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정에서
창랑정(滄浪亭)
권필(權韠)
屋下淸江屋上山 道人生計水雲間
應知靜坐翻經處 潭底神龍夜叩關
蒲團岑寂篆煙殘 獨抱山經靜裏看
江閣夜深松月白 渚禽飛上竹闌干 『石洲集』 卷之七
해석
屋下淸江屋上山 옥하청강옥상산 | 집 아래엔 맑은 강, 집 위엔 산이라 |
道人生計水雲間 도인생계수운간 | 도인의 살 계책은 물과 구름 사이에 있구나. |
應知靜坐翻經處 응지정좌번경처 | 응당 알겠네. 정좌하고 책 해석하는 곳이 |
潭底神龍夜叩關 담저신룡야고관 | 못 아래 신룡이 밤에 문 두드리는 곳이란 걸【어떤 승려가 산사에서 불경을 강설하고 있는데 늘 한 노인이 와서 듣기에 그 성씨(姓氏)를 물으니 “나는 바로 산 아래 연못 속의 용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가뭄이 드는 때라 한가하여 와서 설법을 듣는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승려가 “공은 가뭄을 구제할 수 있겠소?” 하니, 노인이 “상제(上帝)께서 강호(江湖)의 물을 봉(封)하셨으니, 물이 있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하였다. 승려가 “이 벼루에 있는 물을 쓸 수 있겠소?” 하니, 노인이 벼루의 물을 입으로 빨아들이고 곧바로 갔다. 그날 밤에 우레가 치고 큰비가 내렸는데 이튿날 일어나서 보니 물이 모두 먹물과 같이 검은빛이었다.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5 「龍吸硯水」】. |
蒲團岑寂篆煙殘 포단잠적전연잔 | 부들포 자리 아주 적막하고 꼬여 올라가던 분향 향기【전연(篆煙): 전자(篆字) 모양으로 배배 꼬며 올라가는 분향 연기라는 말이다.】는 가물거리네. |
獨抱山經靜裏看 독포산경정리간 | 홀로 산해경【한유(韓愈)의 「남산(南山)」에 『산해경』과 「지리지(地理志)」를 ‘산경과지지[山經及地志]’라 하였다. 도연명의 「독산해경(讀山海經)」에 “주왕전을 훑어보고, 산해도를 두루 본다. 잠깐 사이 우주를 다 구경했으니, 즐겁지 않고 또 어떠하리.[泛覽周王傳 流觀山海圖 俛仰終宇宙 不樂復何如]” 하였다.】을 안고 고요한 속에 보고 |
江閣夜深松月白 강각야심송월백 | 강가의 누각 밤이 깊자 소나무에 걸려 있는 달은 환하여 |
渚禽飛上竹闌干 저금비상죽란간 | 물가의 새는 날아 대나무 난간으로 오른다. 『石洲集』 卷之七 |
해설
창랑정에 올라 주변의 풍광을 보고 지은 시이다.
부들로 엮은 자리에 앉아 향불을 피우고 신선들이 보는 책을 조용히 보고 있다. 밤이 되자 강가에 있는 정자는 서늘하고 소나무에는 밝은 달이 걸려 있으며, 물가에 노닐던 새들이 창랑정 위로 날아 오른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7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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