 닭이 울자 말자 다시 먼 길을 가야 하기에 앞 갈 길을 묻는데, 누런 잎들이 시인 자신을 향해 날아든다.

 

정조(正祖)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권필(權韠)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의 시는, 근고(近古)에는 이러한 품격이 없을 뿐 아니라 중국의 명가(名家) 속에 섞어 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 읍취헌(挹翠軒) 박은(朴誾), 석주(石洲) 권필(權韠), 눌재(訥齋) 박상(朴祥), 소재(蘇齋) 노수신(盧守愼) 등 여러 문집만은 못하다. 동악(東岳)의 시()는 언뜻 보면 맛이 없지만 다시 보면 좋다. 비유하자면 샘물이 졸졸 솟아 천 리에 흐르는 것과 같아서,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스스로 하나의 문장을 이루고 있다. 읍취헌(挹翠軒)은 정신과 의경(意境)이 깊은 경지에 도달하여 음운(音韻)이 청아한 격조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산수 간에 노니는 것 같은 생각을 갖게 한다. 세상에서는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을 배웠다고 하나 대개 스스로 터득한 것이 많아 당()ㆍ송()의 격조를 논할 것 없이 시가(詩家)의 절품(絶品)이라 할 만하다. 눌재(訥齋)는 고상하고 담백하여 스스로 무한한 취미(趣味)가 있으니, 비록 읍취헌과 겨룰 만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석주(石洲)는 비록 웅장함은 부족하지만 부드러운 맛이 있는데 가끔은 깨우침을 주는 것이 있다. 성당(盛唐)의 수준이라 할 수는 없지만 당()의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면 너무 폄하한 것이다. 소재(蘇齋)19년간을 귀양살이하면서 노장(老莊)의 서적을 많이 읽어서 상당히 깨우친 것이 많았기 때문에 그의 음운이 뛰어나게 웅장하다. 옛사람이 이른바 황야(荒野)가 천 리에 펼쳐진 형세라고 한 것이 참으로 잘 평가한 말이다. 그러나 그 대체는 염락(濂洛)의 기미(氣味)를 잃지 않았으니, 평생 한 학문의 힘은 역시 속일 수 없는 것이다[三淵之詩 不但近古無此格 雖廁中國名家 想或無媿 而猶遜於東岳挹翠石洲訥齋蘇齋諸集 東岳詩 驟看無味 再看却好 譬如源泉渾渾 一瀉千里 橫看竪看 自能成章 挹翠神與境造 格以韻淸 令人有登臨送歸之意 世以爲學蘇黃而蓋多自得 毋論唐調宋格 可謂詩家絶品 訥齋淸高淡泊 自有無限趣味 雖謂之頡頏挹翠 未爲過也 石洲雖欠雄渾 一味裊娜 往往有警絶處 謂之盛唐則未也 而謂之非唐則太貶也 蘇齋居謫十九年 多讀老莊書 頗有頓悟處 故其韻遠 其格雄 古人所謂荒野千里之勢 眞善評矣 然其大體則自不失濂洛氣味 平生學力 亦不可誣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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