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11 의술로 세상을 통찰하다 본문

카테고리 없음

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11 의술로 세상을 통찰하다

건방진방랑자 2022. 10. 23. 01:29
728x90
반응형

6. 의술로 세상을 통찰하다

 

 

이계(耳溪)무릇 의원은 천한 기예로 여항(閭巷)의 비천한 곳에 해당된다. 그대의 능력으로 어찌 귀하고 현달한 사람들과 교류하여 명성을 얻으려 하지 않고, 이에 여항의 소민(小民)들과 교우하면서 어찌 자신을 자중하지 않는가[夫醫者賤技, 閭巷卑處也. 以子之能, 何不交貴顯取聲名, 乃從閭巷小民遊乎, 何其不自重也]?”라는 세속적인 질문을 하자, 이에 대한 조광일의 대답은 그야말로 그가 도달한 인생관의 정점을 보여준다.

 

 

장부가 재상이 되지 못하면 차라리 의원이 되는 것이 낫지요. 재상은 도로써 백성을 구제하지만 의원은 의술로 사람들을 살리니, ()하고 현달(顯達)하는 것이 그 공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는 서로 같을 뿐이라오. 그러나 재상은 때를 얻어서 그 도를 행하더라도 행()과 불행(不幸)이 있어요. 남의 녹을 먹고 책임을 맡아서 한번이라도 원하는 것을 다하지 못하면 비난과 벌이 뒤따르는 법이지요. 의원은 그렇지 않으니 의술로 뜻을 행하면 뜻을 얻지 못함이 없는 법이라오. 병을 다스릴 수 없으면 두고 떠나더라도 나의 허물이 아니지요. 나는 그렇기 때문에 이 의술에 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니 내가 이 의술을 하는 것은 이익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뜻을 행하려는 것일 뿐이라오. 그러므로 귀천(貴賤)을 가리지 않지요.

丈夫不爲宰相, 寧爲醫. 宰相以道濟民, 醫以術活人, 窮達則懸, 功等耳. 然宰相得其時行其道, 有幸不幸焉, 食人食而任其責, 一有不獲則咎罰隨之. 醫則不然, 以其術行其志, 無不獲焉. 不可治則舍而去之, 不吾尤焉. 吾故樂居是術焉. 吾爲是術, 非要其利, 行吾志而已. 故不擇貴賤焉.

 

 

의술로 세상을 통찰하는 조광일의 언명들은 의원으로서의 자기 소신을 넘어 여항의 은자(隱者)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하게 의술을 베푸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세계의 폭과 인술을 베푸는 인생관의 깊이를 적실하게 보여준다. 조광일이 의술을 하는 것은 이익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뜻을 행하려는 것이[吾爲是術, 非要其利, 行吾志而已]”라거나 귀천(貴賤)을 가리지 않는다[故不擇貴賤焉]”라는 언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주체적 인간상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인간상을 주목한 그 자체는 한 의원의 개인적 삶을 인정하고 그 자체를 선입관 없이 그려내려는 작가정신의 소산일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표현은 인간의 삶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이해와 통찰이 전제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언명들이다.

 

 

 

 

 

 

인용

목차

한문 논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