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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8부 왕국의 시대 - 1장 왕권의 승리, 3차 건국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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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8부 왕국의 시대 - 1장 왕권의 승리, 3차 건국③

건방진방랑자 2021. 6. 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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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건국

 

 

그런 노력 덕분에 세조는 조선의 역대 왕들 가운데 유교 이념의 농도가 가장 옅은 왕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그만큼 강력한 왕권을 지닌 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왕권의 행정적인 표현은 중앙집권과 문치주의의 강화로 나타난다(송 태조 조광윤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모름지기 강력한 전제군주는 그 두 가지를 정국 안정의 주무기로 삼게 마련이다), 그 결과가 바로 지방 군정의 총책임자인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를 중앙의 문신으로 임명한 것이다.

 

병마절도사는 수신(帥臣)이나 주장(主將)이라는 별칭에서 보듯이 유사시에는 지역의 군사권을 완전히 장악해서 작전에 임할 수 있는 직책으로서 원래는 중앙에서 임명하는 것이었으나, 세조는 무신 대신 문신을 기용한 점이 다르다. 당연히 지방의 토호 세력은 반발한다. 특히 한반도 북부, 즉 북도(北道)는 여진과 대치하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전통적으로 현지 출신을 병마절도사로 삼는 게 관례였으니 박탈감이 더 심하다. 1467년 함길도에서 이시애(李施愛)가 중앙에서 병마절도사로 파견한 강효문(康孝文)을 죽이고 반란을 일으킨 원인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세조는 석 달 만에 거뜬히 반란을 진압하고,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물리력에서도 중앙집권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임을 입증한다. 이제 조선은 명실상부한 왕국으로 컴백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왕국의 시대는 얼마 가지 못한다. 조선은 비록 내내 왕국임을 표방해왔지만, 체질적으로 순수한 왕국이 못 되므로 조선이 왕국일 수 있는 것은 왕다운 왕이 재위할 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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