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산중에 김화 현감 구용의 관에서 곡하고 저물녘에 유숙하며 하늘이 밝자 산에서 나오다가
곡구김화상구우양주지산중 인일모유숙 천명출산(哭具金化喪柩于楊州之山中 因日暮留宿 天明出山)
권필(權韠)
幽明相接杳無因 一夢殷勤未是眞
掩淚出山尋去路 曉鶯啼送獨歸人 『石洲集』 卷之七
해석
幽明相接杳無因 유명상접묘무인 | 유명이 서로 접하나 아득하여 닿질 않고, |
一夢殷勤未是眞 일몽은근미시진 | 하나의 꿈 은근하더라도 이것은 참이 아니지. |
掩淚出山尋去路 엄루출산심거로 | 눈물 닦고 산을 나서서 돌아갈 길 찾으니, |
曉鶯啼送獨歸人 효앵제송독귀인 | 새벽 꾀꼬리 울며 홀로 돌아가는 나를 전송하는 구나【효앵제송독귀인(曉鶯啼送獨歸人): 『시경』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나무 베는 소리 쩡쩡 울리거늘, 새 우는 소리 꾀꼴꾀꼴 들리도다.……꾀꼴꾀꼴 꾀꼬리 울음이여, 벗을 찾는 소리로다. 저 새를 보건대 오히려 벗을 찾아 우는데, 하물며 사람이 벗을 찾지 않는단 말인가.[伐木丁丁 鳥鳴嚶嚶……嚶其鳴矣 求其友聲 相彼鳥矣 猶求友聲 矧伊人矣 不求友生]” 하였다.】. 『石洲集』 卷之七 |
해설
이 시는 양주의 산속에서 구김화의 관 앞에 통곡하고 날이 저물어 머물러 잔 뒤 다음 날 아침에 산을 나서며 지은 시이다.
김화현감으로 있던 벗인 구용이 죽자, 권필이 양주의 장지까지 따라갔다가 날이 저물어 유숙(留宿)하게 되었다. 우정이 돈독해 저승으로 간 친구를 만나고 싶지만 통할 길이 없더니, 그날 밤 꿈에 구용이 나타났는데, 실물은 아니겠지? 눈물을 흘리며 산을 내려와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니, 새벽 꾀꼬리가 구용의 넋이라도 되는 것처럼 홀로 가는 권필을 전송해주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74~17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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