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곽점죽간본 출토로 노자 연구는 한층 복잡해졌다
곽점죽간본(郭店竹簡本, 약칭하여 ‘簡本’이라 한다)은 갑(甲)ㆍ을(乙)ㆍ병(丙) 삼조(三組)로 나누어져 있다. 갑조(甲組)의 것은 길이 32.3㎝짜리 39매(枚)로 되어 있고, 을조(乙組)의 것은 30.6㎝짜리 18매(枚), 병조(丙組)의 것은 26.5㎝짜리 14매(枚)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백서(帛書)가 오늘날 우리의 한문지식으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소전체와 예서체로 되어 있는데 반하여, 우리의 눈으로 보아 쉽게 식별하기 어려운 초(楚)나라의 독특한 자체(字體)로 되어있다(戰國中期의 古體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리고 백서(帛書)의 경우 갑(甲)ㆍ을(乙)이 동일한 내용의 중복되는 두 세트의 문헌임에 반하여, 이 간서(簡書)의 경우는 갑(甲)ㆍ을(乙)ㆍ병(丙)의 내용이 거의 중복되지 않으며 그것을 다 합치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도덕경』 문헌의 5분의 2 정도의 분량을 형성한다. 그리고 간본(簡本)의 내용이 대부분 오늘날 금본(今本)에 있는 내용이지만, 그 장절(章節)의 체계가 금본(今本)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이 묘소가 이미 도굴된 사실이 있으며, 『노자(老子)』 간본(簡本)이 완정(完整)하지 못한 것은 일부가 도둑맞았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고증가들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바로 금본(今本)의 5분의 2를 형성하는 간본(簡本)의 내용이야말로, 성서문헌학에서 말하는 복음서의 ‘Q자료’처럼, 『도덕경』의 가장 오리지날한 고층대를 형성하는 문헌일 것이라고 우리는 비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간본(簡本)의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갑본(甲本)과 병본(丙本)간에 금본(今本)의 64장 하반부분(下半部分)이 중복되어 나오고 있으며 그 문자의 표현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역시 갑(甲)ㆍ을(乙)ㆍ병(丙)이 합쳐져서 하나의 완정(完整)한 텍스트를 이룬다기 보다는 제각기 다른 전승의 사본(寫本)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만든다. 다시 말해서 갑(甲)ㆍ을(乙)ㆍ병(丙)의 어떤 프로토 텍스트(proto text)가 있다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갑본(甲本)과 저 두 텍스트 간의 문자를 비교해보면 갑본(甲本)이 병본(丙本)보다 오래된 초본(抄本)임을 알 수 있다. 양본(兩本)은 그 전승(傳承)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갑(甲)ㆍ을(乙)ㆍ병(丙)을 합친 내용이 『노자(老子)』라는 프로토 텍스트(proto text)의 모습에 가까운 것일 것이라는 가설은 유용하다. 그러나 갑(甲)ㆍ을(乙)ㆍ병본(丙本)이 모두 다른 전승의 소산이라고 한다면 『노자(老子)』 연구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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