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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2부 1792년 대체 무슨 일이? - 3장 대체 소품문이 뭐길래!, 소품문의 정의와 특징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2부 1792년 대체 무슨 일이? - 3장 대체 소품문이 뭐길래!, 소품문의 정의와 특징

건방진방랑자 2021. 7. 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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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대체 소품문이 뭐길래!

 

 

소품문의 정의와 특징

 

 

我見世人之 譽人文章者 이 세상 사람들을 내 살펴보니 남의 문장을 기리는 자는
文必擬兩漢 詩則盛唐也 문은 꼭 양한(兩漢)을 본떴다 하고 시()는 꼭 성당(盛唐)을 본떴다 하네
曰似已非眞 漢唐豈有且 비슷하다는 그 말 벌써 참이 아니라는 뜻 한당이 어찌 또 있을 리 있소
  (중략)
我亦聞此譽 初聞面欲剮 내 또한 이와 같은 기림을 듣고 갓 들을 땐 낯가죽이 에이는 듯싶더니
再聞還絶倒 數日酸腰髁 두번째 듣고 나니 도리어 포복절도 여러 날 허리 무릎 시큰하였다네
盛傳益無味 還似蠟札飷
 
이름이 널리 알려질수록 더욱 흥미 없어 밀 조각을 씹은 듯이 도리어 맛이 없더군

 

 

연암이 지은 좌소산인에게 주다(증좌소산인, 贈左蘇山人)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양한은 사마천(司馬遷)과 반고의 문장, 성당은 한유(韓愈)유종원(柳宗元) 등의 시, 한마디로 고문을 말한다. 연암 역시 젊어서는 이런 문체적 규범을 열심히 따랐고, 세인들로부터 훌륭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 있는 문장이 아니었다. 밀랍을 씹는 듯했고, 사모관대를 하고 죽은 시체와 같았다. 앙상한 규범으로만 존재하는 문장에 어떻게 천지자연과 삶의 생동하는 호흡을 불어넣을 것인가? 이것이 연암을 위시한 18세기 신지식인들의 시대적 화두였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소품문이다.

 

소품이란 말 그대로 짧은 글이다. 우선 고문이 지닌 불필요한 긴호흡을 한칼에 잘라버림으로써 그 위압적인 무게를 해체해버린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게 소품의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지와 창발성이 받쳐주어야 한다. 단순히 글재주로만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삶 자체가 그대로 글이 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스타일, 그것이 바로 소품체다. 그래서 소품문이 번성했다는 것은 새로운 삶과 사유로 무장한 신지식인들이 출현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시야를 더 넓혀보면, 이런 방식의 모색에는 명말청초 양명좌파(陽明左派)들의 사유가 깊이 각인되어 있다. 양명학은 주자학과 더불어 중국 철학사의 양대산맥이다. 주자학의 성()과 리()에 맞서 심(), 양지(良知) 등의 개념을 창안해냈다. 체계적인 학습보다 주체의 실천성, 지행합일 등을 강조하는 까닭에 유학자들로부터 불교에 침윤되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주자와 동시대 논적이었던 육상산(陸象山)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으나, 본격적인 틀을 갖추게 된 건 명말의 왕양명(王陽明)에 의해서다. 육상산과 왕양명을 합쳐 육왕학(陸王學)이라고도 한다.

 

왕양명 사후 제자들에 의해 분파가 구성되는데, 특히 불교도교까지를 넘나들면서 중세적 구도를 전복하고자 했던 쪽을 양명좌파라고 부른다. 이탁오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책 제목을 분서(焚書, 태워버려야 할 책)’, ‘장서(藏書, 깊이 숨겨두어야 할 책)’라고 이름 붙일 만큼 그의 사유는 도발적이었다. 당연히 그는 이단으로 몰려 수난을 겪다가 풍속사범으로 감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의 사상 역시 이단으로 몰려 아예 유학의 계보에서 축출되었지만, 그의 이론은 공안파(公安派) 문학이론을 통해 세상에 널리 유포되었다. 주자학이 압도했던 조선에서는 양명학 자체가 금기시되었기에 조선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 공안파의 문학이론이다. 특히 원굉도의 문집 원중랑집이 유포되면서 지식인들 사이에 관습적 인용을 참신한 언어로 재구성하는 소품체 신드롬이 일어나게 된다.

 

 

 

 

인용

목차

열하일기

문체반정

박지원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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