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밥 따는 노래
채련곡(採蓮曲)
허난설헌(許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係蘭舟
逢郞隔水投蓮子 剛被人知半日羞 『惺所覆瓿藁』
해석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 가을 맑고 긴 호수는 푸른 옷처럼 흐르고, |
荷花深處係蘭舟 하화심처계란주 | 연꽃 깊은 곳에 목란 같은 배를 매어놓고 |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 낭군 만나러 물 건너편으로 연꽃 던지니, |
剛被人知半日羞 강피인지반일수 | 멀리 사람에게 알려져 하루 종일 부끄러웠네. 『惺所覆瓿藁』 |
해설
이 시는 연밥을 따며 부른 노래로, 애정의 표현이 파격적(破格的)이면서도대담함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가을날 호수가 얼마나 깨끗한지 푸른 옥이 흐르는 듯하다. 호수 중에서 연꽃이 많이 핀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고 남자 친구를 만나려고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진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발각되어 낯이 뜨거워 어쩔 줄 모른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32번에서 허난설헌(許蘭雪軒)을 포함한 조선의 시사(詩史)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조선의 시(詩)는 중종조(中宗朝)에 이르러 크게 성취되었다. 이행(李荇)이 시작을 열어 눌재(訥齋) 박상(朴祥)ㆍ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ㆍ충암(冲庵) 김정(金淨)ㆍ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이 일세(一世)에 나란히 나와 휘황하게 빛을 내고 금옥(金玉)을 울리니 천고(千古)에 칭할 만하게 되었다.
조선의 시는 선조조(宣祖朝)에 이르러서 크게 갖추어지게 되었다. 노수신(盧守愼)은 두보(杜甫)의 법을 깨쳤는데 황정욱(黃廷彧)이 뒤를 이어 일어났고, 최경창(崔慶昌)ㆍ백광훈(白光勳)은 당(唐)을 본받았는데 이달(李達)이 그 흐름을 밝혔다.
우리 망형(亡兄)의 가행(歌行)은 이태백(李太白)과 같고 누님의 시는 성당(盛唐)의 경지에 접근하였다. 그 후에 권필(權韠)이 뒤늦게 나와 힘껏 전현(前賢)을 좇아 이행(李荇)과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니, 아! 장하다[我朝詩, 至中廟朝大成, 以容齋相倡始. 而朴訥齋祥ㆍ申企齋光漢ㆍ金冲庵淨ㆍ鄭湖陰士龍, 竝生一世. 炳烺鏗鏘, 足稱千古也. 我朝詩, 至宣廟朝大備. 盧蘇齋得杜法, 而黃芝川代興, 崔ㆍ白法唐而李益之闡其流. 吾亡兄歌行似太白, 姊氏詩恰入盛唐. 其後權汝章晩出, 力追前賢, 可與容齋相肩隨之, 猗歟盛哉].”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20~12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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