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건국신화③
과연 곧이어 마지막 신화도 등장한다. 알에서 태어나는 것은 이미 유행에 뒤졌고 이제 첨단의 신화는 탈해처럼 궤짝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탈해가 왕위에 오른 지 9년째 되는 해(기원후 65년) 금성 서쪽 숲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으로 가보니 나뭇가지에 금색의 궤짝이 걸려 있다. 과연 그 안에는 사내아이가 들어 있다. 탈해는 하늘이 아이를 주신 것이라고 기뻐하며 그 숲을 닭 우는 숲, 즉 계림(鷄林)이라 이름짓고 아이에게는 금궤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금씨, 즉 ‘金’이라는 성과 ‘알지’라는 이름을 내린다. 그래서 가야의 김수로왕을 시조로 삼는 김해 김씨 외에 모든 김씨의 시조는 김알지다【알지는 한자로 閼智라고 표기하는데, 역시 이두문이니까 중요한 건 뜻이 아니다. 그러나 이두를 알지 못했던 김부식(金富軾)은 알지라는 이름이 총명하고 지략이 많은 아이라서 붙인 것으로 엉뚱하게 해석했다. 알지는 그냥 아기라는 뜻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기의 옛말은 아지인데, ‘ㄹ’이 탈락하지 않은 상태이면 알지가 된다. 나중에 보겠지만 그밖에도 김부식(金富軾)이 이두와 한자를 혼동한 경우는 『삼국사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후 김알지의 후손들은 초기 신라에서 주로 왕실의 외척 세력을 이루다가 3세기에 미추왕을 시작으로 신라의 왕통을 이어가게 된다.
김알지 신화로써 기나긴 신라의 신화시대는 끝난다. 이주민 국가로 출범했던 신라는 그에 어울리게 다양한 왕의 직함과 최소한 세 가지 왕가의 혈통을 가지고 있었다. 신화의 시대가 이미 100년 전에 끝난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신라가 그 시대를 길게 끈 이유는 두 나라에 비해 문명의 수준이 약한 점도 있었겠지만 여러 혈통과 다양한 문명의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