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10 인술을 택한 조광일의 두 가지 일화 본문

카테고리 없음

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10 인술을 택한 조광일의 두 가지 일화

건방진방랑자 2022. 10. 23. 01:27
728x90
반응형

5. 인술을 택한 조광일의 두 가지 일화

 

 

이러한 그의 성격과 행동에서 당시 의원들이 인술을 저버리고 돈 있고 권세 있는 사람만을 치료하는 행위와 정반대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일화의 한 부분을 보자.

 

 

내가 일찍이 조생의 집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동틀녘에 어떤 노파가 남루한 옷차림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그 문을 두드리며 말하길, “나는 아무 마을에 백성으로 아무개의 어미입니다. 나의 자식이 아무 병에 걸려 거의 죽게 되었으니 감히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조생은 그러지요. 우선 가 있으면 나도 즉시 가겠소.”라 대답하고 바로 일어나 뒤따랐다. 걸어가면서도 난처한 기색이 없었다.

吾嘗過生廬. 淸晨, 有老嫗藍縷匍匐而扣其門曰: “某也. 某村百姓某之母也. 某之子病某病殊死, 敢丏其命.” 生卽應曰: “. 第去, 吾往矣.” 立起踵其後, 徒行無難色.

 

한번은 길에서 만났는데, 마침 비가 내려 흙탕 길이 되었다. 조생이 삿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고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시오?”하니 아무 마을의 백성 중에 아무개의 아비가 병이 들었어요. 내가 일전에 한번 침을 놓아주었는데 효과가 없어 오늘 다시 가서 침을 놓아주기로 약속하여 가는 중입니다.” 괴이한 생각이 들어, “그대에게 무슨 이익이 된다고 몸소 이같이 고생을 하시오?” 조생은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고 가버렸다.

嘗遇諸塗, 時天雨道泥. 生頂蒻跋屐而疾行. 問生何之, : “某鄕百姓某之父病, 嚮吾一針而未効. 期是日將再往針之.” 恠而問曰: “何利於子而躬勞苦乃爾?” 生笑不應而去.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화들이다. 동틀 녘에 남루한 차림의 노파가 병든 아들을 위해 조광일에게 치료를 부탁하자 그가 주저없이 왕진을 나가는 모습이 의 일화다. 그리고 일전에 놓은 침이 차도가 없자, 비 오는 흙탕길인데도 불구하고 재차 왕진을 나가는 모습이 의 일화다. 어떠한 상황에도 주저 없이 빈민을 위해 진료하러 간다는 점에서 의 일화는 연결된다. 두 일화 모두 진정한 인술을 행하는 조광일의 의의(義醫)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일조하는 바 있다.

 

두 번째 일화에서 그대에게 무슨 이익이 된다고 몸소 이같이 고생을 하시오?[何利於子而躬勞苦乃爾]”라는 작가의 세속적인 질문에 빙그레 웃고 대답조차 하지 않고 가버리는 조광일의 행동은 매우 개성적이며 한편으로는 흥미롭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의원으로서의 그의 활동이 당대 일반적인 의원들의 행위와는 상이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작가가 괴이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조광일의 행위가 의원의 일반적 행동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는 오히려 여기서 참다운 의원으로서 모습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을 터이다.

 

두 일화에서 보듯이 조광일이 인식한 진정한 의술이란 신분적 차별은 물론 치료비에 관계없이 병자라면 누구에게나 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가난하고 병든 처지로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는 자면 누구든 마다 않고 가는 삶의 자세는 의의(義醫)로서의 면모가 뚜렷하다. 앞에서 침으로 명성을 얻어 스스로 침은[以針名, 自號曰針隱]’이라 불렀던 사실과 후반부에 스스로 의원이 된 것을 기뻐하였다[自喜爲醫]’라는 구절을 여기서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침을 잘 놓는다거나 의술하는 행위에 자족(自足)하였다는 의미라기보다 가난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인술을 베푸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으며 자부하였으며, 이러한 의원의 자세를 자신의 소명으로 인식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는 당대인들이 조광일의 인술(仁術)과 인생관을 인정하고 주목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대목은 침술을 베푸는 조광일의 인간상을 간명(簡明)하면서도 인상적으로 포착하는데 썩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 하겠다.

 

의 일화에서 조광일이 이계(耳溪)의 질문에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고 가버[生笑不應而去]’린 점 또한 향후 복선으로 작용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서사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이계는 이러한 질문을 계기로 조광일과 교유를 하게 되고[余心異之, 伺其來往, 遂得狎而交焉], 이를 통해 예전에 듣지 못한 대답을 재차 질문하고, 마침내 조광일의 속내와 내면세계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된다. 이 문답이 세 번째 일화에 해당된다.

 

 

 

 

 

 

인용

목차

한문 논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