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알마티 체험기: 삼겹살과 뜨랄레이부스
LG 거리 근처에서 쇼핑을 하고 저녁은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카자흐스탄의 삼겹살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카자흐스탄은 이슬람 국가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위해 돼지고기가 유통된다), 잔뜩 기대하고 갔다.
▲ 오랜만에 다시 LG거리에 왔다.
카자흐스탄에서 먹는 삼겹살
단재학교 학생들의 식성이 오죽 좋던가. 여행 갈 때마다 우린 저녁이면 고기를 구워 먹는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못 먹은 귀신이라도 붙은 듯이 한 명이 1근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광경을 쉽지 않게 목격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이곳에서도 더욱이 돼지고기를 3주 만에 먹으니 적어도 20인분가량 먹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맘을 단단히 먹고 간 것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아이들은 1.5인분도 채 먹질 못했다. 점심을 2시가 넘어서야 양꼬치로 맛있게 먹었고 겨우 3시간 30분 가량 지난 후에 먹어서였을까? 이럴 거면 점심은 거르고 삼겹살을 배터지도록 먹는 게 나을 뻔 했다.
식당 주인은 한국 사람으로 이곳에 정착하여 살고 있노라고 했다. 학생들이 이렇게 단체로 와서 음식을 먹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는데 많이 먹질 못해 아쉽긴 하더라.
▲ 삼겹살이 그토록 먹고 싶어 먹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많이 먹지 못했다.
원유 생산국임에도 전기버스가 생긴 이유
교육원에 오는 길엔 카자흐스탄에 와서야 처음 본, ‘뜨랄레이부스’라는 전기버스를 탔다. 처음 볼 때부터 궤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행동의 반경을 제한하면서까지 전기버스가 만들었을까 되게 궁금했다. 더욱이 이곳은 카스피해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라 ‘기름값이 비싸기 때문에 전기 버스를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시피, 대기오염 때문에 전기버스가 도입되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매연에 민감한지는 알마티에서 며칠만 생활해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알마티 시내를 지나다보면, 자동차 매연으로 숨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없나 보다. 그러니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자동차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더욱이 도로에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새 차보다 10년 이상 되어 보이는 오래된 차들이 많이 보인다. 한국의 중고차들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많이 팔린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런 차들일 것이다. 택시를 잡으려 손을 들면, 새 차는 그냥 지나가고 오래된 차들이 와서 선다. 신기한 것은 하나 같이 전면 유리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이고 조금만 달려도 매연 냄새가 차 안에서도 난다는 것이다.
이미 6월 15일에 썼던 여행기에서도 밝혔듯이 카자흐스탄의 겨울은 혹독하다. 영하 40℃까지 내려가기 때문이다. 중산층 정도는 중앙난방이 되는 따뜻한 집에서 혹한의 추위를 피하며 안락하게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각종 땔감을 때며 겨울을 난단다. 그러니 각 가정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외국인이 이곳에서 몇 달을 생활하면 대부분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된단다. 아마도 이때문에 전기버스와 같이 대기오염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이동수단이 도입된 걸 거다.
▲ 노란색의 집전장치가 보인다. 왜 전기차가 만들어졌는지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다.
뜨랄레이부스 체험기
승빈이는 무함메드의 집에 갈 때 여러 번 전기버스를 타봤다고 했는데, 시끄럽다고 평했다. 그래서 어떤 느낌일지 직접 시승해 보니, 고압전선이 교차하는 부분에선 집전장치의 마찰음이 조금 들릴 뿐 하나도 시끄럽지 않았다. 전철이 멈췄다가 달릴 때 아주 조용한 기계음이 들리듯, 전기버스도 조용한 소리를 내며 매끄럽게 달렸다가 멈출 때도 매끄럽게 멈췄다. 지하철의 안락함을 누리면서 지상으로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궁금했던 점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도로변에 주차된 차들이 있으면, 차를 뺄 때까지 멈춰서 기다려야 하나?’라는 거였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압전선이 도로 한복판에 설치되어 있어서 두 차선을 넘나들며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간혹 집전장치가 고압전선을 이탈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땐 운전기사가 내려서 수작업으로 연결한 후 다시 달린다고 함). 전선이 설치된 도로만 달릴 수 있다는 한계만 있을 뿐, 막상 도로에선 일반 버스와 다르지 않게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차가 운행되는 도중에 정전이 되면, 차는 어떻게 될까?’하는 거였다. 정전이 되면 차가 멈추고 그 뒤에 따라오는 차들도 덩달아 멈출 수밖에 없어 교통체증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전기버스는 하이브리드처럼 전기모터로도 움직이지만, 가솔린 엔진으로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전이 되면, 집전장치를 내리고 일반버스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뜨랄레이부스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에겐 문화적 충격이었다.
▲ 전기버스를 처음으로 타봤는데, 지상에서 달리는 지하철 같은 쾌적한 느낌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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