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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한글역주, 6장 서인장 - 바른 정치가 이루어질 때 본문

고전/효경

효경한글역주, 6장 서인장 - 바른 정치가 이루어질 때

건방진방랑자 2023. 4. 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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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인장(庶人章) 제육(第六)

 

 

바른 정치가 이루어질 때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하늘의 시(: 시간의 변화)에 인순(因順)하고 땅의 리(: 공간적 다양성의 이로움)를 활용하여 생업에 부지런히 종사하고, 근신(謹身)하며 재용(財用)을 절약(節約)한다. 그렇게 하여 정성껏 부모님을 봉양한다. 이것이 서인(庶人)의 효이니라.”
子曰: “因天之時, 就地之利, 謹身節用, 以養父母. 此庶人之孝也.”

 

내가 효경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장이 바로 이 장이다. 푸른 초원에 초가삼간 하나 외로이 서있는 목가적인 정경이 삼삼히 떠오른다. 여기 서인(庶人)이란 사()ㆍ농()ㆍ공()ㆍ상()에서 사가 빠져 나갔으므로, 농ㆍ공ㆍ상인데 이 중에서도 ()’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여불위(呂不韋)도 자신이 호상이면서도 여씨춘추(呂氏春秋)의 마지막을 농업사편(農業四篇)으로 마무리졌다. 새로운 제국의 질서는 반드시 중농정책(重農政策)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와 같은 상인들은 전국시대에는 적합해도 제국의 시대에는 통제하기 어려운 말썽꾸러기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최근에 정명현, 김정기, 민철기, 정정기 등에 의하여 번역된 조선의 대유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본리지(本利志)를 참고할 것. 농업에 관하여 가장 완벽하게 정보가 수집된 백과사전이라 할 것이다. 서유구는 놀라웁게도 여씨춘추(呂氏春秋)를 정독하였다. 번역도 치밀하다. 국학의 한 쾌거라 할 만하다.

 

서인이란 일체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자경농이 그 모델이라고 할 때, 과연 그들이 천시(天時)에 인()하고 지리(地利)에 취()하여 근신하고 절용하면서 부모를 봉양하고 사는 것 외에 또 딴 무슨 방도가 있으랴!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정치 즉 치국의 궁극적 목적이 바로 서인들이 근신절용하면서 초가삼간에서 부모 모시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인민대중들이 권력의 부당한 간섭이 없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닥의 현실, 즉 서인들이 부모를 봉양하면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다시 말해서 정치의 구극적 목적은 서인의 효를 확보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부모를 모시는 데 애경을 다해야 한다[愛敬盡於事親]는 주제는 여기 효경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그리고 서인은 가장 낮고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므로, 오히려 구구절절이 잔소리를 늘어놓아야 할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토록 간결한 문장으로 처리했다는 데 효경, 저자의 놀라운 감각이 있다. 그는 서인이야말로 바른 정치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효를 다할 사람들이라고 보았으며 결코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계몽의 대상은 항상 천자(天子)였다.

 

오늘날 농업인구의 감소로 인하여 농자대본(農者大本)을 말할 수는 없겠으나, 농업인구가 감소한다 해서 농업이 피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농촌인구가 도시로 몰려들어 결국 생산적인 활동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현실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농업은 힘은 들지만 지혜를 생기게 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삶의 건강성을 확보케 한다. 그러나 농이 줄었다 해서 도시의 상ㆍ공이 제대로 확대된 것도 아니다. 실제로 도시인구의 대부분이 대기업의 부속품이거나 국가조직의 샐러리맨들이며, 자영상인들이나 일반서민들은 모두 국가정책이나 대기업중심 시장경제에 예속된 노리개들이다. 독립된 서인의 삶의 기반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가 농업이나 상ㆍ공업의 제조업 기반을 상실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반드시 멸망을 자초한다.

 

따라서 도시문화를 생각해도 농촌기반을 무시해서는 아니 되며, 대기업을 육성해도 중소기업의 자족적인 제조업기반을 권장치 아니 하면 국가 경제는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조업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 없이 토건업 붐이나 일으킬 생각하고, 디자인산업이나 꿈꾸는 것은 모두가 허망한 짓이다. 현금 우리나라는 본()이 상실되고 말엽의 조작정치만 살아있다. 민주가 우리민족에게 선물한 최대의 파탄이라 할 것이다.

 

()도 지식의 제조가 없는 사는 사가 아니다, ()도 순수한 자연의 결실의 소출이 없는 농은 농이 아니다, ()도 자족적 기술에 의한 제작이 없는 공은 공이 아니다. ()도 제조업 기반이 없는 허황된 상은 상이 아니다.

 

마지막에 절용(節用)’이라 한 말은 현대인들이 매우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서인일수록 절용’ ‘절약’ ‘절검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데, 방만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카드빚이 쌓이고, 자식마다 핸드폰 다 들고 다니고, 끄떡하면 외식이고 외출이고 외유다! 논어(論語)』 「학이편 첫머리에 절용이애인, 사민이시(節用而愛人 使民以時)’라는 공자님 말씀이 있다. ‘절용의 사상은 묵자에 의하여 극단적으로 발전되었다.

 

금문에는 因天之時, 就地之利用天之道, 分地之利로 되어 있다.

 

 

 

 

인용

목차

원문 / 呂氏春秋』 「孝行/ 五倫行實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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