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선택 아닌 선택
저는 ‘선택’하면 항상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소피의 선택』인데, 주인공 이름이 ‘소피’입니다. 소피가 두 자식을 데리고 아우슈비츠로 끌려갑니다. 여기까지는 빤한 내용이지요. 그때 나치 장교가 소피에게 두 아이 중 한 명을 구해줄 수 있으니 선택하라고 합니다. 그 순간,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소피는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저는 ‘선택’하면 늘 그 장면이 스쳐가곤 합니다. 그건 형식적으로 선택인 것 같지만 ‘선택’이 아닌 거죠. 두 자식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건 선택일 수가 없습니다.
지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한국에 사는 사람들, 한국뿐 아니라 약자 혹은 피지배자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와 유사한 ‘선택’이 강요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을 ‘선택’하기 위해 여기 젊은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여러분이 눈 뜨면 듣는 얘기가 ‘스펙’을 쌓으라는 말이지요. 여러분은 어느 영어학원에 갈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지만 나머지, 곧 진짜 선택은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회는 지배집단, 곧 자본가나 권력이 요구하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삶에서는 정작 선택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죠.
-김진숙,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15p
인용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책 > 좋은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린 마음 - 인류는 진드기다(Richard Fortey) (0) | 2019.03.06 |
---|---|
열린 마음 - 우분투UBUNTU (0) | 2019.03.06 |
열린마음 - 나는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총화다(클라크) (0) | 2019.03.06 |
열린 마음 - 교사란 자리의 신비(자크 라캉) (0) | 2019.03.06 |
창작 - 좋은 글의 조건南行全集敍 (0) | 2019.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